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통의 깊은 맛, 용인 백암 제일식당에서 만난 순대국밥의 정수 (지역 맛집)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잊고 지냈던 고향의 맛을 찾아 용인 백암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단 하나, 70년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제일식당. 백암순대의 명맥을 잇는 곳으로,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왔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 맛은 과연 변했을까, 그대로일까? 설렘과 기대감을 안고 차를 몰았다.

백암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그 활기가 더해진다는 이곳. 내가 방문한 날은 다행히 장날은 아니었지만,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식당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식당 앞은 주차 공간이 협소하여 근처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조금 걸어야 했다.

제일식당 외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제일식당의 외관. 오랜 역사를 짐작하게 한다.

식당 건물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낡은 간판에는 ‘제일식당’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고, 그 아래에는 여러 방송에 소개되었음을 알리는 마크들이 붙어 있었다. 건물 외벽은 회색빛 벽돌로 이루어져 있었고, 2층에는 아치형 창문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왠지 모르게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지 않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입식과 좌식으로 나뉘어 있었고,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벽면에는 오래된 사진들과 방송 출연 인증서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70년대 시골 식당의 정겨운 분위기였다.

제일식당 내부
정겨운 분위기의 식당 내부. 벽면을 가득 채운 사진들이 역사를 말해준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순대국밥, 모듬, 오소리감투, 머릿고기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고민 끝에, 제일식당의 대표 메뉴인 순대국밥(11,000원)모듬(19,000원)을 주문했다. 메뉴판에는 돼지고기, 쌀, 배추, 고춧가루 모두 국내산을 사용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어 더욱 믿음이 갔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국밥과 푸짐한 모듬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순대국밥은 뚝배기가 아닌 스텐 그릇에 담겨 나왔고,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모듬은 순대, 머릿고기, 오소리감투 등 다양한 부위가 한 접시에 담겨 나왔는데,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습이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모듬 순대
다양한 부위를 맛볼 수 있는 모듬 순대. 신선함이 느껴진다.

먼저 모듬부터 맛을 보았다. 순대는 야들야들하고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고, 입안에서 육즙이 터져 나오며 마치 고기를 먹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일정하지 않게 중간중간 숨어있는 오독독한 식감은 먹는 재미를 더했다. 머릿고기는 잡내 없이 깔끔했고, 갓 삶아낸 듯한 신선함이 느껴졌다. 오소리감투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더 오독오독한 탄력을 원했던 터라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신선하고 맛있는 모듬이었다.

순대국밥
뽀얀 국물이 인상적인 순대국밥. 푸짐한 건더기가 돋보인다.

다음으로 순대국밥을 맛볼 차례. 뽀얀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으니, 깊고 진한 사골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돼지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정말 좋았다. 순대국밥에는 밥이 미리 말아져 나왔는데, 뜨겁지 않고 먹기 딱 좋은 온도였다. 밥알이 약간 뭉쳐진 덩어리밥이 있어 살짝 아쉬웠지만, 국물 맛이 워낙 훌륭해서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순대국밥 안에는 순대와 머릿고기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순대는 쫄깃하고 고소했고, 머릿고기는 부드럽고 담백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간’이었다. 이곳의 간은 고기를 응축시켜놓은 듯 신선하고 단단하면서도 속은 마치 순수한 고기 같았다. 신기함과 놀라움이 한데 섞인 맛이었다.

순대국밥 건더기
푸짐한 순대와 머릿고기가 든든함을 더한다.

순대국밥과 함께 제공되는 김치와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아삭하고 새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깍두기는 순대국밥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김치와 깍두기를 번갈아 먹으니, 순대국밥의 느끼함도 싹 가시는 듯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새우젓과 들깨가루를 추가하여 간을 맞춰 먹으니, 순대국밥의 풍미가 더욱 살아났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온 손님부터 가족 단위 손님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순대국밥을 즐기고 있었다. 다들 말없이 국밥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는데, 그만큼 맛이 훌륭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연신 “맛있다”를 외치며 국밥을 비우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순대
탱글탱글한 순대의 자태.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어느새 순대국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배를 두드리며 식당을 나섰다. 따뜻한 국물의 여운은 식당 문을 나선 후에도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한 시간을 달려온 보람이 충분했다.

제일식당은 분명 전통적인 순대국 맛집이다. 뜨거운 국물의 감칠맛을 최대한 흡수한 순대는 입안에서 터뜨리는 순간, 마치 폭죽이 터지는 듯한 황홀경을 선사한다. 특히 인상적인 건 주변의 전통적인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현대적으로 다듬어진 맛이다. 고급 호텔이나 백화점에서 접할 법한 세련된 맛이 이곳의 특별함을 더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식당 앞 주차 공간이 협소하고,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밥이 토렴되어 나왔음에도 뭉쳐진 덩어리밥이 살짝 아쉬웠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70년 넘게 이어온 노포의 내공이 느껴지는 정성스러운 음식 맛으로 충분히 커버되었다.

순대국밥
진한 국물과 푸짐한 건더기가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진다.

용인 백암 제일식당. 이곳은 단순히 맛있는 순대국밥을 파는 식당이 아니라, 70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지역의 소중한 맛집이었다. 다음에 백암에 올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들러 순대국밥 한 그릇을 맛봐야겠다. 그때는 모듬에 막걸리 한 잔을 곁들여도 좋을 것 같다.

제일식당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백암로201번길 11에 위치해 있다. 백암 5일장 근처에 있어 장날에는 더욱 북적거린다. 영업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며, 매주 수요일은 휴무다. 주차는 식당 앞이나 근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주차 안내
주차 공간이 협소하니, 주변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한번 제일식당의 순대국밥 맛을 떠올렸다. 70년의 세월 동안 변함없이 이어져 온 그 맛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선 어떤 ‘정수’와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한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사람들의 정성과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나는 그 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제일식당 간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제일식당. 백암순대의 명맥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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