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라는 도시를 걷다 보면, 낯선 골목길에서 예상치 못한 보물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오늘 제가 찾은 곳도 그랬습니다. 광안리의 번잡함에서 한 발짝 벗어나, 조용한 골목길에 자리한 이곳은 마치 동네 주민들만 아는 비밀스러운 아지트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짙은 회색빛의 모던한 외관은 주변의 여느 가게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겼지만, 큼지막하게 쓰인 ‘HETZ’라는 간판은 이곳이 단순한 식당 이상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첫인상은 ‘깔끔함’ 그 자체였습니다. 짙은 회색 톤의 인테리어와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마치 작은 바(Bar)에 온 듯한 느낌도 들었죠. 실제로 매장 내부는 바(Bar) 테이블 위주로 꾸며져 있었는데, 한번에 6~8명 정도만 앉을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이었습니다. 북적이는 테이블 대신, 오롯이 음식과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이런 공간이 저는 참 좋습니다. 혼자 방문해도 어색하지 않고, 옆자리의 손님과도 자연스럽게 눈인사를 나눌 수 있을 것만 같은 편안함이 있었습니다. 데이트를 하러 온 연인들에게도, 조용히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이곳이 왜 돈카츠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는지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평범한 돈카츠 집과는 차별화된, 특별한 원육에 대한 설명이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YBD 원육’과 ‘제주 흑돈’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 설명을 읽는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입안에는 군침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메뉴를 맛볼까 망설였지만,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할 수 있는 ‘제주 흑돈 모듬카츠’를 주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주방 안에서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돈카츠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겉보기에도 훌륭했지만, 튀김옷에서 느껴지는 경쾌한 소리는 이미 맛에 대한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습니다.
먼저, 안심(히레) 카츠부터 맛을 보았습니다. 젓가락으로 살짝 집어 올리는 순간, 그 부드러움에 놀랐습니다. 입안에 넣으니, 마치 솜처럼 사르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씹을수록 은은하게 퍼지는 육향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신선함을 더했고, 퍽퍽함과는 거리가 먼 촉촉함이 입안 가득 채워졌습니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해서 느끼함 없이 깔끔했습니다. 육향이 강하지 않기에, 함께 준비된 굵은소금이나 후추, 그리고 향긋한 트러플 오일을 살짝 곁들여 먹으니 그 풍미가 더욱 다채롭게 느껴졌습니다.

이어서 등심 카츠를 맛보았습니다. 등심 카츠는 안심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씹을수록 진하게 올라오는 육향과, 적절하게 붙어있는 비계 부분이 주는 고소함이 일품이었습니다. 겉은 물론, 속까지 완벽하게 익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갓 구운 스테이크처럼 부드러웠습니다. 씹을수록 고기 본연의 풍미가 살아나는 느낌이었죠. ‘YBD 원육’이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씹는 맛과 고소함, 그리고 은은한 단맛까지, 여러 가지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깊은 만족감을 선사했습니다.

이곳의 돈카츠는 튀김옷마저도 특별했습니다. 얇게 입혀진 튀김옷은 바삭함을 넘어선 ‘경쾌함’을 선사했습니다. 기름에 튀겼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고기의 육즙을 고스란히 가두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씹을 때마다 겉에서는 ‘사각’ 하고, 속에서는 ‘촉촉’함이 터져 나오는 듯한 환상적인 식감이었습니다. 튀김옷이 두껍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는 점도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곁들여 나오는 사이드 메뉴들도 하나하나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잘게 채 썬 양배추 샐러드는 신선함 그 자체였고, 콘소메 맛이 나는 고소하고 달달한 드레싱은 돈카츠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옥수수 향이 살짝 나는 이 드레싱은 정말 특별한 별미였습니다. 갓 지은 듯 촉촉한 밥과, 칼칼한 국물은 튀김 요리의 느끼함을 말끔히 잡아주어 전체적인 균형을 완벽하게 맞추는 역할을 했습니다. 곁들여 나온 카레는 고기가 듬뿍 들어간 진하고 깊은 맛으로, 밥이나 돈카츠와 함께 먹기에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돈카츠를 곁들여 먹는 여러 가지 방법이었습니다. 굵은소금에 살짝 찍어 먹으면 고기 본연의 풍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었고, 후추와 트러플 오일을 곁들이면 좀 더 고급스러운 풍미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간혹 돈카츠에 와사비가 곁들여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으깬 녹색 채소(아마도 고추냉이와 유사한 향을 가진 무언가)가 함께 나왔는데, 이것 역시 돈카츠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상큼한 포인트를 더해주는 듯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온 손님들도 꽤 보였습니다. 바 테이블 덕분에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이곳은 혼밥하기에도, 친구와 함께 오기에도, 혹은 연인과의 데이트 코스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습니다. 직원분들의 친절함도 식사를 더욱 즐겁게 만드는 요소였습니다.
물론, 이처럼 훌륭한 맛집은 웨이팅이 필수일 때가 많습니다. 일요일 오전 10시 30분에 현장 웨이팅이 시작되는데, 이미 1순위가 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톤쇼유’만큼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기다림이 있더라도, 그 기다림이 충분히 보상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곳임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방문 전에 캐치테이블 앱을 통해 웨이팅 현황을 확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주차도 편리한 편이었습니다. 가게 옆 ‘지우주차장’을 이용하면 1,000원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습니다. 부산의 유명한 돈카츠 집들을 찾다가 이곳을 발견했지만, 정말 ‘인생 돈카츠’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YBD 원육의 풍미, 제주 흑돈의 부드러움, 그리고 바삭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튀김옷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
광안리에서 든든하고 맛있는 한 끼를 찾는다면, 혹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돈카츠 맛집을 찾는다면, 망설임 없이 이곳 ‘HETZ’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다른 메뉴도 꼭 맛보리라 다짐하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가게를 나섰습니다. 오늘 하루, 맛있는 음식으로 인해 제 마음은 이미 꽉 채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