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그곳, ‘오키나라’로 향했다. 며칠 전 TV에서 우연히 본 이자카야였는데, 왠지 모르게 끌리는 분위기와 신선해 보이는 해산물 요리들이 발길을 붙잡았다. 중랑구 골목길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곳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아늑하면서도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졌다. 은은한 조명이 따뜻하게 비추는 외관은 마치 일본의 작은 골목길에 있는 이자카야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낡은 듯하면서도 정감 있는 간판이 눈에 띄었고, 그 아래로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가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몇 개 놓여 있지 않았지만, 그만큼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벽면에는 일본풍 그림과 소품들이 장식되어 있었고, 은은한 조명 아래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평일 저녁인데도 손님들이 꽤 많았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다행히 자리가 있어 바로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사시미, 구이, 튀김, 탕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늘의 추천 메뉴’라고 적힌 칠판에는 그날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로 만든 요리들이 적혀 있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직원분께 추천을 부탁드렸더니, “저희 집은 숙성회가 찐입니다. 특히 오늘 들어온 전갱이가 아주 신선합니다.”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숙성회는 왠지 믿음이 갔다. 숙성회와 함께, 놀라운 토요일에 나왔다는 ‘극락’이라는 메뉴와, 감바스에 면 추가, 그리고 오징어 먹물 튀김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오픈형 주방에서는 요리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그들의 손길에서 맛있는 요리가 탄생하리라는 기대감이 샘솟았다. 벽에 걸린 일본 술병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이곳이 단순한 식당이 아닌, 일본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숙성회가 나왔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붉은 빛깔의 숙성회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곁들여 나온 와사비와 간장을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그야말로 황홀경이었다. 숙성회 특유의 쫀득한 식감과 깊은 맛은 신선함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특히 추천 받았던 전갱이는 정말 입에서 살살 녹았다. 신선함은 기본이고, 숙성을 통해 더욱 깊어진 풍미가 일품이었다.

다음으로 나온 메뉴는 ‘극락’. 차돌박이 스키야키였다. 얇게 썬 차돌박이와 신선한 야채가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육수를 붓고 끓기 시작하자,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잘 익은 차돌박이를 계란 노른자에 찍어 먹으니,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했다. 달콤 짭짤한 육수와 고소한 차돌박이의 조화는 정말 ‘극락’이라는 이름에 걸맞았다.

감바스 알 아히요는 올리브 오일에 새우, 마늘, 페페론치노 등을 넣고 끓인 스페인 요리였다. 이곳에서는 특이하게 면을 추가할 수 있었는데, 면을 추가하니 파스타처럼 즐길 수 있었다. 올리브 오일에 푹 적셔진 면을 돌돌 말아 새우와 함께 먹으니,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오징어 먹물 튀김은 비주얼부터 압도적이었다. 새까만 튀김 위에 레몬 조각이 얹어져 나왔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튀김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다. 함께 나온 소스에 찍어 먹으니, 느끼함도 잡아주고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술이 빠질 수 없었다. 사케 한 잔을 시켜 천천히 음미하며, 친구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좋은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은 그야말로 힐링이었다.
오키나라의 또 다른 매력은 친절한 서비스였다. 직원들은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고,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해 주었다. 특히, 새우 머리를 먹기 좋게 손질해서 버터구이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는 감동적이었다. 바삭하게 구워진 새우 머리는 맥주 안주로 제격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것이다. 동네 이자카야 치고는 가격대가 조금 있는 편이지만, 신선한 재료와 훌륭한 맛,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를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우니는 신선했지만, 숙성회의 퀄리티에 비해 다소 아쉬웠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우니의 퀄리티가 조금 더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면서,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중랑구에서 이렇게 만족스러운 이자카야를 찾게 될 줄은 몰랐다. 오키나라는 맛, 분위기, 서비스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곳이었다. 서울에서 맛있는 이자카야를 찾는다면, 오키나라를 강력 추천한다. 특히, 숙성회는 꼭 먹어봐야 할 메뉴다. 신선한 해산물과 일본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오키나라로 떠나보자.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키나라에서 맛보았던 음식들의 여운이 계속 맴돌았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들도 맛봐야겠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오키나라는 나에게 단순한 맛집을 넘어,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 밤, 나는 오키나라에서의 행복한 기억을 곱씹으며 잠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