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여행 중, 혼자 훌쩍 떠나온 길 위에서 문득 따뜻한 집밥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화려한 해산물 요리도 좋지만,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맛이 간절해질 때, 나는 주저 없이 일매식당의 문을 열었다. 낡은 듯 정감 있는 외관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는 듯한 편안함을 주었다. 붉은 벽돌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은 이곳이 단순한 식당이 아닌, 완도의 역사를 함께 해온 공간임을 짐작게 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테이블은 소박했지만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벽에는 완도의 풍경 사진들이 걸려 있어 마치 작은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도 들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음식 냄새는 금세 허기진 배를 더욱 자극했다. 혼자 온 나를 사장님은 따뜻한 미소로 맞아주셨다. “혼자 오셨능가? 어여 앉으랑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어찌나 정겹던지, 마치 외할머니 집에 온 듯 마음이 푸근해졌다.
메뉴판을 보니 백반이 8천 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눈에 띄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가격으로 푸짐한 한 상을 받을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백반을 주문했다. 잠시 후, 커다란 쟁반에 가득 담긴 반찬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10가지가 넘는 다양한 반찬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담겨 있었다.

쟁반 위에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쌀밥과 따뜻한 국, 그리고 각종 나물과 김치, 구운 생선까지, 정말 푸짐한 구성이었다. 마치 어머니가 차려주신 듯한 따뜻한 밥상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젓가락을 들어 가장 먼저 눈에 띈 생선구이를 맛봤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생선은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이어서 갖가지 나물들을 맛봤다. 쌉싸름한 맛이 매력적인 고사리나물, 향긋한 깻잎나물, 아삭한 콩나물 등, 하나하나 정성껏 무쳐낸 나물들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특히, 완도에서 직접 재배한 해초로 만든 나물은 신선한 바다 향이 그대로 느껴져 인상적이었다.

김치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잘 익은 묵은지는 깊은 맛을 자랑했고, 갓 담근 배추김치는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특히, 사장님께서 직접 담그신 갓김치는 톡 쏘는 맛과 향이 잊을 수 없는 풍미를 선사했다. 김치만으로도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국은 시원한 배춧국이었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국물은 입안을 개운하게 해줬다. 특히,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배추는 달큰한 맛을 더해줘 더욱 맛있었다. 뜨끈한 국물을 마시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반찬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과 맛에 감탄하며 밥을 먹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다가오셨다. “맛은 어떻소? 혹시 부족한 건 없능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보시는 모습에 또 한 번 감동했다. “정말 맛있습니다! 이렇게 푸짐하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말에 사장님은 환하게 웃으시며 “맛있게 먹어주니 내가 더 고맙소.”라고 답하셨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자, 사장님은 “어디서 왔능가?”라고 물으셨다. 서울에서 왔다고 말씀드리니, “멀리서 왔는데, 밥은 제대로 먹고 가야지.”라며 따뜻한 미소를 지으셨다. 마치 오랜 고향집에 방문한 듯한 푸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일매식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완도의 따뜻한 정과 인심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들은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완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일매식당은 꼭 한번 방문해야 할 완도 맛집이라고 감히 추천하고 싶다.

물론 아쉬운 점도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밥의 찰기가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다. 갓 지은 밥 특유의 윤기와 쫀득함이 덜해 살짝 아쉬웠지만, 푸짐한 반찬들과 따뜻한 인심 덕분에 그 정도는 충분히 잊을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 나는 택시를 잡았다. 기사님께 숙소 위치를 말씀드리자, 기사님은 빙긋 웃으시며 “일매식당에서 밥 먹고 오는 길인가 보네.”라고 말씀하셨다. 깜짝 놀라 어떻게 아셨냐고 여쭤보니, “그 집 사장님이 우리 부모님이라우. 완도 사람치고 거기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요.”라고 답하셨다.
기사님은 일매식당 자랑을 늘어놓으셨다. “우리 어머니 손맛이 얼마나 좋은지, 한번 먹어본 사람은 잊을 수가 없을 거요. 완도 사람들은 물론이고,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도 꼭 들르는 맛집이지.” 기사님의 말에 나는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역시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잠시 쉬는데, 택시 기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혹시 어디 가실 데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내가 모셔다 드릴게.” 깜짝 놀라 괜찮다고 말씀드리니, 기사님은 웃으시며 “아까 밥값도 제대로 못 받았는데, 이 정도는 해드려야지.”라고 말씀하셨다. 완도의 인심에 다시 한번 감동하며, 나는 기사님의 호의를 정중히 사양했다.

일매식당에서의 경험은 내 완도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맛있는 음식은 물론이고, 따뜻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다음에 완도를 방문하게 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일매식당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는 밥맛이 조금 더 좋아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일매식당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곳이 아닌,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공간이었다. 완도 지역명의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 일매식당에서 잊지 못할 맛과 정을 느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