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퇴근길 발걸음은 이미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맴돌던 연탄 쭈꾸미의 그 강렬한 불향을 좇아서. 부산 사하구 괴정,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동네 골목 어귀에 자리 잡은 ‘오두리할매셋째딸연탄쭈꾸미’. 간판에서부터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과, 그 안에 담겨 있을 이야기가 벌써부터 마음을 설레게 했다.
4시, 아직 해가 지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앞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의 표정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가게 앞 키오스크는 아직 작동 전이었지만, 4시가 조금 넘으니 사장님께서 직접 기계를 꺼내어 주셨다. 이미 3시 40분부터 기다린 덕분에, 첫 타임에 입장할 수 있는 행운을 거머쥘 수 있었다. 16개 남짓한 테이블은 금세 사람들로 가득 찼고, 그 열기 덕분인지 바깥의 쌀쌀함도 잊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쭈꾸미는 양념과 소금구이 두 가지. 고민 끝에, 이 집의 대표 메뉴인 양념 쭈꾸미 보통맛 2인분과, 곁들여 먹으면 환상이라는 감자 빈대떡을 주문했다. 첫 주문 이후에는 반찬과 술, 음료는 모두 셀프라는 안내에,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 한 병을 꺼내왔다. 테이블 한켠에는 깻잎과 쌈무, 샐러드 등 쭈꾸미와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쌈 채소가 놓여 있었다. 특히 샐러드에는 과일이 들어 있어 상큼함을 더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양념 쭈꾸미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붉은 양념을 입은 쭈꾸미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연탄불에 구워진 쭈꾸미는 은은한 불향을 풍기며, 코를 자극했다. 쭈꾸미는 큼지막하고 통통했으며, 쫄깃한 식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한 입 베어 무니, 매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보통맛임에도 불구하고, 매운맛이 꽤 강렬했다. 신라면보다 조금 더 매운 정도라고 할까.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이라면 순한맛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매운맛을 달래기 위해, 샐러드를 한 입 먹었다. 신선한 야채와 상큼한 과일이 매운맛을 중화시켜 주었다. 깻잎에 쭈꾸미를 싸서 먹으니, 깻잎의 향긋함이 매운맛과 어우러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쌈무에 싸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시원함이 더해져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 후, 감자 빈대떡이 나왔다. 큼지막한 빈대떡 두 장이 접시를 가득 채웠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감자 빈대떡은, 겉모습부터가 남달랐다. 젓가락으로 찢어 한 입 먹으니, 감자의 고소함과 쫄깃함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겉은 마치 야채튀김처럼 바삭했고, 속은 감자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양념 쭈꾸미와 함께 먹으니,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주어 환상의 조합을 자랑했다.

어느덧 테이블은 텅 비어 있었다. 쭈꾸미와 빈대떡, 그리고 맥주까지 남김없이 해치웠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소금구이와 석쇠불고기도 꼭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는 길,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웨이팅을 하고 있었다. 2시간이라는 이용 시간 제한이 있지만, 그 기다림마저 기꺼이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 입안에는 아직도 쭈꾸미의 매콤한 양념과 불향이 남아 있었다. 콧속으로는 빈대떡의 고소한 냄새가 맴도는 듯했다. 오늘 저녁, 나는 괴정 맛집, ‘오두리할매셋째딸연탄쭈꾸미’에서 잊을 수 없는 한 끼 식사를 했다.
이곳을 찾는 당신에게, 몇 가지 팁을 전한다.
* 오픈 시간 공략: 5시 오픈이지만, 테이블링은 4시에 열린다. 4시 정각에 테이블링을 해도 대기가 있을 수 있으니, 미리 서두르는 것이 좋다.
* 메뉴는 신중하게: 기본/추가 모두 2인분부터 주문 가능하다. 2인분 먹고 모자라면 1인분 추가는 불가능하니, 처음 주문할 때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 맵찔이라면 순한맛: 보통맛도 맵찔이에게는 맵게 느껴질 수 있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다면 순한맛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 감자 빈대떡은 필수: 감자 빈대떡은 겉바속촉의 정석. 쭈꾸미와 함께 먹으면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 주류는 셀프: 첫 주문 이후 반찬/술/음료는 셀프다. 냉장고에서 원하는 술을 꺼내 마시는 재미도 쏠쏠하다.
* 주차는 어려움: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주변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오두리할매셋째딸연탄쭈꾸미’는 단순한 쭈꾸미 가게가 아닌, 정겨운 동네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부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혹은 사하구 근처에 거주하고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분명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