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비 오는 날이면 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칼칼한 국물이 그리워지곤 합니다. 오늘 제가 찾은 곳은 바로 그런 날씨에 딱 어울리는, 쌍문동의 숨은 보석 같은 이자카야입니다. 겉모습은 투박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겨왔습니다. 오래된 듯 정갈한 나무 간판에는 ‘달’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 밤하늘의 달처럼 은은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지요. 왠지 모르게 첫눈에 마음을 사로잡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니, 테이블은 많지 않았지만 아늑함으로 가득했습니다. 1-2명이 편안하게 술 한잔 기울이기 딱 좋은 아담한 공간이었지요. 테이블마다 놓인 조명은 은은한 온기를 더해주었고, 벽면에는 정성껏 꾸며진 듯한 그림들이 걸려 있어 더욱 포근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이 제 마음을 감쌌습니다.

오늘 저의 방문 목적은 바로 이 집의 특별한 ‘흰살삼합’을 맛보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조합이라 어떤 맛일지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주문을 했습니다. 곧이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정말이지 감탄 그 자체였습니다.

동그란 접시 위에는 쫀득한 식감의 흰살 생선회와 짭짤한 새우장, 그리고 아삭한 백김치가 정갈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이 세 가지가 어우러져 어떤 맛을 낼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지만, 하나씩 맛을 보니 왜 ‘삼합’이라 불리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흰살 생선회는 입안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리는 부드러움이 일품이었고,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새우장은 밥도둑이 따로 없었습니다. 거기에 시원하고 아삭한 백김치가 느끼함을 잡아주니, 정말 환상의 궁합이었습니다. 이 조합이라면 술안주로도, 밥반찬으로도 든든하게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은 마침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는데, 이런 날씨에 딱 어울리는 메뉴가 또 있었으니 바로 ‘김치나베돈까스’였습니다. 뜨끈하게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이 요리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돈까스와 칼칼한 김치, 그리고 부드러운 계란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소주 도둑’이었습니다. 한 숟갈 뜨면 입안 가득 퍼지는 풍성한 맛에 저도 모르게 “아이고, 이 맛 좀 봐라!”를 외치고 말았지요. 오랜만에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처럼, 익숙하면서도 깊은 맛에 절로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메뉴가 있었으니 바로 ‘명란계란말이’였습니다. 포실포실 부드러운 계란 안에서 톡톡 터지는 명란의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죠. 겉에는 가쓰오부시가 솔솔 뿌려져 있어 더욱 풍성한 맛을 더했습니다. 한 입 베어 물면 입안에서 스르륵 녹아내리는 부드러움에,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그 외에도 이 집은 신선한 식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해 주방장님의 손맛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다양한 안주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모듬숙성회는 동네에서는 최고라 할 만큼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우니는 당연히 신선하고 맛있었으며, 고로케 또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제 입맛을 제대로 사로잡았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4인 테이블이 없다는 점입니다. 조금 더 많은 인원이 함께 방문하기에는 공간이 협소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1-2명 혹은 3명 정도의 소규모 모임이라면, 이곳만큼 아늑하고 맛있는 곳도 드물 것입니다.
사장님도 정말 친절하셨습니다. 손님 하나하나에게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느껴졌고,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아늑한 분위기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정말 완벽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마치 동네에 숨겨진 보물창고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성과 진심이 담긴 음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런 곳 말입니다. 다음에 또 비 오는 날, 혹은 고향 집 밥상이 그리운 날이 오면 망설임 없이 다시 찾고 싶은 그런 이자카야였습니다. 어린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두가 외식 코스 1순위로 꼽을 만한 맛집임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