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옛날 짜장 맛 그대로, 추억 담은 고등반점 이야기

아이고, 수원역에서 꽤 걸어갔던 기억이 나네요. 기차 시간 애매해서 일부러 걸어가 봤는데, 20분 남짓 걸었을까? 그래도 문 앞에 서니 왠지 모를 정겨움이 느껴지는 풍경이 딱 제 마음을 끄는 거예요. 겉모습은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면서도, 붉은색 간판에 새겨진 한자는 마치 오래된 동네 사랑방 문 같았어요.

고등반점 메뉴판
이날 뭘 시킬까 한참 고민했던 메뉴판이에요.

안으로 들어서니, 와, 이거야 이거! 낡은 듯하면서도 깔끔하게 정돈된 내부가 어릴 적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포근함을 자아냈어요. 테이블마다 놓인 붉은색 젓가락 받침과 은은한 조명이 마치 옛날 엄마가 차려주시던 밥상을 보는 듯했답니다.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1층은 벌써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어요.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자녀분들과 함께 오셔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라고요. 이곳이 단순한 밥집이 아니라, 추억과 이야기가 깃든 특별한 공간이라는 걸 단번에 느낄 수 있었죠. 2층에는 룸도 마련되어 있어서, 가족끼리 오붓하게 식사하기에도 좋겠더라고요.

고등반점 외관 전경
저녁에 본 고등반점의 모습인데, 뭔가 운치 있지 않나요?

저는 이 집의 시그니처라는 간짜장을 주문했어요. 하얀 그릇에 담겨 나온 쫄깃한 면발 위로, 신선한 오이가 채 썰어 올라가 있었고, 그 옆에는 까만 짜장 소스가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었죠.

고등반점 간짜장 모습
짜장 소스와 면이 따로 나온 간짜장이에요. 보기만 해도 군침 돌죠?

짜장 소스를 면에 붓고 쓱쓱 비벼 한 숟갈 떠 먹는데, 아이고, 이 맛 좀 보라고요! 진하면서도 꾸덕한 짜장 소스가 입안 가득 퍼지면서,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느껴졌어요. 간짜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양파도 넉넉하게 들어가 있어서, 아삭한 식감과 달큰한 맛이 짜장 소스와 어우러져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요. 특색 있는 맛이라기보다는, 정말 ‘간짜장의 정석’ 같은 기본에 충실한 맛이었어요.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 한 숟갈 뜨면 고향 생각나는 그런 맛이었죠.

비빈 간짜장 모습
잘 비벼진 간짜장이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였어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고기는 양이 좀 적게 느껴졌고, 함께 나온 얇은 단무지는 두툼한 단무지를 좋아하는 제 입맛에는 조금 아쉬웠답니다. 그래도 뭐,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간짜장이었죠.

다른 테이블에서 드시는 걸 보니 굴짬뽕도 맛있어 보였는데, 아쉽게도 그날은 계절 메뉴라 주문할 수 없었어요. 대신 곁들여 먹으려고 탕수육도 주문했는데, 튀김옷이 두껍지 않고 바삭하게 잘 튀겨져 나왔어요. 소스는 케첩 베이스가 아닌 투명한 소스였는데, 간짜장과는 다르게 살짝 달콤한 맛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고등반점 탕수육
바삭하게 잘 튀겨진 탕수육은 부먹으로 나와도 눅눅하지 않고 맛있었어요.

탕수육은 부먹으로 나와도 눅눅하지 않고 바삭함이 살아있어서 좋았어요. 튀김옷이 얇고 고기도 질기지 않아 부드럽게 넘어갔죠.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메뉴, 바로 짬뽕이에요. 해물이 듬뿍 들어간 것도 아니지만, 채소에서 우러나오는 깔끔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어요. 과하게 쫄깃하지도, 그렇다고 흐물거리지도 않는 딱 적당한 식감의 면발이 국물과 어우러져 입안 가득 부드럽게 채워졌답니다. 6천원이라는 가격에 이 정도 맛이라면 정말 훌륭하죠.

고등반점 굴짬뽕
이날 주문하지 못했지만, 다른 분이 드시는 굴짬뽕 국물이 정말 시원해 보였어요.

또 하나, 이곳의 숨겨진 보석 같은 메뉴가 있었으니 바로 ‘군만두’예요. 직접 만드는 건 아니라고 하셨지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느끼함 하나 없이 정말 맛있더라고요. 마치 옛날 시장에서 맛보던 그 군만두 맛 같았어요.

식사를 마치고 나니, 마치 집에서 든든하게 한 끼 먹고 난 것처럼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어요. 메뉴판에 보니 30년 전 초등학교 다닐 때 먹었던 탕수육 맛 그대로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어쩐지 그 익숙하고 정감 가는 맛이 절로 떠오르더군요.

주차장도 넉넉해서 차를 가져와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50년 넘게 3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맛집이라 그런지, 음식에 담긴 정성과 손맛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었답니다. 수원에 가게 된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권해요. 할머니 손맛 그대로, 따뜻한 밥상 같은 추억을 맛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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