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칼퇴근에 성공한 날,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곳이 있었다. 며칠 전부터 SNS에서 심심찮게 보이던, 망원동의 작은 돈가스집 “TONKATSU 서황”. 돈가스, 특히 튀김 요리에 대한 나의 페티시즘적 집착은 익히 알려진 사실. 바삭하게 튀겨진 빵가루의 향, 그 속에서 터져 나오는 육즙의 향연… 상상만으로도 엔도르핀이 과다 분비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웨이팅이었다. 이미 악명 높은 수준이라는 정보를 입수, 섣불리 나섰다가는 귀한 저녁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모험 없이는 결과도 없다’는 격언을 되뇌며, 일단 현장으로 향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11시 30분 오픈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11시 10분에 도착했지만, 이미 가게 앞은 4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절망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1시간 20분이라는, 마치 연구실에서 밤샘 실험을 하는 듯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후각을 자극하는 고소한 튀김 냄새가 코 점막을 강타했다. 좁은 공간이었지만, 테이블 간 간격은 적당히 확보되어 있어 답답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는 모습은 차분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치 잘 정돈된 일본 가정집에 초대받은 기분이랄까.
메뉴판을 정독하기 시작했다. 돈가스 전문점답게 다양한 부위의 돈가스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은 단연 ‘모듬카츠’였다. 여러 종류의 튀김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는 점은, 마치 다양한 가설을 한 번에 검증할 수 있는 실험과도 같았다.

드디어 ‘모듬카츠’가 테이블에 모습을 드러냈다. 황금빛 튀김옷을 입은 다양한 튀김들이 철제 렉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모습은, 마치 과학 실험의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하는 듯한 희열감을 안겨주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상적인 튀김의 질감이 눈으로도 느껴지는 듯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생선카츠였다.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흰 살 생선의 조화는, 마치 잘 설계된 분자 요리 같았다.
가장 먼저 맛을 본 것은 생선카츠였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촉촉한 생선 살의 풍미는, 내가 그동안 먹어왔던 생선카츠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rewriting하는 수준이었다. 퍽퍽하거나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마치 숙성 과정을 거친 듯한 깊은 풍미는, 단순한 튀김 요리를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과도 같았다.
“다금바리도 튀겨버리는, 돈까스집으로 위장한 생선튀김 맛집”이라는 어느 방문객의 평가는, 과장이 아니었다. 이 집은 생선튀김에 진심이었다. 튀김옷은 바삭함을 넘어 ‘파삭’거리는 경쾌한 소리를 냈고, 그 안의 생선 살은 마치 수분을 머금은 듯 촉촉했다. 튀김옷과 생선 살 사이의 절묘한 온도 차이는, 입안에서 기분 좋은 쾌감을 선사했다.

다른 튀김들도 훌륭했다. 새우튀김은 160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제대로 일어난 듯, 겉은 갈색 크러스트로 덮여 있었고, 속은 탱글탱글한 새우 살로 가득 차 있었다. 돼지고기 안심카츠는 마치 수비드 조리법을 사용한 듯, 놀라운 부드러움을 자랑했다. 씹을 때마다 터져 나오는 육즙은, 입안을 행복으로 가득 채웠다. 이 모든 튀김들은, 단순히 기름에 튀긴 음식이 아닌, 과학적인 원리를 바탕으로 탄생한 예술 작품과 같았다.
튀김과 함께 제공되는 소스들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돈가스 소스는, 단순한 시판용 소스가 아닌, 직접 만든 듯한 깊은 풍미를 자랑했다. 아마도 글루타메이트 함량을 높여 감칠맛을 극대화한 듯했다. 튀김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은 물론, 튀김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양배추 샐러드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신선한 양배추를 얇게 채 썰어, 유자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는, 튀김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 유자 드레싱의 상큼한 향은, 입안을 리프레시 시켜 다음 튀김을 맛볼 준비를 하도록 도와주었다. 마치 실험 중간에 휴식을 취하며 다음 실험을 준비하는 과정과 같았다.
밥 또한 평범하지 않았다. 윤기가 흐르는 흰쌀밥은, 갓 지은 듯 따뜻했고,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다. 마치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의 이상적인 비율을 맞춘 듯한 밥맛이었다. 튀김과 밥의 조화는, 탄수화물과 지방의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며, 뇌에 쾌락 신호를 끊임없이 보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웨이팅 시간과 양이었다. 테이블 수가 적어 웨이팅이 길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1시간 20분이라는 기다림은 솔직히 조금 힘들었다. 또한, 맛은 훌륭했지만, 양이 조금 적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나처럼 대식가인 사람에게는, 곱빼기 메뉴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TONKATSU 서황”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특히 생선카츠는,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보적인 퀄리티를 자랑한다. 마치 오랜 연구 끝에 탄생한 신약과도 같은 존재랄까.
결론적으로, “TONKATSU 서황”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하나의 과학 실험과 같은 경험이었다. 튀김의 온도, 튀김옷의 바삭함, 생선 살의 촉촉함, 소스의 풍미, 밥의 윤기 등, 모든 요소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입안에서 폭발적인 시너지를 일으켰다. 마치 잘 짜여진 알고리즘처럼, 모든 것이 계산된 듯한 맛이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오픈 시간보다 더 일찍 가서 웨이팅을 최소화해야겠다. 그리고 곱빼기 메뉴가 생긴다면, 주저 없이 주문할 것이다. “TONKATSU 서황”은, 나에게 있어 단순한 돈가스집이 아닌, 미지의 맛을 탐구하는 실험실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언젠가 이곳의 모든 메뉴를 섭렵하고, 나만의 ‘TONKATSU 서황 레시피’를 개발하는 날을 꿈꿔본다.
긴 기다림 끝에 맛본 망원동 맛집 “TONKATSU 서황”의 생선카츠는, 나의 미각 세포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이 집은 단순한 돈가스집이 아닌, ‘맛’이라는 변수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과학 연구소와 같았다. 다음에는 또 어떤 새로운 맛의 발견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