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녀석이 며칠 전부터 숙성회에 꽂혀서는, 마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증명에 매달린 수학자처럼 숙성회의 과학적 원리를 파고들고 있었다. 녀석의 연구 결과 발표가 있자마자, 우리는 곧장 실험 장소 물색에 들어갔다. 친구가 추천한 곳은 청주 분평동 원마루시장에 위치한 한 숙성회 전문점. 녀석의 말에 따르면, 같은 이름의 지점이 청주에 세 군데 있지만, 분평동 지점이 가장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고 한다. 금요일 오후 4시, 오픈 시간 ‘런’이라는 다소 과격한 방법으로 웨이팅을 피하기로 작전을 짰다. 다행히 날씨가 추워서인지, 예상보다는 한산했다. 우리가 1등이었다!
시장통에 자리 잡은 횟집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내부는 깔끔하고 현대적인 분위기였다. 벽면에는 숙성회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메뉴 사진들이 보기 좋게 걸려 있었다. 마치 잘 정돈된 연구실에 들어선 기분이랄까. 곧이어 우리를 맞이한 건, 정갈하게 차려진 ‘어울림 반찬’들이었다. 김치전, 샐러드, 쌈 채소 등 하나하나 맛깔스러워 보였다. 특히 김치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텍스처를 자랑했다. 김치의 유산균이 만들어낸 미묘한 산미와, 밀가루의 글루텐이 만들어낸 쫄깃함의 조화! 첫 만남부터, 이 집의 내공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

메뉴판을 정독한 결과, 우리는 만 원을 추가하여 모둠회 중 사이즈를 세트 메뉴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숙성회는 광어, 참돔, 방어 세 종류로 구성된다고 했다. 각기 다른 어종이 선사할 다채로운 식감의 향연이라니, 벌써부터 기대감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숙성 과정은 생선 살의 단백질을 분해하여 아미노산을 증가시키고, 이노신산과 글루탐산 같은 감칠맛 성분을 생성한다. 즉, 숙성회는 단순한 ‘회’가 아니라, 과학적인 공정을 거쳐 탄생한 ‘미식의 결정체’인 것이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모둠회는, 시각적인 아름다움마저 놓치지 않았다. 투명하게 빛나는 광어, 붉은 빛깔의 참돔, 그리고 기름진 윤기가 흐르는 방어. 마치 잘 조율된 오케스트라처럼, 각 어종은 고유의 색깔과 질감을 뽐내고 있었다. 광어는 글루탐산과 아스파르트산 함량이 높아 깔끔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냈다. 씹을수록 은은하게 퍼지는 단맛은, 마치 잘 숙성된 고급 와인을 연상케 했다. 참돔은 이노신산 함량이 높아 풍부한 감칠맛을 자랑했다. 특히 껍질 부분은, 숙성 과정에서 더욱 쫄깃해져 씹는 재미를 더했다. 마지막으로 방어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여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했다. 오메가3 지방산 특유의 고소한 풍미는, 혀를 황홀경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회를 음미하는 중간중간, ‘어울림 반찬’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특히 깻잎에 밥과 회, 그리고 쌈장을 올려 먹는 조합은, 입안에서 다채로운 풍미가 폭발하는 듯했다. 깻잎의 향긋함, 밥의 달콤함, 회의 감칠맛, 그리고 쌈장의 짭짤함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혀를 즐겁게 했다. 이 집, 단순히 회만 잘하는 게 아니었다. 곁들임 음식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깃들어 있었다.
회를 다 먹어갈 때쯤, 매운탕이 등장했다. 놀랍게도, 이 곳에서는 매운탕을 주문하면 라면 사리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한다.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유발하는 매운탕의 얼큰함은, 숙성회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잡아주었다. 콩나물의 아스파라긴산은 알코올 분해 효소의 활성을 촉진하여, 숙취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물론, 술은 적당히 마셔야 한다. 실험 결과, 이 집 국물은 완벽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것이다. 원마루시장 자체가 워낙 복잡한 곳이라, 차를 가져오는 것은 다소 무모한 도전일 수 있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걸어오는 수고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맛집이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은 따뜻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다. 특히 ‘어울림’에서 맛본 숙성회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선 ‘과학적인 미식 경험’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친구 녀석은 또다시 숙성회 예찬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숙성회는 단순히 ‘오래된 회’가 아니라, 시간과 정성이 만들어낸 예술 작품과 같은 거야!” 그의 눈은 마치 새로운 이론을 발견한 과학자처럼 빛나고 있었다. 나 역시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어울림’에서의 경험은, 내 미각 지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청주에서 숙성회를 맛보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분평동 원마루시장으로 향하길 바란다. 그곳에서 당신은, 숙성회의 과학과 예술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라. 기대 이상의 감동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덧붙여, ‘어울림’은 원마루시장에서 가장 시끄러운 곳이라는 소문도 있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 소란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아마도,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흥분한 사람들의 행복한 소리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 소음마저도 ‘어울림’의 매력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나는 앞으로도 숙성회의 과학을 탐구하는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울림’은, 그 여정의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방문해야겠다. 분명, 부모님도 이 곳의 숙성회 맛에 푹 빠지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