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 먹는 즐거움을 아는 나에게, 새로운 맛집 탐방은 언제나 설렘으로 다가온다. 특히 오랜만에 만나는 ‘제대로 된’ 라멘 한 그릇은 그 어떤 미식 경험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다. 오늘은 부산 기장, 이케아 근처에 숨겨진 보석 같은 라멘집, ‘마츠도’에서의 특별한 혼밥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부산에서 삿포로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소문, 그리고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미소라멘 전문이라는 점이 나를 이끌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은은한 조명과 깔끔한 인테리어가 나를 맞이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칸막이가 있는 카운터석이었다. 혼자 와도 전혀 어색함 없이 편안하게 식사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 테이블 석도 있지만, 역시 혼밥족에게는 카운터석이 최고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미소라멘 외에도 아부라소바, 마파두부면 등 흥미로운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나는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미소라멘을 선택했고, 면은 얇은 면으로 골랐다. 함께 간 친구는 다른 메뉴를 시키고 싶어 했지만, 나는 이 집의 정수를 제대로 맛보고 싶었다. 처음 나온 미소라멘의 비주얼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뽀얗고 진한 국물, 먹음직스러운 차슈와 풍성한 토핑, 그리고 군데군데 전립분이 박혀 있는 듯한 윤기 나는 면발까지.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기대감을 안고 국물 한 숟갈을 떠먹는 순간, 마치 머릿속에서 눈보라가 휘몰아치며 삿포로의 풍경이 펼쳐지는 듯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찾던, 제대로 된 삿포로 스타일 미소라멘이었다. 진득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살짝 짠맛을 조절한 듯했지만, 그 본연의 깊은 풍미는 그대로 살아있었다. 미소라멘을 즐기지 않는 친구에게 한 입 맛보게 했더니, 그는 그제야 자신이 제대로 된 미소라멘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게 진짜 미소라멘이구나!”라며 폭풍 흡입하는 친구를 보며 나도 덩달아 뿌듯했다. 얇은 면을 선택했는데도 훌륭했지만, 다음번엔 좀 더 현지 느낌을 살린 두꺼운 면으로도 꼭 맛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미소라멘에 이어 주문한 아부라소바는 매운맛으로 선택했다. 이것 역시 맛있었지만, 앞서 맛본 미소라멘의 임팩트에는 조금 못 미치는 듯했다. 자극적이면서도 밥을 비벼 먹고 싶게 만드는 맛이었다. 마파두부면은 중국집에서 맛볼 수 있는 익숙한 마라 스타일이었는데, 함께 나오는 밥을 비벼 먹으니 더욱 든든하게 즐길 수 있었다. 곁들여 나온 다시마 국물도 시원해서 좋았다. 두 메뉴 모두 충분히 맛있었지만, ‘마츠도’에 왔다면 역시 미소라멘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다른 손님들도 혼자 온 분들이 꽤 보였다. 직원분들은 친절했고, 특히 안경을 낀 나를 보고 렌즈클리너를 챙겨주시는 세심한 서비스는 정말 감동이었다. 혼자 와서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고 편안하게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 이것이 바로 내가 ‘마츠도’를 혼밥 성지로 추천하는 이유다.
솔직히 차슈는 수비드 방식을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고, 아지타마고(라면용 계란)의 단맛이 조금 강하게 느껴졌던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의 메인인 미소라멘 국물의 깊은 맛과 풍미는 모든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스프가 다소 느끼하게 느껴질 때쯤 후추나 시치미를 살짝 뿌려주면 다시금 깔끔하고 개운하게 즐길 수 있었다. 적당한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의 라멘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장점이다.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싹싹 긁어먹으며, 나는 오늘도 혼밥 성공의 뿌듯함을 만끽했다. 부산에서 삿포로의 라멘 맛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혹은 혼자서도 눈치 보지 않고 맛있는 라멘 한 그릇을 즐기고 싶다면, ‘마츠도’를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