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여행은 늘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이 공존한다. 특히 밥때가 되면 ‘어디서 뭘 먹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북적이는 관광지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게 어색할 때도 있고, 2인분 이상만 주문 가능한 곳도 더러 있으니까. 그래서 이번 강원도 양구 여행에서도 혼밥 난이도가 낮은 곳을 신중하게 물색했다. 결론은? 양구군 국토정중앙면에 위치한 “시래기 정식” 집, 오늘도 혼밥 성공이다!
양구는 시래기가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국토 정중앙을 찍고 내려오는 길,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도착한 식당은 소박한 농촌 마을 풍경과 어우러져 있었다. 주차장이 협소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살짝 걱정했는데, 다행히 한적한 시간대에 방문해서인지 동네 길가에 편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단속을 안 하는 듯했지만, 혹시 모르니 혼잡한 시간에는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푸근한 시래기 삶는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마치 할머니 집에 온 듯한 포근한 느낌. 혼자 왔다고 말씀드리니, 직원분께서 창가 쪽 테이블로 안내해주셨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는 않았지만, 혼자 앉기에 불편함은 없었다. 오히려 정겨운 분위기 덕분에 혼자라는 어색함이 금세 사라졌다.
메뉴는 단 하나, 시래기 정식! 메뉴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주문했다. 잠시 기다리니, 쟁반 가득 정갈한 음식들이 차려졌다. 시래기밥을 중심으로 각종 산나물, 밑반찬, 된장찌개, 그리고 시래기 불고기까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를 보면 알겠지만, 정말 푸짐한 한 상이다.

먼저 시래기밥을 맛봤다. 들기름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밥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밥 위에 각종 나물을 듬뿍 올려 고추장을 살짝 넣어 비볐다. 한 입 크게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긋한 나물 향과 고소한 시래기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에서처럼 젓가락으로 쓱쓱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이 집의 시그니처라는 청어알 젓갈과의 조합이 인상적이었다. 김에 비빔밥을 싸서 청어알 젓갈을 살짝 올려 먹으니, 톡톡 터지는 청어알의 식감과 짭짤한 맛이 묘하게 어우러졌다. 처음 먹어보는 조합이었지만, 정말 훌륭했다.
된장찌개도 빼놓을 수 없다. 짜지 않고 구수한 된장찌개는 시래기밥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습만 봐도 침이 꼴깍 넘어갔다. 된장찌개 한 입, 시래기밥 한 입 번갈아 먹으니 정말 든든했다.
시래기 불고기는 달짝지근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좋았다. 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시래기가 듬뿍 들어가 있어 더욱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불고기를 밥에 얹어 먹으니, 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1년은 족히 넘은 듯한 묵은지와 약 치지 않은 듯 부드러운 고추, 그리고 집된장은 정말 훌륭했다. 을 보면 다양한 종류의 반찬들이 얼마나 정갈하게 담겨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따뜻한 숭늉이 준비되어 있었다. 구수한 숭늉으로 입가심하니,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지막까지 완벽한 식사였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남자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음식에 대한 설명도 꼼꼼하게 해주시고, 부족한 반찬은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모습에 감동했다. 외국인 직원분도 계셨는데, 한국말이 서툴러서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려는 모습에 감사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몇몇 리뷰에서 떡갈비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떡갈비를 먹어보지 못했지만, 다음 방문 시에는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밥 양이 조금 적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나 역시 10% 정도만 더 많았으면 완벽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전반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건강하고 정갈한 밥상 덕분에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혼자 여행하면서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곳에서는 전혀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혼밥 여행객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다.
식당 근처에는 국토정중앙천문대와 파로호 등 가볼 만한 곳들이 많다. 식사 후 소화도 시킬 겸 주변을 산책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와 은 파로호와 박수근미술관의 전경을 담고 있다.


양구는 처음 방문하는 곳이었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에 매료되었다. 특히 시래기 정식은 양구의 향토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기회였다. 다음에도 양구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들러 시래기 밥상을 맛보고 싶다. 그때는 토종닭시래기찜도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오늘도 혼자서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