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마주하며 청주로 향하는 길, 마음 한 켠에는 잊고 지냈던 고향의 따스함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목적지는 상당산성 아래 자리 잡은 화정식당. 어린 시절, 부모님의 손을 잡고 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는 곳이다. 세월이 흘러 얼마나 변했을까, 그때 그 맛은 그대로일까 설렘과 궁금증이 뒤섞인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넓고 편안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정갈하게 놓인 테이블들은 가족 단위 손님들을 맞이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친절한 미소로 맞아주시는 사장님과 따님들의 모습에서 정겨움이 느껴졌다. 마치 오랜만에 고향집에 방문한 듯한 푸근함에 휩싸였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훑어보았다. 청국장, 두루치기… 어린 시절 즐겨 먹던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청국장과 두루치기를 주문했다. 잠시 후,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쌀밥, 보기만 해도 입맛이 도는 열무김치, 그리고 갖가지 정갈한 반찬들이 식탁을 가득 채웠다.

먼저 따끈한 쌀밥 한 숟갈을 입에 넣었다. 갓 지은 밥 특유의 은은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쌀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탱글탱글한 식감이 훌륭했다.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곧이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청국장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습이 식욕을 자극했다. 구수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고,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향기가 느껴졌다.

조심스럽게 국물을 한 입 맛보았다. 깊고 진한 콩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쿰쿰하면서도 구수한, 정통 청국장 특유의 맛이었다. 콩알은 부드럽게 씹히면서 고소함을 더했다. 텁텁함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뒷맛 또한 인상적이었다.
청국장 안에는 두부, 호박, 버섯 등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있었다. 재료 하나하나가 신선했고, 청국장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깊은 맛을 냈다. 특히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두부는 부드러운 식감과 담백한 맛으로 청국장의 풍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따뜻한 밥 위에 청국장을 듬뿍 올려 비벼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밥알 사이사이로 스며든 청국장의 깊은 맛은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정신없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다음으로는 두루치기를 맛볼 차례. 매콤한 양념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돼지고기와 함께 양파, 파, 고추 등 다양한 채소가 볶아져 나왔다. 붉은 양념이 먹음직스러웠다.

잘 익은 돼지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매콤달콤한 양념은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감칠맛을 더했다. 특히 돼지 특유의 잡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더욱 만족스러웠다.
두루치기와 함께 볶아진 채소들도 훌륭했다. 아삭아삭한 양파, 향긋한 파, 매콤한 고추는 두루치기의 풍미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양념이 잘 배어든 양파는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두루치기를 상추에 싸서 먹으니 또 다른 맛이었다. 신선한 상추의 아삭한 식감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매콤한 두루치기와 시원한 상추의 조화는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주었다.

함께 나온 샐러드 역시 신선함이 가득했다. 쌉쌀한 맛의 채소와 고소한 드레싱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그 아쉬움을 달래준 것은 바로 열무김치. 시원하고 아삭한 열무김치는 입 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적당히 익어 새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국물이 시원해서 국수와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정식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변함없는 맛과 푸근한 인심은 오랜 세월 동안 이곳을 지켜온 힘이 아닐까. 마치 고향집에 온 듯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식당을 나서는 길, 따스한 햇살이 등을 감쌌다.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화정식당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소중한 추억을 공유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었다. 상당산성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청국장의 깊은 맛과 푸짐한 인심이 그리워지는 날, 나는 어김없이 상당산성 화정식당을 찾을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맛있는 음식과 함께 잊고 지냈던 소중한 추억들을 다시 꺼내어 맛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