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꽉 막힌 도로를 벗어나 한적한 남쪽으로 향하는 길은 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특히 낯선 고흥 땅에 발을 들일 때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어떤 맛집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은근한 기대감이 샘솟는다. 이번 고흥 여정의 핵심은 바로 ‘맛’이었다. 평소 혼자 밥 먹는 것을 즐기는 나에게, 이곳 거금팔경식당은 마치 운명처럼 다가왔다. 후기가 하나같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혼자 와도 괜찮을까?’, ‘1인분 주문은 가능할까?’ 하는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문을 열었다.
식당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따뜻한 분위기는 처음부터 나를 안심시켰다. 왁자지껄한 소란스러움 대신,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와 맛있는 음식 냄새가 어우러져 편안함을 선사했다. 어쩌면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앉는다면 조금 눈치가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곳은 꽤 넓은 공간에 테이블 간 간격도 적당했고, 특히 벽 쪽으로 안내받은 좌석은 혼자 앉아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독립적인 느낌을 주었다.
메뉴판을 훑어보다가, 주변 테이블에서 주문한 ‘주물럭’과 ‘김치찌개’가 너무 맛있어 보여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혼자서도 충분히 먹을 수 있냐는 나의 질문에 사장님은 환한 미소와 함께 “그럼요, 혼자 오셔도 푸짐하게 드실 수 있어요.”라고 답해주셨다. 이 한마디에 ‘오늘도 혼밥 성공!’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잠시 기다리자, 곧이어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메인 메뉴도 메인 메뉴지만, 그 앞에 놓인 밑반찬의 가짓수에 입이 떡 벌어졌다. 하나, 둘, 셋… 헤아리기도 벅찰 만큼 다채로운 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갓 담근 듯한 아삭한 김치와 매콤달콤한 파김치, 정갈하게 무쳐낸 각종 나물, 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젓갈류까지. 모든 반찬 하나하나에 사장님의 정성이 가득 느껴졌다. 특히, 리뷰에서 몇 번이나 언급되었던 김치와 파김치는 기대 이상이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이 우러나와, 밥 한 숟갈에 얹어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이윽고 주문한 주물럭이 나왔다. 커다란 솥에 푸짐하게 담겨 나온 주물럭은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야들야들한 고기와 신선한 채소, 그리고 적당한 매콤함이 어우러진 양념의 조화는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젓가락으로 집어 한 입 가득 넣으니, 부드러운 고기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깊고 중독성 있는 양념 덕분에, 밥 한 공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쌈 채소에 쌈장과 함께 싸 먹으니, 그 풍미가 배가되었다.

함께 주문한 김치찌개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푹 익은 김치의 깊은 맛과 돼지고기의 풍미가 어우러져,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짜지 않고 시원한 국물은 계속해서 숟가락질을 하게 만들었다. 밥에 김치찌개를 슥슥 비벼 먹고, 밑반찬을 곁들여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웠다. 분명 혼자 왔는데, 마치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듯한 푸짐함과 만족감이 느껴졌다.

사장님의 친절함은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끊임없이 반찬을 채워주시고, 필요한 것은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모습에 절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마치 오랜만에 집에 온 손자를 반갑게 맞이하는 어머니처럼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 덕분에, 음식 맛은 물론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식사였다. 밥을 다 먹고 나니, 사장님께서 직접 담그신다는 생강차와 유자차를 내어주셨다. 따뜻한 차 한 잔은 식사의 완벽한 마무리를 장식해주었다.

반찬 하나하나가 정성스럽고 맛있어서, 메인 메뉴 없이 밑반찬만으로도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 리뷰에서도 그런 경험을 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주문한 주물럭은 물론, 삼겹살이나 갈비살 같은 고기 메뉴도 신선한 재료와 훌륭한 맛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듯했다. 특히 김치찌개는 짜지 않고 시원하며 깊은 맛을 자랑하며, 함께 나오는 파김치와 갓김치도 별미로 꼽혔다.

이곳은 단순히 음식이 맛있는 곳을 넘어, 마치 따뜻한 집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듯한 공간이었다. 혼자 와도 눈치 보이지 않고, 푸짐하고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솔로 다이너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1인분 주문도 가능하며, 카운터석이나 1인 좌석을 따로 마련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여행 중 우연히 찾은 작은 식당이었지만, 이곳에서의 식사는 고흥 여행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밑반찬들이 너무 맛있어서, 메인 메뉴보다 더 돋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계란말이, 각종 나물, 김치, 코다리, 명란젓까지.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오는 길, 사장님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거금팔경식당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집밥의 그리움을 달래주고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혼자여도 전혀 외롭지 않고, 오히려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는 이곳. 고흥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망설임 없이 다시 찾을 것이다. 혼자 식사하는 것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이 글을 통해 꼭 추천하고 싶다. 이곳이라면 ‘혼자여도 괜찮아’라는 말을 절로 외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