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좁다란 골목길을 헤매다 마주친 삼상식당. 낡은 간판에서 풍기는 세월의 흔적은,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펼쳐보는 듯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간판에는 ‘백반, 생선구이, 삼겹살’이라는 소박한 메뉴가 적혀 있었는데, 그 꾸밈없는 문구에서 오히려 깊은 맛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식당 안은 활기로 가득 찼다. 왁자지껄한 소리, 숟가락과 젓가락이 부딪히는 경쾌한 리듬, 그리고 코를 간지럽히는 구수한 음식 냄새가 한데 어우러져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20분 전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조금만 늦었더라면 자리가 없을 뻔했다. 역시, 숨겨진 맛집은 시간을 잘 맞춰 가야 한다.
자리에 앉자마자 매콤한 제육쌈밥 정식을 주문했다. 잠시 후, 푸짐한 한 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제육볶음은 매콤한 향을 풍기며 식욕을 자극했고, 싱싱한 쌈 채소는 넉넉하게 담겨 나왔다. 곁들여 나온 청국장은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었는데, 그 진한 향이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맡았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제육볶음 한 점을 쌈 채소에 싸서 입안에 넣으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돼지고기의 쫄깃한 식감과 신선한 채소의 아삭함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직접 담근 듯한 쌈장의 깊은 맛은 제육쌈밥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쌈을 몇 번이나 싸 먹었는지 모를 정도로,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었다.
청국장은 오랜만에 맛보는 깊고 진한 맛이었다. 콩알이 듬뿍 들어간 청국장은 구수하면서도 쿰쿰한 향을 풍겼고, 숟가락으로 크게 떠서 밥에 쓱쓱 비벼 먹으니,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뜨끈한 청국장 국물은 쌀쌀한 날씨에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었다.
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졌다. 짭짤한 깻잎 장아찌, 아삭한 콩나물무침, 매콤한 김치 등, 집밥처럼 정갈한 반찬들은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특히, 젓갈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어리굴젓은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식당 한쪽 벽면에는 강릉시에서 지정한 ‘착한 가격 업소’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실제로 소주와 맥주 가격은 아직도 4천 원으로,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보기 드문 착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푸짐한 음식과 저렴한 가격 덕분에, 삼상식당은 오랜 시간 동안 동네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듯했다.
삼상식당은 화려하거나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매력이 넘치는 곳이었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북적이는 사람들, 맛있는 음식,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나는 잠시나마 잊고 지냈던 고향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녁 시간에는 백반 메뉴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에는 시간을 잘 맞춰 방문해서, 삼상식당의 또 다른 대표 메뉴인 생선구이를 꼭 맛봐야겠다. 그리고 혹시라도 늦게 방문하면 음식이 한정 수량으로 준비되어 있어서 식사를 못 할 수도 있다고 하니, 서둘러 가는 것이 좋겠다.
삼상식당에서 맛있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 나는 든든한 배를 두드리며 골목길을 걸었다. 강릉의 숨은 맛집 삼상식당은, 단순히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다음에 강릉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 지역명이 가진 따뜻한 정취를 느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