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반도의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던 중, 문득 간장게장이 간절하게 떠올랐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그 맛, 밥도둑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갓 지은 쌀밥에 슥슥 비벼 먹으면 얼마나 황홀할까. 채석강 근처에 괜찮은 간장게장 맛집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곧장 차를 돌렸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설렘을 가득 안고 ‘채석강맛집밥상’으로 향했다.
식당에 들어서니 넓고 깔끔한 홀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메뉴판을 펼쳐 들고 고민할 것도 없이 ‘게장정식 2인분’과 ‘채석강 정식 4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간장게장, 양념게장, 간장새우, 광어회, 조개탕, 그리고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들.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돌았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역시 간장게장이었다. 게딱지 안에는 주황색 알이 가득 차 있었고,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모습이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게 한 마리를 통째로 들어 살을 쭉 짜서 밥 위에 얹어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짜지 않고 은은한 단맛이 감도는 간장 양념은 신선한 게살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이곳 간장게장은 국내산 암게만을 사용한다고 하니, 그 깊은 맛의 비결을 알 것 같았다. 채석강 정식에 포함된 간장게장은 크기가 조금 작았지만, 맛은 게장정식의 것과 동일하게 훌륭했다.
간장게장과 함께 나온 간장새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별미였다. 탱글탱글한 새우살은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간장 양념과 어우러져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새우 특유의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신선함만이 입안 가득 느껴졌다. 간장새우 위에는 잘게 썰린 파와 깨가 뿌려져 있어, 보는 즐거움까지 더했다.

곁들여 나온 광어회도 신선함이 남달랐다. 쫄깃쫄깃한 식감은 물론이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부드러움이 일품이었다. 회 한 점을 초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바다 내음이 입안 가득 퍼지는 듯했다.
뜨끈한 조개탕은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게장을 먹는 중간중간, 혹은 밥과 함께 국물을 떠먹으니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특히,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시원한 조개탕 국물에 술 한잔 곁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밑반찬으로 제공된 갈치조림 또한 밥도둑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갈치에 깊숙이 배어 있어,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우게 만들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밑반찬들이 정갈하게 담겨 나왔는데, 하나하나 맛깔스러워서 젓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함께 방문한 일행 중 한 명이 양념게장을 주문했는데, 간장 베이스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맵거나 자극적인 양념을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괜찮을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간장게장의 압도적인 풍미에 묻혀 크게 인상 깊지는 않았다.

다른 날, 소노벨 변산 근처에서 아침 식사를 할 곳을 찾다가 이곳을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백합죽과 서대구이를 주문했다. 백합죽은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는데, 뽀얀 자태에 은은하게 퍼지는 백합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한 입 맛보니, 부드러운 죽의 질감과 담백한 백합의 풍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정말 훌륭했다. 특히, 아침 식사로 부담 없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서대구이는 반건조 상태로 구워져 나왔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서대 특유의 고소한 맛은 씹을수록 깊어졌고, 짭짤한 간이 더해져 밥반찬으로 훌륭했다. 생선구이 전문점 못지않은 맛에 감탄하며, 순식간에 한 마리를 뚝딱 해치웠다.

이후 또 다른 날, 갑자기 칼국수가 먹고 싶어 다시 이곳을 찾았다. 이번에는 바지락칼국수를 주문했는데, 커다란 그릇에 푸짐하게 담겨 나온 모습에 깜짝 놀랐다. 바지락, 새우, 굴, 홍합, 단호박 등 다양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가 있어 국물이 정말 시원하고 달았다. 면발은 다소 아쉬웠지만, 국물 맛은 맑은 야채죽처럼 깊고 풍부했다. 특히, 전날 술을 많이 마신 탓에 속이 좋지 않았는데, 바지락칼국수 국물을 마시니 속이 확 풀리는 듯했다. 해장 음식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제육볶음을 주문했을 때, 삼겹살/오겹살 부위 중 비계의 비율이 너무 높았던 것이다. 살코기가 부족해서 직원분께 문의했더니, 그제서야 살코기를 조금 더 가져다주셨다. 제육볶음의 맛 자체는 평범했지만, 비계의 비율이 너무 높았던 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관광지 특성상 가격이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훌륭한 맛과 푸짐한 양, 그리고 깔끔한 분위기를 고려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포장 주문을 했을 때 반찬이 누락되는 경우가 있었다는 후기도 있었다. 근처 리조트에 묵으면서 바지락죽, 회덮밥, 고등어구이를 포장 주문했는데, 막상 숙소에 와서 보니 반찬이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식당에 연락하니 곧바로 반찬을 챙겨주셨지만,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채석강맛집밥상’은 변산 여행 중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특히, 간장게장은 지금까지 먹어본 간장게장 중 단연 최고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했다. 짜지 않고 비리지 않은, 은은한 단맛이 감도는 간장 양념은 신선한 게살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했다. 게다가, 다양한 해산물 요리와 정갈한 밑반찬들은 식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다음번 변산 여행 때도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석양처럼 깊어가는 맛, ‘채석강맛집밥상’에서 인생 간장게장을 만나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