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을 먹을 때, 왠지 모르게 눈치가 보이거나 메뉴 선택의 폭이 좁아질 때가 있다. 그런 날이면 나도 모르게 ‘집밥’이 그리워지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정갈하게 차려진 한 끼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순천 여행 중, 그런 나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줄 곳을 발견했다. 바로 ‘청수정’이라는 이름의 식당. 마을 기업에서 운영한다는 이곳은, 어르신들의 손맛으로 차려지는 집밥 같은 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 해서 기대를 안고 방문했다.
처음 도착했을 때, 식당의 외관은 오래된 한옥의 멋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짙은 나무 기둥과 처마의 곡선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따뜻한 나무 테이블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혼자 온 나에게도 전혀 어색함 없는 편안한 분위기였다. 곳곳에 놓인 청자 무늬의 수저와 놋그릇이 정갈함을 더했다.

혼밥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역시 ‘1인분 주문’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이곳은 다행히도 ‘순천 정식’을 1인분부터 주문할 수 있었다. 가격은 12,000원으로, 푸짐한 구성에 비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메뉴판에는 ‘순천 정식’ 외에도 ‘꼬막비빔밥’, ‘백반’, ‘제육’, ‘된장찌개’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처음 방문한 만큼 이곳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순천 정식’을 선택했다. 혹시나 양이 부족할까 싶어, 혹시라도 ‘제육볶음’ 추가도 가능한지 여쭤보니, 2,000원에 추가가 가능하다고 했다. 왠지 모르게 든든함이 느껴졌다.
음식이 나오기 전, 테이블 위에는 이미 놋그릇에 담긴 따뜻한 물과 물티슈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왠지 모르게 정성에 감동받는 순간이었다. 주문 후 음식은 생각보다 빠르게 준비되어 나왔다. ‘빠르다’는 인상을 받은 건, 사실 이곳이 마을 기업에서 운영되며, 어르신들이 직접 음식을 만드신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더욱 놀라운 부분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천 정식’이 도착했다. 처음 마주한 풍경은 마치 잔칫날 받은 상처럼 푸짐했다. 밥 한 공기와 된장찌개, 그리고 10가지가 훌쩍 넘는 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하나하나 살펴보니, 제철 나물 무침, 김치 종류, 멸치볶음, 장조림, 계란말이, 생선구이 등 정말 집에서 먹는 듯한 익숙하면서도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큼지막한 생선구이였다. 노릇하게 구워져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한 점 맛보니, 비린 맛 없이 담백하고 살이 부드러웠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밥반찬으로 제격이었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잘 배어 있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이날 나는 ‘제육볶음’을 추가했기에, 따로 제육볶음이 한 접시 더 나왔다. 붉은 양념이 먹음직스러운 제육볶음은, 기대 이상이었다. 너무 맵지도, 너무 달지도 않은 적당한 양념에, 잡내 없이 부드러운 돼지고기의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쌈 채소는 따로 나오지 않았지만, 밥 위에 얹어 비벼 먹거나 그냥 숟가락으로 퍼먹어도 훌륭했다. 혼자 왔지만, 이 정도 양이라면 전혀 부족함 없이 든든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집밥’이라는 느낌을 제대로 살려준 반찬들이었다. 짜지 않고 간이 적절한 나물 무침들은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주었고, 아삭한 식감도 살아있었다. 슴슴하면서도 구수한 된장찌개는 각종 채소와 두부가 듬뿍 들어 있어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었다.

어느 하나 튀는 맛 없이, 모든 음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마치 할머니가 정성껏 차려주신 밥상에 앉아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맵거나 자극적인 맛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음식이 맛있어요’라는 리뷰가 많았던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온 손님들도 꽤 있었다. 다들 조용히 자신의 식사에 집중하고 있었고, 전혀 눈치 보이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혼자 와서 편안하게 한 끼를 즐기는 모습이 익숙해 보였다. 식당을 운영하시는 어르신들 또한 친절하게 응대해주셨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어떤 리뷰에서 ‘꼬막비빔밥’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언급이 있었는데, 방문했을 때도 꼬막비빔밥 메뉴가 없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계절 메뉴이거나, 특정 요일에는 준비되지 않는 메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꼬막비빔밥도 꼭 맛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따뜻한 햇살이 나를 맞이했다. 마치 푸짐한 집밥을 먹고 나왔을 때의 든든함과 포근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순천에서 ‘집밥’이 그리울 때, 혹은 혼자서도 눈치 보지 않고 든든한 한 끼를 즐기고 싶을 때, ‘청수정’은 분명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푸짐한 양, 정갈한 맛,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을 만족시켜주는 곳이었다. 오늘도 혼밥 성공! 다음에 순천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찾고 싶은 맛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