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오늘따라 입맛이 영 없었는데, 마침 산청-단성 지나는 길에 눈여겨두었던 그곳을 찾았네요. 시골길을 따라 한참을 달리다 보니, 이게 웬일인가 싶을 정도로 손님들이 북적이는 모습에 절로 발걸음이 향했어요. 저처럼 이 산골짜기까지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이곳이 정말 소문난 맛집은 맛집인가 봅니다.
저희는 사실 이곳에서 오리불고기를 맛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도착 전에 전화로 미리 주문한 약닭백숙이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씀에, 우선 오리불고기를 먼저 맛보기로 했지요. 전화하고 갔는데도 한 45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도착해서는 또 10분 정도 더 기다린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온 길에, 잠깐 기다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죠.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식당 내부는 소박하면서도 정갈했어요.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들이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편안함을 안겨주었죠. 평일에 방문하니 주말만큼 북적이지 않아 좋았어요. 주말에는 정말 정신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다고 하니, 조용히 식사하고 싶으신 분들은 평일에 방문하는 걸 추천해요.
밑반찬이 먼저 나왔는데, 뭐랄까, 아주 특별하다기보다는 정갈하고 깔끔한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오리불고기가 나오고 곁들여 먹으니, 그 진가가 드러나더라고요. 특히 오이무침이랑 도라지 무침이 입맛을 확 돋우는 거예요. 오이무침은 아삭아삭한 식감에 새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고, 도라지는 쌉싸름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일품이었어요.

알고 보니 이 집 밑반찬들은 바로바로 무쳐서 나오는 거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물기도 적당하고, 재료 본연의 신선한 맛이 살아있었어요. 식당 사장님께서 직접 텃밭에서 키우신 채소들로 요리하신다고 하니, 그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맛이었어요.

오리불고기가 나오기 전에, 혹시나 싱겁게 느껴지실까 봐 도라지랑 부추를 더 넣어서 먹으라고 팁을 주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저희는 일단 그대로 먹어봤는데, 처음에는 은은하게 퍼지는 양념 맛이 좋았어요. 만약 좀 더 자극적인 맛을 원하시면, 취향에 따라 도라지나 부추를 더 넣어 먹어도 좋을 것 같아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리불고기가 나왔어요! 큼지막한 팬에 먹음직스럽게 양념된 오리고기와 채소가 가득 담겨 나왔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꼴깍 넘어가는 거 있죠. 매콤달콤한 양념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는 게, 빨리 한 숟갈 뜨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붉은 양념과 오이고추, 그리고 큼직하게 썬 감자가 어우러진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어요.

오리고기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좋았어요. 질기지 않고 입안에서 스르륵 녹는 듯한 느낌이었달까요. 양념도 너무 맵지도, 너무 달지도 않게 딱 적당한 맛이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었어요. 쌈 채소에 크게 한 쌈 싸서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에 절로 행복해지더라고요.

처음에는 오리불고기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찰 것 같았는데, 저희가 미리 주문했던 약닭백숙이 드디어 나왔어요. 닭이 나오면서 옆에 함께 나온 두 그릇의 육수가 좀 특이하다 싶었는데, 나중에 이 육수로 끓여 먹는 영양죽이 정말 별미더라고요.
큼지막한 닭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 있는 백숙은, 푹 익혀져서 그런지 살이 정말 부드러웠어요. 뼈에서 살이 쏙쏙 분리될 정도였죠. 맑은 국물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우러나와, 한 숟갈 뜨면 속이 다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백숙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밥을 넣어 끓여주는 영양죽이 등장해요. 닭 육수에 밥알이 퍼지면서 걸쭉해진 죽은,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끓여주시던 그 죽처럼 구수하고 든든했어요. 닭고기 살점과 함께 한 숟갈 떠먹으니, 와… 이거야말로 진정한 보양식이구나 싶었어요. 힘이 불끈 솟는 느낌이랄까요.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식당 바로 옆으로 보이는 청계호수의 풍경이 참으로 운치 있었어요. 비록 호수로 내려가는 길이 좀 아쉬웠지만,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니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었죠. 넓은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어서 차를 가지고 오기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어요.
진짜 옛날 엄마,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그 맛 그대로였어요. 인공적인 맛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신선함과 정성이 느껴지는 음식이랄까요. 산골짜기까지 찾아오는 수고로움이 전혀 아깝지 않은 곳이었어요. 다음에 부모님 모시고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