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을 걷다 보면 우연히 마주치는 보석 같은 식당들이 있다. 이곳 역시 그런 곳 중 하나였다. 신도봉중학교 정문 앞에 자리 잡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어떤 특별함이 있을지 궁금한 마음에 발걸음을 옮겼다. 역 근처에 있어 접근성은 좋았지만, 이른 점심시간에는 자리가 좁아 기다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조금 이른 시간에 방문해 보았다. 하지만 그 기다림마저도 설렘으로 바뀌는 곳이었다.
가게 앞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따뜻한 분위기는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주었다. 복잡한 도시의 번잡함과는 달리, 이곳은 조용하면서도 정겨운 매력이 있었다. 벽에는 이곳의 운영 철학을 담은 안내문이 걸려 있었는데, ‘냉면의 3가지 원칙’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첫째, “냉면 육기”나 “사리 추가”라는 말은 없다고 한다. 대신 “곱빼기”라고 말하면 추가 금액 없이 푸짐하게 양을 더 준다고 하니, 정말 넉넉한 인심에 놀랐다. 둘째, 숙성 불고기는 따로 추가 비용 없이 곁들여 먹을 수 있으며, 셋째, 점심시간(11시~3시)에는 공기밥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세 가지 원칙만 봐도 왜 이곳이 오랫동안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혜자스러운’ 맛집으로 자리매김했는지 알 수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냉면도 냉면이지만, 이곳에서는 옛날식 불고기도 일품이라고 하니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물냉면과 육회냉면, 그리고 옛날 불고기를 주문했다. 먼저 나온 옛날 불고기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이었다. 얇게 썬 고기들이 달콤한 양념에 버무려져 나왔는데, 갓 조리되어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씹을수록 고소한 육향과 함께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이 불고기는 별도의 양념에 찍어 먹는 방식인데, 덕분에 고기 본연의 맛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 함께 나온 양념장은 과하게 달거나 짜지 않고, 고기의 풍미를 살짝 더해주는 정도였다. 밥에 얹어 먹어도, 냉면과 함께 먹어도 훌륭했다.

다음은 기대했던 냉면이다. 물냉면은 맑고 시원한 육수 위에 얇게 썬 오이, 계란, 그리고 특이하게도 토마토와 파인애플 조각이 올라가 있었다. 처음에는 파인애플과 토마토가 냉면에? 하고 의아했지만, 한 입 맛보는 순간 그 의문은 감탄으로 바뀌었다. 냉면 육수는 깊으면서도 시원했고, 파인애플과 토마토에서 우러나오는 은은한 새콤달콤함이 육수에 풍부한 풍미를 더했다. 마치 여름날 시원한 과일을 맛보는 듯한 신선하고 산뜻한 맛이었다.

함께 주문한 육회냉면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쫄깃한 냉면 면발 위에는 신선한 육회가 먹음직스럽게 올라가 있었고, 그 위에는 볶은 깨와 함께 얇게 채 썬 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육회는 질기지 않고 부드러웠으며, 냉면의 매콤한 양념과 어우러져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특히, 육회를 양념장에 따로 찍어 먹어도 별미라는 이야기를 듣고 시도해보니, 역시나 신선한 육회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곁들여 나온 푸릇푸릇한 어린잎 채소와 싹 채소는 신선함을 더해주었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친절한 서비스였다. 종업원분들 모두 하나같이 친절하고 손님을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마치 가족 같은 따뜻함이 느껴졌다.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서비스로 빙그레 요구르트를 내어주시는 세심함까지. 정말이지, 배부를 때까지 마음껏 먹으라는 사장님의 넉넉한 마음이 느껴졌다. 점심시간에 방문하면 공기밥도 무료로 제공된다니, 이곳은 정말 ‘혜자’라는 단어로는 부족할 지경이었다. 다음 방문에는 죄송한 마음이 들 정도로 넉넉하게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곳을 넘어,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푸짐한 양, 신선한 재료, 그리고 무엇보다 넉넉한 인심까지. 동네 주민들이 오랫동안 이곳을 사랑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다음에 쌍문역 근처에 오게 된다면, 망설임 없이 다시 발걸음을 할 것이다. 푸짐한 식사와 함께 따뜻한 마음까지 채울 수 있는 이곳, 분명 오랫동안 기억될 맛집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