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오래된 골목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이웃집’, 부산에서도 숨겨진 맛집이라 불리는 곳. 좁은 골목 안, 따스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그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아늑함을 풍겼다.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고래고기와 퀄리티 좋은 참치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에, 며칠 전부터 마음은 이미 저 멀리 앞서 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소박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은 것은 조금 아쉬웠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벽에는 다녀간 손님들의 흔적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고, 곳곳에 놓인 작은 소품들이 정겨움을 더했다. 홀을 담당하시는 분은 혼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예약하지 않았다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에, 미리 예약을 해둔 나 자신이 얼마나 다행스럽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2인석에 앉아 잠시 기다리자, 홀을 담당하시던 분께서 눈치 빠르게 더 넓은 자리로 안내해주셨다. 작은 배려였지만, 그 따뜻함에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혼마구로와 고래를 함께 맛볼 수 있는 모듬을 주문하기로 마음먹었다. 메뉴를 기다리는 동안,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를 채워나갔다. 특히 전구지무침과 가자미무침은 입맛을 돋우는 데 완벽했다.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진 그 맛은,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부터 소주 한 병을 비우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다대기 역시 훌륭했는데, 쓰읍,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 맛이 떠올라 침이 고인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메뉴가 등장했다. 접시 위에 펼쳐진 고래고기와 참치의 향연은 그야말로 황홀경이었다. 밍크고래의 윤기 흐르는 자태는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했다. 붉은 빛깔의 참다랑어는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고, 촘촘하게 박힌 마블링은 입 안에서 살살 녹을 것만 같았다. 사진에서 보듯이, 고래고기는 얇게 썰어져 있었지만, 그 맛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오히려 입 안 가득 퍼지는 풍미는 깊고 진했으며, 쫄깃한 식감은 씹는 즐거움을 더했다.
고래고기부터 맛을 보았다. 젓갈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지금까지 먹어왔던 고래고기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꼬소함이 입 안 가득 퍼져나갔다. 소고기처럼 묵직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은, 마치 고급 육회를 먹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밍크고래는 입문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만큼 부드럽고 깔끔했다. 예전에 자갈치 시장에서 먹었던 고래고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때는 느끼하고 비린 맛에 질려버렸는데, ‘이웃집’의 고래고기는 그런 기억을 완전히 잊게 만들었다.

다음으로는 참치를 맛볼 차례. 혼마구로 오도로는 그야말로 입에서 녹아내리는 듯했다. 기름진 뱃살은 와사비만 살짝 올려 먹으니, 고소함과 감칠맛이 폭발했다. 김에 싸 먹는 것보다 훨씬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참치 퀄리티는 1인당 10만원이 넘는 고급 참치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붉은 살결 사이사이 촘촘히 박힌 마블링은 눈으로 보기에도 황홀했고, 입 안에서는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고래고기와 참치를 번갈아 가며 맛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기름진 고래고기와 담백한 참치의 조화는, 마치 환상의 짝꿍 같았다. 둘 다 워낙 귀한 재료라 자주 방문하기는 어렵겠지만,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았다.

식사를 하면서, 홀을 담당하시는 분의 친절함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혼자서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손님들의 테이블을 일일이 살피며 필요한 것을 챙겨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더욱 편안하고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중(中) 사이즈 고래고기가 12만 5천원이라는 가격은, 솔직히 쉽게 지갑을 열기 어려운 금액이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다소 시끄럽다는 점도 아쉬웠다. 옆 테이블과의 간격이 거의 붙어 있다시피 해서, 조용하고 편안한 식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이웃집’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특히 고래고기를 좋아하거나,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고래고기 특유의 풍미와 쫄깃한 식감, 그리고 신선한 참치의 조화는, 돈으로 살 수 없는 특별한 가치를 선사한다.

계산을 하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왠지 모를 아쉬움이 밀려왔다. 마치 꿈결처럼 스러지는 고래의 섬을 탐험하고 돌아온 기분이랄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는 조금 더 여유롭게, 소주 한잔 기울이며 고래고기의 풍미를 음미하고 싶다.
돌아오는 길, 골목길은 여전히 어둡고 조용했지만, 내 마음속에는 따스한 불빛이 켜진 듯했다. ‘이웃집’에서의 특별한 경험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고래고기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이웃집’의 문을 두드려보기를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단, 예약은 필수라는 점을 잊지 마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