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 부부가 글쎄, 창원에 기가 막힌 샤브샤브 맛집이 있다고 야단법석을 떠는 통에, 늙은 몸을 이끌고 먼 길을 나섰다. 상남동이라… 젊음이 넘실거리는 동네라 그런지, 건물들이 죄다 높고 번쩍번쩍한 것이, 촌에서 갓 올라온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 그래도 딸 덕분에 이런 지역 명소에도 와보고, 늙어서 호강하는구나 싶어 마음이 뭉클했다.
주차장에 차를 겨우 대고 식당으로 올라갔는데, 겉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들었다. 낡은 건물 외관과는 딴판으로, 안에 들어서니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화장실까지 깨끗한 걸 보니, 이 집은 정말 음식에도 정성을 들이는 곳이구나 싶었다.
자리에 앉으니, 직원분이 친절하게 육수 종류를 설명해주셨다. 얼큰한 훠궈 육수랑 맑은 닭 육수를 추천해주시길래, 두 가지를 섞어서 주문해봤다. 반반 냄비에 담겨 나온 육수를 보니, 마치 음과 양처럼 묘하게 조화로운 것이, 맛도 얼마나 좋을까 기대감이 샘솟았다.

셀프바에 가보니, 이야, 세상에 마상에! 싱싱한 야채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게 아니겠어? 배추, 청경채, 숙주, 버섯… 종류도 어찌나 다양한지, 눈이 휘둥그래졌다. 뷔페식으로 이것저것 담아 먹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기는 샤브샤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딱 필요한 것들만 갖춰져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샐러드바에 탕수육이나 튀김 같은 류는 없었지만, 건강한 재료들로 가득 차 있어서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우선 닭 육수에 야채를 듬뿍 넣고 끓였다. 뽀얀 국물이 우러나오는 걸 보니, 마치 집에서 엄마가 끓여주던 삼계탕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닭 육수는 맑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조미료 맛이 강하지 않고, 은은하게 퍼지는 닭고기 향이 정말 좋았다.

이번에는 훠궈 육수에 도전해봤다. 마라 향이 확 풍기는 것이, 콧속까지 얼얼해지는 느낌이었다. 육수를 한 입 맛보니, 이야, 이거 정말 맵다! 매운 걸 잘 못 먹는 사람은 힘들 수도 있겠지만, 나는 매콤한 맛을 좋아해서 그런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계속 숟가락이 갔다. 넙적당면이랑 유부를 넣어서 먹으니, 쫄깃쫄깃한 식감에 매콤한 국물이 배어들어 정말 꿀맛이었다.

고기는 우삼겹으로 시켰는데,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것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꼴깍 넘어갔다. 얇게 썰린 우삼겹을 닭 육수에 살짝 데쳐서 먹으니,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것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훠궈 육수에도 넣어 먹으니, 매콤한 국물이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줘서,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
소스는 땅콩, 칠리, 간장 세 가지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나는 특히 땅콩 소스가 마음에 들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땅콩 소스에 고기를 푹 찍어 먹으니, 이야, 정말 꿀맛이다! 칠리 소스는 매콤달콤해서,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간장 소스는 깔끔하고 담백해서, 고기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배가 터질 지경이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게 있지. 바로 죽! 남은 육수에 밥이랑 김가루, 계란을 넣고 끓여 먹는 죽은, 정말이지 환상의 맛이었다. 특히 닭 육수에 끓인 죽은,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것이, 마치 보양식을 먹는 기분이었다.

다 먹고 나니, 정말 배가 빵빵해졌다. 소화도 시킬 겸, 딸이랑 상남동 거리를 좀 걸었는데, 젊은이들이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젊어지는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샤브샤브 맛이 자꾸 생각났다. 닭 육수의 은은한 닭고기 향, 훠궈 육수의 얼얼한 매운맛, 야들야들한 우삼겹, 고소한 땅콩 소스… 정말이지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다음에 창원에 갈 일이 있으면, 꼭 다시 들러야겠다. 그때는 아들 녀석도 데려가서, 이 맛있는 샤브샤브를 함께 나눠 먹어야지. 샐러드바 없는 샤브샤브집은 처음이었지만, 오히려 깔끔하고 음식 하나하나에 집중한 느낌이라 더 만족스러웠다. 육수를 직접 만든다고 하던데, 정말이지 그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냄비 코팅이 벗겨진 곳이 있는 걸 보니, 오래 사용한 냄비 같았다. 뭐, 음식 맛에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그래도 찝찝한 건 어쩔 수 없더라.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직원들이 불친절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친절하게 대해주셨지만,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도 있겠지. 또, 주차장 들어가는 길이 좁고, 자리가 부족할 때도 있다고 하니, 차를 가져가는 분들은 참고하시는 게 좋겠다.
그래도 이 모든 걸 감안하더라도, 이 집 샤브샤브는 정말 맛있다. 특히 야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가봐야 할 창원 맛집이다. 싱싱한 야채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가치가 있다.

혹시 상남동에 갈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서 샤브샤브를 맛보시길 바란다. 후회는 절대 안 할 거라 장담한다! 아이고, 또 먹고 싶네. 조만간 딸한테 또 가자고 졸라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