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는 맛을 찾아 떠도는 유목민인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검색창에 ‘맛집’이라는 단어를 치는 순간, 내 안의 여행 본능은 걷잡을 수 없이 솟아오른다. 이번에는 강원도 양구였다. DMZ와 가까운 청정 지역,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숨겨진 맛집이라는 정보 하나만 믿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한 민물회 전문점. 양구는 6년이나 다녔지만, 이런 곳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은 정말이지 ‘이런 곳에 식당이 있을까?’ 싶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좁은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차를 몰아 들어가니, 거짓말처럼 식당이 나타났다. 낡은 기와집과 넓은 마당, 그리고 마당 한가운데 우뚝 솟은 거대한 고무나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4~5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고무나무는 이 집의 오랜 역사를 짐작하게 했다. 마치 깊은 산 속에서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감쌌다. 도심의 뜨거운 열기를 잊게 해주는 청량함. 식당 옆으로는 작은 개울가가 흐르고 있었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니 마음까지 평온해지는 듯했다. 식당은 마치 자연 속에 그대로 녹아든 모습이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정겨운 시골집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나무 테이블과 따뜻한 온돌방이 인상적이었다. 한쪽 벽면에는 벽난로가 자리하고 있었다. 겨울에는 장작불이 타오르는 따뜻한 풍경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훈훈해지는 듯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송어회와 향어회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고, 메기매운탕도 인기 메뉴라고 했다. 고민 끝에 송어회와 메기매운탕을 주문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김치, 샐러드, 튀김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노지 배추로 담근 김치는 아삭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고구마 튀김 또한 달콤하고 바삭해서 자꾸만 손이 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송어회가 나왔다. 붉은 빛깔의 송어회는 보기만 해도 신선함이 느껴졌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얇게 썰린 송어회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송어회는 얇게 썰어져서 더욱 부드럽게 느껴졌지만, 가끔씩 씹히는 잔뼈는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신선함은 그 모든 아쉬움을 덮고도 남을 만큼 훌륭했다.

송어회를 어느 정도 먹어갈 때쯤, 메기매운탕이 나왔다. 커다란 냄비에 담겨 나온 매운탕은 보기만 해도 얼큰해 보였다. 쑥갓, 미나리 등 각종 채소가 푸짐하게 들어있었고, 메기 살도 넉넉하게 들어있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온몸을 감쌌다. 텁텁함 없이 깔끔한 국물은 정말 꿀맛이었다.
메기 살은 부드럽고 담백했다. 뼈도 많지 않아서 먹기 편했다.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국물까지 남김없이 싹 비웠다. 정말이지 최고의 매운탕이었다. 왜 이 집이 매운탕 맛집으로 유명한지 알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마당에 나와 잠시 휴식을 취했다. 따뜻한 햇살 아래,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마당 한켠에는 작은 수족관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송어와 향어가 헤엄치고 있었다. 살아있는 물고기를 직접 보니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다. 자연을 이용한 고기 저장 방법이라니, 정말 놀라웠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삼성페이가 잘 안 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현금이나 카드를 챙겨오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는 다행히 카드를 챙겨와서 무사히 계산할 수 있었다.
이 식당은 꽤 오래된 곳인 듯했다. 하지만 오래된 분위기 속에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정겨움이 좋았다. 직원분들도 친절했고, 사장님 또한 푸근한 인상으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사장님이 직접 키우신다는 거대한 고무나무는 이 집의 자랑거리라고 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파리가 조금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외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정도는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돌아오는 길, 든든하게 채워진 배만큼이나 마음도 풍족해짐을 느꼈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었다. 양구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른들이 특히 좋아할 만한 곳이다.

누군가 내게 양구 맛집을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집을 추천할 것이다. 굽이굽이 찾아가는 수고로움이 전혀 아깝지 않은 곳. 자연 속에서 즐기는 최고의 맛집 경험을 선사해 줄 것이다.
여행 팁: 이 집은 제철 음식을 추천한다고 한다. 방문하기 전에 미리 전화로 문의하고 가면 더욱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단체 회식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조용하고 아늑한 온돌방도 마련되어 있다.

식당을 나서며 다시 한번 고무나무를 올려다봤다. 오랜 시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고무나무처럼, 이 식당도 변함없이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을 나누는 곳으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