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맛집 기행: 청자골종갓집에서 만끽하는 남도 한정식의 풍류

강진으로 향하는 길, 설렘 반 걱정 반이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익숙하지만, 남도 한정식을 혼자 먹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도전이니까. ‘혼밥’ 레벨이 급상승하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어쩌겠어, 이왕 마음먹은 거 제대로 즐겨보기로 했다. 강진은 남도답사 1번지라고 하니, 든든하게 배부터 채워야지.

목적지는 강진읍에 자리한 청자골종갓집.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고택의 멋스러움 때문이었다. 1900년대 초반 광주 충장로에 있던 한옥을 옮겨왔다는 이야기에 끌렸다. 낡은 기와지붕과 푸른 잔디 마당이 어우러진 풍경을 상상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었다. 혼자 밥을 먹더라도, 분위기 좋은 곳에서 여유롭게 즐기고 싶었다.

식당에 도착하니, 과연 기대 이상이었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푸른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과 담장을 따라 늘어선 분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청자골종갓집의 기와지붕
오래된 기와지붕이 멋스러운 청자골종갓집.

마당 한켠에는 소나무 정원수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몇 구비 몸을 뒤틀어 용솟음치는 듯한 자태가,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했다. 댓돌을 따라 걷다 보니, ‘종가’라는 글씨가 쓰인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숙연해지는 기분이었다.

“혼자 오셨어요?”

직원분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섰다. 방마다 ‘무슨 실’ 하는 식으로 이름이 붙어있는 게 재미있었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대들보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덕분에 답답하지 않고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창호문 너머로 보이는 잔디 마당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넓어 보였다.

방 안에서 바라본 풍경
창 너머로 보이는 한옥 풍경이 운치를 더한다.

메뉴는 4인 기준으로 10만원, 12만원 두 가지가 있었다. 혼자 왔지만, 2인 상은 없다는 말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왕 온 거 제대로 즐겨보기로 했다. 1인당 4만원, 5만원으로 주문할 수도 있었지만, 남도 한정식의 진수를 느껴보려면 제대로 된 상차림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눈 딱 감고 10만원짜리 ‘수라상’을 주문했다. 혼밥에 이 정도 투자는 해줘야지!

잠시 후,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남도 밥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30여 가지의 음식들이 빼곡하게 차려진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와… 이걸 혼자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도 잠시, 젓가락을 들자마자 폭풍 흡입이 시작됐다. 쇠고기회 한 점을 살짝 구워 먹으니,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상추대로 요리한 궁채는 아삭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회, 전복, 멍게 등 신선한 해산물도 훌륭했고, 홍어삼합, 산낙지, 육회, 불고기, 보리굴비, 시래기된장국 등 남도의 대표 음식들이 총출동했다. 젓갈 종류도 다양했는데, 토하젓과 갈치속젓은 특히 밥도둑이었다.

상다리 휘어지는 한 상 차림
다채로운 남도 음식으로 가득한 수라상.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졌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것은 물론이고, 양념도 과하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좋았던 점은, 나물류보다는 단품 요리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덕분에 한정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자 조용히 음식을 음미하며, 창밖 풍경을 감상했다.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잔디 마당을 바라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마치 자연 속에서 식사를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먹다 보니 배가 너무 불렀다. 나오는 종류가 너무 많아서, 음식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4인 기준으로 나오는 상이다 보니,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아까운 마음에 포장이라도 해가고 싶었지만, 혼자 여행 중이라 여의치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젊은 사장님께서 인사를 건네셨다. 친절한 미소와 따뜻한 말 한마디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혼자 와서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은지 여쭤봤다. 사장님께서는 오히려 혼자 오는 손님들도 많다며, 편하게 식사하고 가시면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청자골종갓집,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남도의 풍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강진 맛집이었다. 아름다운 한옥과 정갈한 음식,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방문해서 남도 한정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다음에 강진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그때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이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고 싶다.

따뜻한 철판 위의 소고기 구이
뜨겁게 구워 먹는 소고기 구이는 언제나 옳다.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괜찮아.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강진 여행, 청자골종갓집 덕분에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놋그릇에 담긴 밥
놋그릇에 담긴 따뜻한 밥 한 공기.
고소한 굴비 구이
짭짤하고 고소한 굴비는 밥도둑!
달콤한 표고버섯 탕수육
표고버섯 탕수육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맛.
정갈한 밑반찬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밑반찬들.
싱싱한 해산물 모듬
싱싱한 해산물은 언제나 옳다.
따뜻한 철판 위의 소고기 구이
뜨겁게 구워 먹는 소고기 구이.
맛있는 밥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밥.
청자골종갓집 외관
멋스러운 한옥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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