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여름의 끝자락, 찌는 듯한 무더위에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에어컨 바람 없이는 잠시도 버티기 힘든 날들이 이어지니, 자연스레 몸보신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아버지께서 흑염소가 몸에 그렇게 좋다시며 칭찬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마침 대전 근교 옥천에 흑염소 요리로 유명한 맛집이 있다고 하여, 주말을 틈타 옥천으로 향했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굽이굽이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니, 드디어 목적지인 ‘가마솥흑염소’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소박한 모습이었다. 커다란 가마솥이 입구에서부터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이곳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짐작하게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고 깔끔한 내부가 인상적이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 벽 한쪽에는 흑염소의 효능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는데, 읽어보니 괜스레 더욱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메뉴판을 보니 흑염소전골, 흑염소탕, 삼계탕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고민 끝에, 흑염소의 깊은 맛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 흑염소전골을 주문했다. 아이들을 위해 삼계탕도 함께 시켰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식탁을 가득 채웠다. 깍두기, 백김치, 깻잎장아찌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사장님께서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로 만들었다는 말에 더욱 믿음이 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흑염소전골이 테이블에 놓였다. 냄비 가득 푸짐하게 담긴 흑염소 고기와 싱싱한 부추의 조화로운 모습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흑염소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은은하게 풍기는 향긋한 부추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자, 흑염소 고기 위로 듬뿍 뿌려진 들깨가루가 녹아들면서 더욱 깊고 진한 향을 냈다. 젓가락으로 고기 한 점을 집어 들깨가루, 다진 마늘, 초고추장을 섞은 특제 소스에 콕 찍어 입에 넣으니,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흑염소 특유의 풍미와 고소한 들깨, 매콤한 소스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자아냈다.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고, 전혀 질기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함께 들어있던 부추는 숨이 죽으면서 흑염소 육수의 깊은 맛을 머금어 더욱 풍성한 맛을 냈다. 아삭아삭한 식감도 살아있어, 흑염소 고기와 함께 먹으니 최고의 조합이었다. 흑염소전골 국물은 정말 진국이었다. 텁텁함 없이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고, 먹을수록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주문한 삼계탕도 기대 이상이었다. 뽀얀 국물에 푹 삶아진 닭은 살이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웠다. 아이들이 어찌나 잘 먹던지,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내는 모습에 절로 흐뭇해졌다.

어느 정도 흑염소 고기를 건져 먹고 난 후, 볶음밥을 추가했다. 흑염소전골 국물에 밥과 김치, 김가루 등을 넣고 볶아주니, 정말 꿀맛이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볶음밥은 남은 국물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배가 불렀지만,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기운이 솟아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무더위에 지쳐있던 몸과 마음에 활력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사장님 내외분도 어찌나 친절하신지, 음식을 먹는 내내 불편함 없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식당 앞에는 아이들이 탈 수 있는 그네도 마련되어 있어, 식사 후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았다. 아이들은 그네를 타며 즐거워했고, 나는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옥천 ‘가마솥흑염소’에서 맛있는 흑염소전골로 몸보신 제대로 하고 돌아온 하루였다. 신선한 재료와 정성 가득한 손맛,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특히, 흑염소 특유의 잡내 없이 깔끔하고 깊은 맛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앞으로 몸이 허할 때면, 옥천 ‘가마솥흑염소’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