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댁에 가면 묵은 김치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쿰쿰하면서도 시원한 향은, 세월의 깊이만큼이나 잊을 수 없는 맛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문득, 그 김치찜이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전북 정읍, 그곳에 묵은지의 깊은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했다. 이름마저 정겨운 “아들딸사랑김치찜”이었다.
정읍 시내, 왁자지껄한 시장 골목 어귀에 자리 잡은 아들딸사랑김치찜. 간판에는 큼지막한 글씨와 함께 김치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왠지 모르게 푸근한 느낌이 드는 외관이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니, 테이블마다 김치찜 냄비가 놓여 있고, 매콤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메뉴는 김치찜과 물갈비, 주물럭 등이 있었다. 김치찜 전문점답게, 나는 매운 김치갈비찜을 주문했다. 1인분에 11,000원, 공깃밥은 별도였다. 메뉴판을 보니 ‘모든 메인메뉴 공기밥 별도’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주문을 마치자, 곧바로 밑반찬이 테이블에 차려졌다. 검은색 사각 접시에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은, 마치 잘 차려진 집밥을 연상케 했다. 뜨끈한 계란말이, 콩나물 무침, 김치, 어묵볶음 등 10가지나 되는 반찬들이 보기 좋게 놓였다. 특히 갓 구워져 나온 듯한 따뜻한 계란말이는, 그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단맛으로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김치갈비찜이 나왔다. 양은 냄비에 담겨 보글보글 끓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묵은지의 깊은 향과 매콤한 양념 냄새가 어우러져,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김치는 큼지막하게 썰어져 있었고, 돼지갈비는 푹 익어 부드러워 보였다. 국물은 보기에도 칼칼해 보이는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청양고추의 매운맛이 확 올라오면서, 묵은지의 시원한 맛이 뒤따라왔다. 돼지갈비는 푹 익어 뼈에서 살이 쉽게 분리되었고, 잡내 없이 부드러웠다. 묵은지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했고,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밥 위에 김치와 갈비를 얹어 한 입 가득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매운맛이 땀을 송골송골 맺히게 했지만,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묵은지의 깊은 맛과 돼지갈비의 고소한 맛, 그리고 매콤한 양념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젓가락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매운 음식을 잘 먹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아들딸사랑김치찜의 매운 김치갈비찜은, 묘하게 끌리는 매운맛이었다. 억지로 낸 매운맛이 아니라, 묵은지와 양념이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매운맛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놓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가끔씩 육수가 부족하다는 후기가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음식이 나오자마자 육수를 더 달라고 요청했다. 역시, 국물이 졸아들면 그 맛이 덜할 것 같았다. 김치찜에는 역시 국물이 넉넉해야 제맛이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당면 사리를 추가해서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음에는 당면 사리를 꼭 추가해서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면 사리보다는 당면 사리가 김치찜 국물과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반찬으로 나온 계란말이가 맛있어서, 추가 주문이 가능한지 물어보니, 1,000원을 내면 추가할 수 있다고 했다. 살짝 고민했지만, 워낙 맛있었기에 흔쾌히 추가했다. 역시, 김치찜의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데는 계란말이만 한 게 없다.
혼자서 김치찜 2인분을 시키니, 양이 꽤 많았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젓가락질 덕분에, 결국 밥 한 공기를 추가해서 싹 비웠다. 정말 배부르고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장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시장 골목에 위치해 있어,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맛있는 김치찜을 먹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주인 아주머니께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건넸다. 아주머니는 환한 미소로 답해주셨다.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아들딸사랑김치찜은, 정읍에서 꼭 먹어봐야 할 맛집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묵은지의 깊은 맛과 매콤한 양념, 그리고 푸짐한 인심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었다. 다음에는 물갈비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읍에 다시 방문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정읍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싶다면, 아들딸사랑김치찜을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단, 매운 것을 잘 못 먹는다면, 미리 덜 맵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잊지 말자.
돌아오는 길, 뱃속은 든든했고, 마음은 따뜻했다. 마치 할머니 댁에서 푸짐한 밥상을 받고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아들딸사랑김치찜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정겨운 추억과 따뜻한 정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