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지인들과의 약속 장소인 ‘토반’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가포, 그 이름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낭만적인 바닷가의 풍경이 떠오르는 곳. 물론, ‘토반’은 바닷가 바로 앞은 아니었지만, 은은하게 풍겨오는 바다 내음이 기대감을 한층 더 고조시켰다.
문을 열고 들어선 식당 내부는 생각보다 넓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가족 단위 손님들이 눈에 띄는 걸 보니, 이곳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지역 맛집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작은 놀이방도 마련되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찾았던, 정겨운 분위기의 갈비집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삼겹살과 돼지갈비가 주력 메뉴인 듯했지만, 나의 선택은 단연 돼지갈비였다. 어릴 적 추억이 깃든 그 달콤 짭짤한 양념 맛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점심특선 메뉴는 가성비가 좋다는 평이 많아 더욱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숯불이 들어오고, 곧이어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싱싱한 쌈 채소와 샐러드, 슴슴하게 익은 백김치, 그리고 따뜻한 잡채까지.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찬들을 보니, 주인장의 손맛과 정성이 느껴지는 듯했다. 특히, 뜨겁게 구워져 나온 김치전은 묘하게 끌리는 맛이었다. 돼지갈비가 나오기도 전에, 젓가락은 이미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돼지갈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갈비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숯불 위에 갈비를 올리자,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달콤한 양념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연기가 피어오르며 시야를 가렸지만, 그마저도 즐거운 기다림의 일부였다.

갈비가 어느 정도 익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숯불 위에 다시 올려놓았다.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갈비를 보니, 어서 맛보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젓가락을 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갈비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조심스럽게 입 안으로 가져가 첫 입을 베어 무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양념이 입 안 가득 퍼져 나갔고, 부드러운 육질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더했다. 어릴 적 먹었던 바로 그 맛, 추억 속의 맛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듯했다. 과하지 않은 단맛과 은은한 숯불 향이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선사했다.
상추 위에 윤기 흐르는 갈비 한 점을 올리고, 쌈장과 마늘을 곁들여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입 안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맛의 향연은,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쌈 채소의 싱그러움과 갈비의 풍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함께 주문한 된장찌개도 빼놓을 수 없었다. 구수한 된장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찌개는, 돼지갈비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두부와 애호박, 버섯 등 다양한 재료가 듬뿍 들어간 찌개는, 깊고 진한 맛을 내었다. 특히, 밥에 슥슥 비벼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훌륭했다.
어느덧 테이블 위에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갈비 접시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마치 어린 시절,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난 후 느꼈던 그 아쉬움과 비슷한 감정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비빔냉면을 추가로 주문했다. 매콤 달콤한 양념에 비벼진 냉면은,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남은 갈비를 냉면에 싸서 먹으니, 또 다른 별미였다. 차가운 냉면과 따뜻한 갈비의 조화는, 예상외로 훌륭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일어서니,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친절한 미소와 따뜻한 배웅에, 기분 좋게 식당 문을 나설 수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방문객들은 손님이 몰릴 때 서비스가 다소 부족하다거나, 고기의 양이 조금 적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밑반찬의 구성이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맛있는 돼지갈비를 맛보며,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한다.
가포 지역의 맛집 ‘토반’. 화려한 맛이나 특별한 서비스는 아닐지 몰라도, 푸근한 인심과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돼지갈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 ‘토반’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긴 여운을 남기며 식당 문을 나섰다. 가포의 밤바다는 잔잔했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배부른 만족감과 함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듯한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다음에 또 이곳을 찾을 것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