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짐 풀기도 전에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초량불백거리였어. 부산역에서 10분 남짓 걸으니, 저 멀리 큼지막한 간판이 눈에 띄더라고. 환한 노란색 간판에 큼지막하게 적힌 “부경불백” 네 글자가 어찌나 반갑던지! 밤에도 잘 보이겠어. 초량맛집으로 불리는 곳답게, 얼른 맛보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이 절로 빨라지더라니까.

가게 앞에 다다르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이 정겹게 느껴졌어. 요즘 흔한 번지르르한 식당들과는 다른, 왠지 모를 푸근함이랄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활기를 더했지. 1층에는 벌써부터 식사하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특히 의경들이 눈에 많이 띄더라고. 아마도 교대로 식사를 하러 오는 모양이었어. 2층에도 자리가 있다고 하니, 얼른 올라가 자리를 잡았지.
메뉴판을 보니, 돼지불백, 치즈불백, 동태탕, 김치찌개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어.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았지. 요즘 물가가 워낙 비싸서 밖에서 밥 한 끼 먹으려면 만 원은 훌쩍 넘는데, 여기는 아직까지 착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더라고. 나는 부드러운 치즈가 듬뿍 올라간 치즈불백이 그렇게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왔으니, 치즈불백을 주문했어. 친구는 기본 불백이 땡긴다고 해서 그걸로 시켰지.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소주도 한 병 시원하게 주문했어.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어. 콩나물무침, 김치, 어묵볶음, 고추무침 등 푸짐한 반찬들이 한 상 가득 차려지는데,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푸근한 느낌이 들었어. 특히, 매콤한 고추무침이 어찌나 맛깔나던지! 불백이랑 같이 먹으니, 느끼함도 잡아주고 입맛을 돋우는 데 최고였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치즈불백이 나왔어. 뜨거운 철판 위에 매콤달콤한 돼지불고기가 가득 담겨 있고, 그 위에 모짜렐라 치즈가 듬뿍 뿌려져 있는데, 비주얼부터가 아주 예술이었어! 치즈가 지글지글 녹아내리는 모습이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얼른 젓가락을 들고 싶었지만, 사진부터 찍어야 했지.

치즈 한 조각을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니, 쭉 늘어지는 모습이 침샘을 자극하더라고. 얼른 불백 한 점을 집어 치즈에 돌돌 말아 입에 넣으니, 세상에나! 매콤한 불백과 고소한 치즈의 조합이 정말 환상적이었어. 돼지불고기는 야들야들 부드러웠고, 양념은 너무 맵지도 달지도 않고 딱 적당했지. 치즈의 고소함이 매운맛을 살짝 잡아주면서, 풍미를 더해주는 것 같았어.
친구의 불백도 한 입 뺏어 먹어봤는데, 이것도 정말 맛있더라고. 기본에 충실한 맛이랄까? 돼지불고기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있고, 은은하게 풍기는 불향이 입맛을 돋우는 데 최고였어. 상추에 밥과 불백, 그리고 고추무침을 올려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아이고, 이 맛 좀 봐라!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 그대로였어.

된장찌개도 빼놓을 수 없지. 뜨끈한 된장찌개 한 숟갈 뜨니, 속이 확 풀리는 기분이었어. 된장의 깊은 맛이 느껴지고, 두부와 채소도 듬뿍 들어가 있어서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우기에 충분했지. 다만, 순두부찌개는 살짝 독특한 맛이 나더라고. 시큼한 맛이 살짝 느껴지는 게,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철판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어. 어찌나 맛있게 먹었던지, 배가 터질 것 같았지만,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지. 사장님 인심도 어찌나 후하시던지, 반찬도 넉넉하게 주시고, 밥도 고봉밥으로 주셔서 정말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어.
계산을 하려고 1층으로 내려오니, 벽면에 싸인들이 가득 붙어 있더라고. 야구 선수들 싸인도 많던데, 역시 부산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맛집인가 봐. 계산할 때 주차권을 달라고 하니, 근처 주차장에서 30분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고 하셨어. 차를 가지고 오는 손님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지.

부경불백은 24시간 영업을 한다고 하니, 늦은 밤 야식이 생각날 때 부담 없이 방문하기 좋을 것 같아. 부산역 근처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싶다면, 부경불백에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할게. 후회하지 않을 거야! 아, 그리고 아이들이 먹기에는 살짝 매울 수도 있으니, 미리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
다 먹고 나오니, 사장님께서 아이들에게만 특별히 요구르트를 하나씩 주시더라고. 우리 막내 아들이 어릴 때 여기 와서 불백을 처음 먹어봤는데, 그 이후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먹으러 왔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어. 역시, 아이들 입맛에도 딱 맞는 맛집인가 봐.
부산 초량에서 맛본 부경불백, 정말 잊지 못할 맛이었어.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마치 고향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지. 다음에 부산에 오면 꼭 다시 들러야겠어. 그때는 동태탕도 한번 먹어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