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행궁동, 그 좁다란 골목길을 걷는 걸 좋아한다. 혼자 걷는 그 시간이,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도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특별한 맛집을 찾아 나선 건 아니었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은은한 달빛 조명이 감싸는 한 술집 앞에 멈춰 섰다. ‘무월’. 이름부터가 왠지 모르게 끌렸다. 혼자 들어가도 괜찮을까? 잠시 망설였지만, 용기를 내어 문을 열었다. 오늘도 혼밥, 아니 혼술 성공!
문을 열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멋진 공간이 펼쳐졌다.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진 내부는 각각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었는데,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건 1층 중앙에 자리 잡은 거대한 달 조형물이었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감돌면서도, 곳곳에 놓인 한국적인 소품들이 편안함을 더했다. 혼자 온 손님을 위한 자리가 있을까 두리번거렸는데, 다행히 카운터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2층 창가 자리에 앉으면 장안문이 한눈에 들어오는 뷰 맛집이라고 하니, 다음엔 꼭 창가 자리에 앉아봐야겠다.

자리에 앉아 태블릿 메뉴를 펼쳐보니, 막걸리 종류가 정말 다양했다. 뭘 마셔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직원분께 추천을 부탁드렸다. 친절한 직원분은 ‘리코타 치즈 막걸리’를 추천해주셨다. 왠지 이름부터가 끌리는걸? 게다가 다른 후기들을 보니 다들 리코타 치즈 막걸리를 극찬하길래, 나도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안주는 뭘 먹을까. 육사시미, 수육전골, 감자전… 하나같이 막걸리와 잘 어울릴 것 같은 메뉴들뿐이었다. 고민 끝에, 육사시미와 치즈불고기감자전을 주문했다. 혼자 왔지만, 이 정도는 먹어줘야 제대로 맛집 탐방이지!
주문한 리코타 치즈 막걸리가 먼저 나왔다. 뽀얀 빛깔의 막걸리 위에는 리코타 치즈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첫 맛은 부드러웠다. 마치 요거트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랄까? 막걸리 특유의 톡 쏘는 맛은 덜하고,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다들 리코타 치즈 막걸리를 추천했는지 알 것 같았다. 정말 술 같지 않고, 여자들이 딱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육사시미가 나왔다. 붉은 빛깔이 선명한 육사시미는 보기만 해도 신선함이 느껴졌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육사시미를 한 점 집어, 기름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은 물론,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육향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같이 나온 해초, 묵은지, 와사비를 곁들여 먹으니, 느끼함은 싹 사라지고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특히 묵은지와의 조합이 최고였다.

다음으로 나온 메뉴는 치즈불고기감자전이었다. 얇게 채 썬 감자 위에 불고기와 치즈를 듬뿍 올려 구워낸 감자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마치 피자를 먹는 듯한 느낌도 들면서, 한국적인 맛도 느껴지는 퓨전 음식이었다. 달콤 짭짤한 불고기와 고소한 치즈, 그리고 바삭한 감자의 조화는 정말 훌륭했다. 리코타 치즈 막걸리와도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혼자 왔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은은한 조명 아래,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며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음식의 맛과 분위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혼술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계속해서 젓가락이 향하는 육사시미는 신선함이 남달랐다. 얇게 썰린 육사시미 한 점을 집어 들어 음미하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곁들여 나온 깻잎에 싸 먹으니 향긋한 깻잎 향이 육사시미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육사시미를 먹는 동안 막걸리 잔도 계속해서 비워졌다.
혼자 술을 마시는 건 꽤나 즐거운 일이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굳이 대화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고, 오로지 음식과 술, 그리고 나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가끔은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그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무월에서는 다양한 전통주와 한식 메뉴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혼자 와서 여러 가지 메뉴를 맛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다음에는 친구와 함께 방문해서, 수육전골과 다른 막걸리도 꼭 맛봐야겠다. 메뉴를 고르면서 옆 테이블을 흘끗 보니, 큼지막한 뚝배기에 담긴 수육전골이 눈에 들어왔다. 얼큰한 국물에 푸짐하게 담긴 고기와 채소들이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어느덧 밤이 깊어 있었다. 은은한 달빛 아래, 행궁동의 고즈넉한 풍경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무월에서의 혼술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나 자신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과 같은 시간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분위기까지 완벽했던 무월. 앞으로 혼술이 생각날 때면, 망설임 없이 이곳을 찾을 것 같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식사 시간만큼 어색한 순간도 없다. 특히 저녁 시간에는 다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혼자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는 것이 왠지 모르게 주눅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무월처럼 혼자 온 손님도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따뜻한 분위기까지,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 될 것이다.
행궁동에서 혼자 저녁을 먹어야 한다면, 무월을 강력 추천한다. 혼자여도 괜찮아.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멋진 분위기가 당신의 저녁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다음에는 꼭 다른 메뉴에도 도전해봐야지. 특히, 석화와 수육전골이 눈에 아른거린다. 아, 그리고 리코타 치즈 막걸리는 무조건 큰 걸로 시키는 걸 추천한다!
오늘도 혼밥 성공! 무월 덕분에, 행궁동에서의 혼술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혼자 여행하는 모든 이들이여, 용기를 내어 무월의 문을 두드려보자. 분명, 당신의 밤도 아름다운 달빛으로 가득 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