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고향, 그 기억의 저편을 더듬듯 인천으로 향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미추홀구 주안사거리 인근, 4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 ‘변가네 옹진냉면’이다. 백령도 냉면이라는 다소 낯선 이름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하철 2호선 시민회관역에서 내려 몇 걸음 옮기니, 과연 소문대로 웨이팅 의자가 놓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다행히 식사 시간을 살짝 비껴간 덕분에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식당 입구, 무성한 포도 넝쿨이 드리워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치 시간의 무게를 짊어진 듯한 풍경은, 이곳이 단순한 식당이 아닌 추억과 이야기가 깃든 공간임을 암시하는 듯했다.

홀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2층은 주로 단체 손님들을 위한 공간인 듯했다. 나는 1층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주력 메뉴이고, 녹두부침과 삼겹살 편육도 곁들임 메뉴로 준비되어 있었다. 물냉면과 빈대떡을 주문했다.
주문 후 따뜻한 면수가 먼저 나왔다. 뽀얀 빛깔의 면수는 단순히 곁다리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한 모금 입에 넣으니, 오랜 시간 정성껏 삶아낸 듯 진하고 구수한 메밀 향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마치 메밀의 정수를 마시는 듯한 느낌. 은은하게 감도는 단맛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물냉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냉면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탁한 빛깔의 육수 위에는 껍질째 갈아 만든 듯한 메밀면이 소담하게 올려져 있었고, 그 위로 오이와 삶은 계란 반쪽, 그리고 편육 몇 점이 고명으로 얹어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육수와 잘 섞은 후, 드디어 첫 젓가락을 들었다. 면은 겉보기와는 달리, 생각보다 부드럽고 매끄러웠다. 메밀 함량이 높아 툭툭 끊어질 것 같았지만, 의외로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씹을수록 은은한 메밀 향이 퍼져 나가는 것이, 역시 45년 전통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수는 돼지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한 듯했다. 파와 마늘 등의 향신채가 듬뿍 들어가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다. 옥천 황해식당의 육수와 흡사하다는 평처럼, 단맛과 짠맛, 그리고 감칠맛이 복합적으로 느껴졌다. 평양냉면처럼 심심한 맛을 기대했다면 다소 의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이 적절한 간이 마음에 들었다.

냉면을 어느 정도 맛본 후, 사장님의 조언에 따라 식초와 겨자를 살짝 넣어 먹어 보았다. 그랬더니, 또 다른 풍미가 느껴졌다. 식초의 산미와 겨자의 알싸한 향이 더해지니, 육수의 맛이 한층 더 풍부해지는 듯했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협주곡을 듣는 듯한 다채로운 맛의 향연이었다.
함께 주문한 녹두부침도 빼놓을 수 없다. 노릇하게 구워져 나온 녹두부침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한 입 베어 무니, 고소한 녹두 향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크기는 손바닥보다 조금 큰 정도였지만, 냉면과 함께 곁들여 먹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벽에 붙어 있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옹진냉면을 더욱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라 하여, 까나리액젓을 넣어 먹는 것을 추천하고 있었다. 아, 미리 알았더라면 시도해 봤을 텐데. 다음 방문 때는 꼭 까나리액젓을 넣어 쿰쿰하면서도 감칠맛 넘치는 백령도식 냉면을 즐겨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돌아오는 길, 옹진냉면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45년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장인 정신이 깃든 맛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선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인천에 다시 방문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다음에는 비빔냉면과 수육에도 도전해 봐야지.

옹진냉면은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그 중간 어디쯤 자리하고 있는 듯한 독특한 매력을 지닌 냉면이었다. 육수의 깊은 맛과 메밀면의 향긋함, 그리고 푸짐한 인심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특히, 슴슴하면서도 은은하게 감도는 감칠맛은, 먹고 나서도 자꾸만 생각나는 중독성이 있었다.
이곳은 단순히 맛있는 냉면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을 지켜온 장인 정신,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는, 옹진냉면을 인천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방문하고 싶다. 분명, 부모님도 옹진냉면의 깊은 풍미와 지역의 정겨운 분위기에 흠뻑 빠지실 것이다.

옹진냉면 방문 팁:
* 점심 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식사 시간을 피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 주차 공간이 협소하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인근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 까나리액젓을 넣어 먹으면 더욱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 녹두부침과 수육도 함께 곁들여 먹으면 더욱 풍성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 곱빼기를 시키면 면을 넉넉하게 즐길 수 있다.
총평:
옹진냉면은 단순한 냉면 맛집을 넘어,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다. 45년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장인 정신이 깃든 맛은, 잊고 지냈던 고향의 맛을 떠올리게 한다. 인천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봐야 할 인천의 명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