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늦가을, 뜨끈한 국물이 간절해졌다. 평소 쌀국수를 즐겨 먹는 나는 등촌동에 숨겨진 보석 같은 쌀국수 맛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은 바로 ‘띠아낭 등촌본점’.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도 소개되었다는 이곳은 이미 가양역 일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다.
퇴근 시간이 조금 지난 저녁, 혹시나 웨이팅이 있을까 걱정하며 도착했는데, 역시나 가게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테이블링 앱으로 원격 줄서기를 해놓고 왔기에 망정이지, 그냥 왔더라면 얼마나 기다려야 했을까. 다행히 내 앞에 대기 팀은 두 팀뿐. 잠시 주변을 구경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띠아낭의 외관을 살펴보니, 마치 베트남의 작은 골목에 있을 법한 아담하고 정겨운 분위기였다. 원목 테이블과 따뜻한 조명이 어우러진 내부는 아늑했고, 은은하게 풍겨오는 고수 향과 육수 향은 쌀국수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섰다.
메뉴판을 보니 양지 가득 쌀국수와 양지&깐양 듬뿍 쌀국수가 가장 눈에 띄었다. 고민 끝에 나는 양지&깐양 듬뿍 쌀국수 곱빼기를 주문했다. 곱빼기임에도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아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쌀국수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는 수제 새우고기 짜조도 함께 주문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쌀국수가 내 앞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로 듬뿍 올려진 양지와 깐양, 그리고 송송 썰어 올린 파가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곱빼기라 그런지 양이 정말 푸짐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놋그릇을 연상케 하는 짙푸른 색의 그릇 가장자리에는 섬세한 문양이 새겨져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먼저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와, 정말 진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매일 새벽 직접 끓인다는 육수는 12시간 이상 우려낸 듯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했다. 흔한 쌀국수에서 느껴지는 옅은 향신료 맛이 아닌, 마치 사골 곰탕처럼 묵직한 육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잡내 없이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면발은 어떨까?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리니, 쫄깃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한 입 맛보니 역시나!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면발은 진한 육수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면발 자체에도 간이 잘 배어 있어 더욱 맛있었다.
이제 고기를 맛볼 차례. 띠아낭의 쌀국수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 푸짐한 고기 양에 있다. 얇게 슬라이스 된 양지 고기는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렸다. 깐양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특히 깐양은 특유의 냄새 때문에 꺼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띠아낭의 깐양은 전혀 냄새가 나지 않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양지와 깐양을 함께 먹으니 식감도 더욱 다채로워져 먹는 재미를 더했다.

나는 쌀국수를 먹을 때 고수를 듬뿍 넣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띠아낭은 셀프바에서 숙주와 양파절임, 소스를 취향껏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고, 고수는 따로 요청하면 넉넉하게 제공해 주었다. 망설임 없이 고수를 한 움큼 집어 쌀국수에 넣었다. 향긋한 고수 향이 쌀국수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셀프바에는 숙주와 양파 외에도 절인 양파와 단무지도 준비되어 있었다. 쌀국수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도 잡아주고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절인 양파는 일반적인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평범한 맛이 아니었다. 뭔가 특별한 비법이 있는 듯, 쌀국수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제 새우고기 짜조가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짜조는 쌀국수와 함께 띠아낭의 인기 메뉴로 손꼽힌다. 황금빛 라이스페이퍼로 감싸 튀겨낸 짜조는 보기만 해도 바삭함이 느껴졌다.

한 입 베어 무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조화에 감탄했다. 다진 돼지고기와 채소가 어우러진 속은 육즙이 가득했고, 통통한 새우가 씹히는 식감도 좋았다. 특히 띠아낭의 짜조는 쌀국수를 다 먹을 때까지 눅눅해지지 않고 바삭함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함께 제공되는 새콤달콤한 소스에 찍어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쌀국수와 짜조를 번갈아 가며 먹으니, 정말 쉴 틈 없이 입으로 들어갔다. 곱빼기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국물이 너무 맛있어서 밥을 말아 먹고 싶었지만, 배가 너무 불러 아쉽게도 포기해야 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벽면에 ‘레슐랭 가이드 선정 증미역 5대 맛집’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계산대 옆에는 커피 머신도 준비되어 있어,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즐길 수도 있었다.
띠아낭 등촌본점에서의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진하고 깊은 국물 맛, 푸짐한 양, 저렴한 가격,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왜 이곳이 등촌동 맛집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지, 그리고 왜 사람들이 웨이팅을 감수하면서까지 이곳을 찾는지 알 수 있었다.
등촌동, 가양역, 증미역 근처에서 쌀국수 맛집을 찾는다면 띠아낭 등촌본점을 강력 추천한다. 특히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날, 띠아낭의 쌀국수 한 그릇이면 추위도 잊고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조만간 다시 방문해서 이번에는 양지 가득 쌀국수와 분짜를 먹어봐야겠다.

돌아오는 길, 따뜻한 쌀국수 국물 덕분에 몸도 마음도 훈훈해졌다. 띠아낭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마치 베트남 현지에 와 있는 듯한 특별한 추억을 선사해 주었다. 앞으로 쌀국수가 생각날 때면, 나는 망설임 없이 띠아낭 등촌본점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