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탕수육 달인, 짜장·짬뽕도 기본기가 탄탄한 곳

안양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온 중국집이라는 정보를 듣고 방문했습니다. 오래된 가게라는 짐작은 했지만, 외관에서부터 풍기는 세월의 흔적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낡은 듯 정겨운 간판과 붉은 벽돌 건물은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가게 외관
오래된 듯 정겨운 가게 외관

들어가기 전, 가게 앞에 붙은 안내문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토종 명가 since 1993’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고, ‘SBS 생활의 달인’에 소개되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탕수육·짬뽕 달인’이라는 문구를 보니, 어떤 맛일지 기대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영업 시간은 10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브레이크 타임은 오후 3시부터 5시 30분까지였습니다. 다만, ‘포장은 사정으로 안 될 수도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 일찍 도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업 시간 및 안내문
since 1993, 생활의 달인에 소개된 가게

평일 오픈 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도 이미 몇몇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내부 공간은 예상보다 협소했지만, 12명 정도 수용 가능한 아담한 규모였습니다. 테이블마다 깔린 분홍색 꽃무늬 테이블보는 오래된 중국집 특유의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미리 볶아두는 것이 아니라, 주문 즉시 조리에 들어간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갓 조리된 따뜻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설렜습니다.

테이블 세팅
화사한 꽃무늬 테이블보와 기본찬

메뉴판을 보니, 탕수육 가격은 소자 15,000원, 중자는 19,000원이었습니다. 탕수육 맛집으로 유명하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기에 주저 없이 탕수육 소자를 주문했습니다. 짬뽕은 6,000원, 짜장은 7,000원으로 요즘 물가에 비해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이었습니다. 볶음밥도 7,000원이었는데, 메뉴판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훌륭하다고 했습니다.

메뉴판
합리적인 가격의 메뉴판

가장 기대했던 탕수육이 나왔습니다. 소자임에도 불구하고 양이 상당히 푸짐했습니다. 갓 튀겨져 나온 탕수육은 튀김옷이 두껍지 않으면서도 바삭한 식감이 살아있었습니다. 일식집에서 코스 요리 마지막에 나오는 튀김처럼, 튀김옷이 눅눅해지지 않고 마지막 한 조각까지도 바삭함을 유지하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튀김옷이 녹말 전분을 사용한 듯,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조화가 일품이었습니다. 함께 나온 소스는 너무 달지도, 시큼하지도 않은 적절한 맛이었습니다.

탕수육
바삭하고 촉촉한 탕수육

짬뽕은 6,000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실했습니다. 홍합과 오징어 같은 해산물이 아낌없이 들어있었고, 신선한 채소도 듬뿍 담겨 있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고기 육수 베이스의 불맛 나는 짬뽕과는 달리, 이집 짬뽕은 채소 육수 베이스로 맑고 깔끔한 국물 맛이 특징이었습니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채소의 단맛과 부담 없이 계속해서 숟가락을 뜨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기본에 충실한 짬뽕이었습니다.

짬뽕
해산물 가득한 짬뽕

짜장면은 7,000원이었습니다. 간짜장을 주문했는데, 면과 짜장 소스가 따로 나왔습니다. 바로 볶아져 나와 그런지, 짜장 소스 안의 양파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면과 소스를 비벼 먹으니, 입안 가득 풍성한 식감과 함께 풍미가 느껴졌습니다. 다만, 살짝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점은 개인적으로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훌륭한 짜장면이었습니다.

일행이 주문한 볶음밥도 맛보았습니다. 7,0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밥알 하나하나 제대로 볶아져 나왔고, 계란 프라이 두 개가 얹혀 나오는 센스까지. 흔히 중국집 볶음밥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의 볶음밥이었습니다. 불맛이 강하게 나지는 않았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깔끔하게 볶아낸 솜씨가 돋보였습니다.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분명 만족할 만한 볶음밥이었습니다.

이 집은 탕수육 맛집으로 알려져 있지만, 짬뽕과 짜장면, 볶음밥 모두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탕수육은 튀김옷의 바삭함과 속살의 촉촉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짬뽕 국물은 시원하고 깔끔해서 해장용으로도 좋을 것 같았고, 짜장면은 단맛이 조금 강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볶음밥 역시 집에서 해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었습니다. 오픈 시간에 맞춰 가지 않으면 웨이팅이 있을 수 있고, 매장 내 좌석이 협소한 편이라 단체 손님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습니다. 또한, 탕수육은 소자만 시켜도 양이 푸짐하지만, 남자 셋이 중자를 시키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라는 후기가 있을 만큼 양이 넉넉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은 한 번쯤 방문하여 경험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바삭한 탕수육을 좋아하시는 분,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맛의 짬뽕을 선호하시는 분, 그리고 오랜 시간 변치 않은 옛날 중국집의 맛을 그리워하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습니다. 2시간을 기다려도 아깝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음식의 퀄리티와 가격적인 메리트가 분명한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 시간이 멈춘 듯한 정겨운 분위기와 함께 추억을 소환하는 매력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탕수육과 짬뽕은 기본으로 시키고, 다른 메뉴들도 차분히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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