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능선이 겹겹이 펼쳐진 평창의 산길을 따라, 마음은 이미 육백마지기의 은하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해발 1,200m 고원에 펼쳐진 야생화 군락지의 황홀경을 상상하며, 굽이굽이 길을 돌아 작은 마을 어귀에 다다랐을 때, 나는 두근두근콩이라는 정겨운 이름의 식당을 발견했다. 오래된 구옥을 개조한 듯한 외관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졌다.

늦은 저녁,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문을 열고 들어선 식당 내부는, 예상대로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였다. 나무로 마감된 벽과 천장은 따뜻한 느낌을 주었고, 곳곳에 놓인 작은 화분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마치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을 선사했다. 메뉴판을 보니, 순두부찌개, 두부 돈가스, 두부 제육덮밥 등, 콩을 주재료로 한 다양한 요리들이 눈에 띄었다.
고민 끝에,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순두부 정식 2인과, 두부 돈가스 한 접시를 주문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식탁 위에 놓였다. 참나물 무침, 머위 줄기 조림 등, 흔히 볼 수 없는 귀한 나물들이 눈에 띄었다.

젓가락을 들어 조심스레 맛을 보니, 과연, 인공적인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재료 본연의 신선함과 은은한 향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특히, 머위 줄기 조림은, 특유의 쌉쌀한 맛과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두부찌개가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 안에는, 몽글몽글한 순두부가 가득 담겨 있었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으니, 뜨거움이 온몸으로 퍼져나감과 동시에, 깔끔하면서도 얼큰한 맛이 혀끝을 감쌌다. 조미료를 많이 쓰지 않은 듯, 뒷맛이 텁텁하지 않고 깔끔했다. 마치 시냇물이 바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청량함이 느껴졌다. 순두부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뜨거운 기운에 입천장이 살짝 데었지만, 그 또한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어서, 두부 돈가스가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돈가스 안에는, 두부가 듬뿍 들어 있었다.

한 입 베어 무니, 고소한 두부의 풍미와 담백한 돼지고기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곁들여 나온 소스에 찍어 먹으니, 느끼함은 싹 가시고, 고소함은 더욱 깊어졌다. 신선한 샐러드와 함께 먹으니, 입안이 더욱 상큼해졌다.
순두부찌개와 두부 돈가스를 번갈아 먹으니, 묘한 조화가 느껴졌다. 뜨겁고 얼큰한 순두부찌개는,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돈가스의 맛을 잡아주고, 담백하고 고소한 돈가스는, 순두부찌개의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 주었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듯했다.
순두부찌개의 슴슴함과 제육볶음의 강렬한 불맛이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그 부조화 속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강렬함 뒤에 찾아오는 은은함, 그리고 그 은은함 뒤에 다시 느껴지는 강렬함. 마치 인생의 희로애락을 압축해 놓은 듯한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났다. 이곳에서는 식사를 하면 커피를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고 했다. 카페라떼를 한 잔 주문하여, 창가 자리에 앉아 홀짝였다. 은은한 커피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따뜻한 온기가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창밖에는 어둠이 짙게 내려앉고, 멀리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가 정겹게 느껴졌다.

나는 문득, 이곳 평창 ‘두근두근콩’ 식당에 대한 첫인상이 떠올랐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 겉모습은 평범하지만, 맛은 특별한 음식들. 그리고, 친절하고 따뜻한 사장님의 미소.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최고의 맛집이라고 극찬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내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남긴 곳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식당 문을 나섰다. 어둠 속에서, 야옹이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야옹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육백마지기를 향해 출발했다. 오늘 밤, 그곳에서 어떤 은하수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나는 다시 페달을 밟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