어스름한 새벽, 짙게 내려앉은 안개가 평창의 산자락을 감싸 안았다. 간밤의 과음으로 텁텁한 입 안과 묵직한 머리를 부여잡고, 나는 해장을 위해 평창 천변리에 위치한 ‘속풀콩나물해장국’ 집으로 향했다.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소박하지만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식당이었다. 노란색 간판에 큼지막하게 쓰인 “콩나물해장국”이라는 글자가, 왠지 모를 믿음감을 주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이미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조기 축구를 마치고 온 듯한 아저씨들의 활기찬 웃음소리와, 가족 단위 손님들의 따뜻한 대화 소리가 섞여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냈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에서 주인의 정성이 느껴졌다.
벽에 걸린 메뉴판은 단촐했다. 콩나물해장국과 왕만두, 그리고 몇 가지 추가 메뉴만이 적혀 있었다. 나는 콩나물해장국을 주문했다. 메뉴판 옆에는 큼지막한 칠판이 걸려 있었는데, 콩나물해장국 7,000원, 왕만두 5,000원이라는 가격이 쓰여 있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처럼 착한 가격이라니! 괜스레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한쪽 벽면에는 이 집의 역사를 보여주는 듯한 오래된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콩나물해장국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식당을 운영하는 가족들의 행복한 미소가 담긴 사진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콩나물해장국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는 먹기 좋게 손질된 콩나물이 가득 담겨 있었고, 그 위에는 신선한 파와 고춧가루가 얹어져 있었다. 뽀얀 국물에서는 은은한 콩나물 향이 풍겨져 나왔다. 코를 찌르는 듯한 자극적인 향이 아닌, 은은하고 부드러운 향이었다.

사장님은 콩나물해장국과 함께, 따뜻한 반숙 계란을 따로 내어주셨다. 노른자가 살아있는 촉촉한 반숙 계란을 보는 순간, 침이 꼴깍 넘어갔다. 사장님은 “계란에 해장국을 넣어서 먹으면 더 맛있어요”라며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사장님의 말씀대로, 반숙 계란에 콩나물해장국을 넣어 먹어보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계란 노른자가 입 안에서 톡 터지면서, 시원한 콩나물해장국 국물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만들어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속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콩나물은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었고, 국물은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간밤의 숙취로 괴로웠던 속이, 콩나물해장국 한 그릇에 깨끗하게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이마를 닦으며, 나는 연신 숟가락을 들었다.

콩나물해장국을 먹는 동안, 반찬으로 나온 깍두기와 오징어젓갈도 맛보았다. 깍두기는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고, 오징어젓갈은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느껴졌다. 특히 오징어젓갈은 콩나물해장국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어느새 콩나물해장국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워진 뚝배기를 보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속도 든든하고 마음도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콩나물해장국만으로는 조금 아쉬운 것 같아, 왕만두도 추가로 주문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찜통에 담겨 나온 왕만두는, 큼지막한 크기를 자랑했다. 윤기가 흐르는 만두피는 쫄깃해 보였고, 만두 속은 각종 채소와 고기로 가득 차 있었다.

왕만두를 한 입 베어 무니, 쫄깃한 만두피와 촉촉한 만두 속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만두 속에는 돼지고기와 부추, 양파, 당면 등 다양한 재료들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다. 특히 돼지고기는 잡내 없이 고소했고, 부추는 향긋한 풍미를 더했다. 콩나물해장국과 마찬가지로, 왕만두 역시 착한 가격에 훌륭한 맛을 자랑했다.
왕만두까지 먹으니, 배가 든든해졌다. 이제야 비로소 간밤의 숙취에서 완전히 벗어난 기분이었다. 나는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계산을 하는 동안, 사장님은 “맛있게 드셨어요?”라며 친절하게 물어봐주셨다. 나는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덕분에 속이 다 풀렸어요”라고 답했다.
식당 문을 나서니,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다. 콩나물해장국과 왕만두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나는 평창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다시 한번 힘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속풀콩나물해장국’은 평창 여행 중 우연히 발견한 보석 같은 곳이었다. 화려하거나 세련된 맛은 아니지만,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맛이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겼다. 특히 착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는 감동 그 자체였다.

평창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속풀콩나물해장국’에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콩나물해장국 한 그릇에 담긴 따뜻한 정과, 평창의 아름다운 풍경이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새벽 안개를 헤치고 찾아간 보람이 있는, 잊지 못할 평창 맛집에서의 경험이었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평창의 풍경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콩나물해장국 한 그릇이 가져다 준 따뜻함과 든든함 덕분이었을까. 나는 평창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에 품고,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집으로 향했다. 다음에 또 평창에 방문하게 된다면, ‘속풀콩나물해장국’에 꼭 다시 들러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평창 최고의 맛집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곳, ‘속풀콩나물해장국’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