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속이 불편했다. 마치 헬리코박터균이 내 위장 점막에 끈적하게 들러붙어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듯한 불쾌감. 이럴 땐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마치 위벽에 부드러운 갑옷을 씌워주는 듯한 편안한 음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떠올린 곳이 바로 ‘본죽’이다. 광주 동구 학동에 위치한, 죽 전문점으로 유명한 곳이다.
사실 죽이라는 음식은 과학적으로도 꽤나 흥미롭다. 쌀의 주성분인 탄수화물은 소화 효소인 아밀라아제에 의해 분해되어 포도당으로 변환된다. 죽은 일반 밥보다 수분 함량이 높아 소화 과정이 훨씬 수월하다. 마치 미리 소화시켜 놓은 듯한 상태로 위장에 도달하기 때문에, 위장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아플 때나 소화가 잘 안 될 때 죽을 찾는 건, 단순한 습관이 아닌 과학적인 선택인 셈이다.
차를 몰아 학동 ‘본죽’ 근처에 도착했다. 건물 옆 좁은 골목길에 주차를 하고 가게를 찾아 나섰다. 멀리서부터 노란색 세로 간판이 눈에 띈다. 간판에는 큼지막하게 “본죽”이라는 글씨와 함께 “영양 맛죽의 명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마치 ‘이곳은 맛과 영양을 모두 책임지는 곳’이라고 외치는 듯했다.

가게 앞에는 다양한 메뉴 사진이 붙어 있었다. 전복죽, 쇠고기버섯죽, 낙지김치죽 등등. 종류가 너무 많아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마치 pH 농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내 몸 상태에 맞는 죽을 골라야 했다. 오늘은 왠지 ‘프리미엄 보양죽’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몸에 좋은 재료들이 듬뿍 들어갔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테이블은 거의 다 차 있었다. 4인용, 6인용 테이블 10개 정도가 놓여 있는 아담한 공간이었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답답한 느낌은 없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사람들은 저마다 따뜻한 죽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치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근 듯, 공간 전체가 평온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전복죽(13,000원)과 쇠고기버섯죽(11,000원)을 주문했다. 잠시 후, 여사장님께서 정갈하게 차려진 쟁반을 가져다주셨다. 뽀얀 죽 위에는 김 가루와 깨가 솔솔 뿌려져 있었고, 곁들임 반찬으로는 김치, 장조림, 오징어젓갈이 함께 나왔다. 마치 잘 설계된 실험 세트처럼, 죽과 반찬의 조합이 완벽해 보였다.
먼저 전복죽부터 한 입 맛봤다. 입안에 넣는 순간,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마치 섬세한 현악기 연주처럼, 은은한 전복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전복에는 타우린과 아르기닌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피로 해소와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몸에 좋은 영양소를 섭취하는 과학적인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쇠고기버섯죽을 맛봤다. 쇠고기의 단백질과 버섯의 식이섬유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마치 균형 잡힌 식단을 섭취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쇠고기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근육 생성과 에너지 공급에 도움을 준다. 버섯에는 베타글루칸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면역력 강화에 효과적이다. 두 재료의 시너지 효과는, 마치 과학 실험의 긍정적인 결과처럼 놀라웠다.
죽을 먹는 중간중간, 곁들임 반찬을 함께 먹으니 맛이 더욱 풍성해졌다. 특히 잘게 찢은 소고기를 간장 양념에 졸인 장조림은,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죽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젓갈 특유의 발효된 감칠맛은, 마치 글루타메이트 나트륨이 혀의 미뢰를 자극하는 듯 강렬했다. 김치는 죽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죽을 다 먹고 나니, 속이 정말 편안해졌다. 마치 위장이 따뜻한 물에 둥둥 떠다니는 듯한 기분이었다. 헬리코박터균의 공격도 잠시 멈춘 듯, 불쾌감도 사라졌다. 여사장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가게를 나섰다.
‘본죽’은 단순한 죽집이 아니었다. 아플 때, 입맛 없을 때, 속이 불편할 때, 언제든 찾아가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마치 숙련된 연구원처럼,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최고의 맛과 영양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광주 학동에서 맛보는 건강한 미식, ‘본죽’은 내 몸과 마음에 완벽한 휴식을 선사했다.
다음에는 ‘마늘닭죽’을 한번 먹어봐야겠다. 다른 지점보다 마늘 향이 더 강하고, 닭고기 양도 푸짐하다는 평이 있으니, 캡사이신 수용체가 활성화되어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할 것 같은 ‘낙지김치죽’도 궁금하다. 마치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하는 연구원처럼, 다음 방문을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