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 속을 든든하게 채울 무언가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혼자 밥을 먹는 날이면 늘 같은 고민에 빠진다. ‘과연 혼자여도 괜찮을까?’ 혹시나 어색하지는 않을까, 1인분 주문이 가능한 곳은 어디일까. 그런 생각들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덧 목표했던 식당 앞에 도착했다. 000 횟집. 이름만 들으면 왠지 여럿이 와서 회를 즐겨야 할 것 같지만, 오늘의 나에게는 다른 메뉴가 더 중요했다. 바로 든든하고 속이 편안해지는 전복죽이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조명과 정겨운 나무 테이블이 나를 맞았다. 창가 자리에는 이미 몇몇 손님들이 앉아 있었지만, 다행히 혼자 온 사람도 꽤 보였다. “저… 혼자인데요, 전복죽 되나요?” 주저하며 물었지만, 직원분의 환한 미소와 함께 “네, 그럼요!”라는 시원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 정말이지 이럴 때의 안도감이란! 오늘도 혼밥 성공이다.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평일 오전 10시 30분이었지만, 벌써부터 꽤 많은 손님들로 식당이 채워지고 있었다. 역시 입소문 난 곳은 다르구나 싶었다. 잠시 후, 식탁 위에 놓인 작은 접시들. 반찬들이라 하기엔 정갈하고 앙증맞은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초록빛 잎이 도드라진 어떤 나물 무침이었다. 짙은 녹색의 잎사귀들은 싱그러움을 그대로 머금고 있었고, 하얀 참깨가 흩뿌려져 있어 맛깔스러움을 더했다. 젓가락으로 살짝 집어 맛을 보니, 짭조름하면서도 감칠맛 도는 간장 양념이 입안 가득 퍼졌다. 갓 지은 밥과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옆에는 얇게 부쳐진 전이 놓여 있었다. 푸른 채소들이 듬뿍 들어가 있어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겉은 노릇하게 익어 바삭한 식감이 느껴졌고, 속은 채소의 아삭함과 부드러운 반죽이 어우러져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다. 왠지 모르게 막걸리가 생각나는 맛이었다.

다른 접시에는 짭짤한 젓갈이나 절임류 반찬도 보였다. 붉은 빛깔의 비주얼이 강렬한 김치와, 짭조름해 보이는 해조류 반찬까지. 이 모든 반찬들이 메인 메뉴만큼이나 신경 써서 준비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혼자 온 손님에게도 이렇게 정성스러운 밑반찬을 내어주는 식당이라니, 벌써부터 만족감이 샘솟았다.

이곳의 메인 메뉴는 전복죽이지만, 함께 나온 해산물 모둠도 눈길을 끌었다. 껍질째 까만 빛깔을 뽐내는 홍합, 붉은빛의 조개 관자, 그리고 큼지막한 전복까지. 보기만 해도 싱싱함이 느껴졌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 해산물들은 전복죽이 나오기 전에 곁들임으로 제공되는 메뉴였다.

기다리는 동안, evidente히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잔잔한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기다리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오히려 ‘기다린 보람이 있을 거야’라는 설렘이 더 커졌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뚝배기 가득 넘칠 듯 담겨 나온 전복죽. 뽀얀 죽 위에는 먹음직스러운 전복 조각들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고, 고소한 참깨와 푸른 파가 뿌려져 있었다. 밥알은 푹 퍼져 부드러우면서도, 씹을수록 찰기가 느껴지는 완벽한 상태였다.

숟가락으로 한 듬뿍 떠 입안에 넣는 순간, 따뜻하고 부드러운 죽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진한 전복의 풍미와 은은한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속이 사르르 녹는 듯했다. 씹히는 전복은 얼마나 야들야들한지, 마치 입안에서 살살 녹는 것 같았다. 밥알도 적당히 퍼져 있어 죽의 부드러움과 씹는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전복죽은 2인분부터 주문 가능한 곳도 많아 혼자서는 잘 먹지 못하는 메뉴였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1인분도 흔쾌히 내어주었고, 그 양 또한 넉넉했다. 밥솥을 통째로 가져다주는 것처럼 푸짐하게 담아주어, 정말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함께 나온 굴미역국도 빼놓을 수 없는 맛이었다. 시원한 국물은 전복죽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짭짤한 맛보다는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직원분들은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틈틈이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필요한 것이 있는지, 반찬은 부족하지 않은지 살뜰하게 챙겨주셨다. 이런 친절함 덕분에 혼자 왔음에도 전혀 외롭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한 환대 덕분에 더욱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전복죽의 맛은 물론이고, 정성껏 준비된 밑반찬들, 그리고 무엇보다 친절한 서비스까지. 000 횟집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혼자 밥 먹는 사람에게도 기꺼이 맛있는 음식을, 따뜻한 마음을 내어주는 곳. 그곳에서 나는 오늘도 ‘혼밥 성공’의 짜릿함과 함께 든든한 포만감을 안고 식당을 나섰다. 다음에 또 맛있는 음식이 생각날 때, 망설임 없이 이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