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에 볼일이 있어 나선 길,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 배꼽시계가 요란하게 울어댔다. 순창은 인구가 삼만도 채 안 되는 작은 고을이지만, 예로부터 음식 맛 좋기로 소문난 곳 아니겠는가.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오래전부터 순창에서 한정식으로 명성이 자자한 “새집식당”이 떠올랐다.
예스러운 멋이 그대로 살아있는 기와집, “새집식당”이라는 간판이 정겹게 맞아준다. 왠지 모르게 푸근한 느낌이 드는 것이, 마치 고향집에 돌아온 듯한 기분이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었지만, 식당 안은 여전히 손님들로 북적였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한정식 외에도 조기탕, 홍어탕, 소불고기, 돼지불고기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하지만 역시 “새집식당”에 왔으니 한정식을 맛봐야 하지 않겠나. 한정식을 주문하고 나니, 곧이어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푸짐한 음식들이 쉴 새 없이 차려졌다.
이야, 세상에! 쟁반들이 층층이 쌓여 마치 탑을 쌓은 듯한 모습으로 끊임없이 등장하는 반찬들을 보고 있자니, 입이 떡 벌어졌다. 싱싱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부터 시작해서, 짭조름한 젓갈, 고소한 나물, 매콤한 김치,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잡채, 뜨끈한 전까지… 그 종류를 일일이 다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였다.

하나하나 맛을 보니, 어찌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운지! 마치 시골 할머니가 손수 차려주신 듯한, 따뜻하고 푸근한 맛이었다. 간도 딱 맞고,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는 것이, 정말 제대로 된 손맛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잊을 수 없는 맛은 바로 소불고기였다. 달콤 짭짤한 양념이 쏙 배어든 소불고기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에 넣자마자 스르륵 녹아내리는 듯했다. 흰 쌀밥 위에 소불고기를 듬뿍 올려 한 입 가득 먹으니, 캬! 이 맛이야!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함께 나온 된장찌개도 빼놓을 수 없다. 깊고 구수한 된장찌개는 속을 확 풀어주는 마법 같은 힘을 지니고 있었다. 두부, 애호박, 버섯 등 갖은 채소가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는, 한 숟갈 뜨면 고향 생각이 절로 나는 그런 맛이었다.
다른 반찬들도 하나같이 훌륭했다. 꼬들꼬들한 톳나물은 바다의 향긋함을 그대로 담고 있었고, 매콤한 고추장아찌는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슴슴하게 무쳐낸 시금치나물은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그렇게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맛있는 음식들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 맛있는 음식들을 남기고 갈 수 없다! 결국 밥 한 공기를 더 시켜서 깨끗하게 비워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새집식당”에서 느낄 수 있었던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 덕분인 것 같았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놀러 가서 맛있는 밥상을 받았을 때처럼, 푸근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순창에 다시 오게 된다면, “새집식당”에 꼭 다시 들러야겠다. 그때는 소불고기 말고 다른 메뉴도 한번 맛봐야지. 아, 그리고 부모님 모시고 와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부모님도 “새집식당”의 따뜻한 밥상에 만족하실 것이다.
혹시 순창에 들르실 일이 있다면, 꼭 “새집식당”에 방문해보시길 추천한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며, 푸근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순창의 숨은 보석 같은 곳, “새집식당”에서 맛있는 추억을 만들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