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깃든 할머니 손맛, 진천에서 만나는 특별한 오리 목살 지역 맛집

평소에 오리고기는 즐겨 먹는 편이지만, 흔한 구이나 탕 말고 뭔가 특별한 게 없을까 늘 궁금했었다. 그러던 중 백반기행에 소개된 오리 목살 구이 전문점이 눈에 띄었다. 그것도 그냥 오리 목살이 아니라,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노포라니…! 혼밥 마스터로서 이런 곳은 그냥 지나칠 수 없지. 그렇게 홀린 듯이 진천으로 향했다. 오늘도 혼밥 성공을 외치며!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으로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정겨운 식당이었다. 나무로 된 외벽에는 ‘Since 1974’라는 문구와 함께 ‘할머니집’이라는 상호가 정겹게 쓰여 있었다. 왠지 모르게 푸근함이 느껴지는 외관. 잘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나를 반겼다. 테이블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혼자 온 손님은 나뿐인 것 같았지만,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이런 활기 넘치는 분위기, 오히려 좋아!

식당 외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정겨운 외관. Since 1974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역시 메인 메뉴는 오리 목살 참숯구이였다. 그 외에도 흑미 오리탕, 신선 오리 주물럭, 수미 감자 오리 목살 짜글이 등 다양한 오리 요리들이 눈에 띄었다. 혼자 왔으니 오리 목살 구이 1인분과 짜글이를 시킬까 고민했지만, 왠지 구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용기 내어 사장님께 혼자 왔는데 1인분만 주문 가능한지 여쭤보니, 흔쾌히 괜찮다고 하셨다. 역시 이런 인심이 정겨운 시골 인심이지!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숯불이 담긴 화로가 먼저 테이블에 놓였다. 곧이어 밑반찬들이 차려지는데,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있어 보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겉절이 김치와 보리쌀 고추장이었다. 겉절이는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시던 그런 맛이라고 하던데, 정말 기대가 됐다.

식당 내부
정겨운 분위기의 식당 내부. 혼자 왔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리 목살이 등장했다. 붉은빛을 띠는 오리 목살은 신선해 보였고, 숯불 위에 올려놓으니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가 식욕을 자극했다. 사장님께서 직접 구워주시면서 오리 목살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주셨다. 오리 한 마리에서 아주 소량만 나오는 귀한 부위라는 말씀에, 왠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잘 익은 오리 목살을 한 점 집어 소금에 살짝 찍어 맛보니,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돼지고기나 소고기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풍미였다. 마치 참새구이나 개구리 뒷다리 구이를 먹는 듯한 느낌이라는 후기가 있던데, 정말 그런 묘한 매력이 있었다. 닭 목살(세세리)과는 또 다른, 밀도 높은 쫄깃함과 육향이랄까.

이번에는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신 대로 보리쌀 고추장에 찍어 겉절이와 함께 먹어봤다. 매콤하면서도 아삭한 겉절이와 쫄깃한 오리 목살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이 집 고추장이 짜글이 베이스라고 하던데, 정말 맛깔났다. 느끼함도 잡아주고,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쉴 새 없이 젓가락질을 하며 오리 목살을 폭풍 흡입했다. 혼자서 2인분은 거뜬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리 목살 구이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오리 목살. 쫄깃하고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다.

오리 목살 구이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이번에는 짜글이가 궁금해졌다. 보통의 짜글이를 생각하고 주문했는데, 찌개 냄비를 보고는 살짝 당황했다. 국물이 흥건하고 건더기는 별로 안 보여서. 하지만 사장님은 당황하지 말고 적당히 졸여서 감자와 함께 먹으면 된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사장님 말씀대로 짜글이를 졸여가며 국물을 맛보니, 처음에는 싱거운 듯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국물이 쫄아들수록 그 깊은 맛은 더욱 진해졌다. 짜글이 안에는 오리 목살이 듬뿍 들어 있었다. 감자와 오리 목살을 함께 건져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밥에 비벼 먹으니, 순식간에 밥 한 그릇이 뚝딱 비워졌다.

메뉴판
다양한 오리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메뉴판. 찹쌀 동동주도 인기 메뉴라고 한다.

신기한 건, 짜글이가 쫄아도 짜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마 상추와 고기를 찍어 먹으라고 나오는 보리고추장 덕분인 것 같았다. 이 보리고추장이 짜글이의 핵심 비법인 듯했다. 오리 목살 구이부터 짜글이까지, 정말 흠잡을 데 없는 맛이었다.

밥을 시키면 서비스로 나오는 된장찌개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시래기가 들어간 된장찌개는 시원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뒷맛이 살짝 시큼하면서도 계속 당기는 맛이랄까. 된장찌개 역시 밥에 비벼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후식으로는 찹쌀 동동주를 한 잔 주문했다. 14도라고 쓰여 있었는데, 할머니 레시피 그대로 만든다고 한다. 걸쭉하면서도 투명한 빛깔이 마치 프리미엄 막걸리 같았다. 한 모금 마시니, 은은한 단맛과 함께 톡 쏘는 청량감이 입안 가득 퍼졌다. 오리 목살 구이와 짜글이로 든든하게 채운 배를 부드럽게 달래주는 느낌이었다.

메뉴 안내
흑미 오리탕과 보리쌀 고추장 오리 주물럭 메뉴 안내.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식당 곳곳에 걸려 있는 사진들을 구경했다. 오래된 흑백 사진 속에는 할머니의 젊은 시절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진 속 할머니의 미소는 푸근했고,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갔다. 이 식당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숯불구이 특성상 연기가 많이 난다는 점이었다. 환기시설이 조금 부족한 탓에 실내에 연기와 탄 냄새, 숯 냄새가 가득했다. 이 점만 개선된다면 더욱 쾌적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화장실이 조금 노후되었다는 후기도 있었는데, 리모델링을 통해 깨끗하게 개선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메뉴 안내
Since 1974,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할머니집.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이 식당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다. 특히 혼밥족들에게는 더욱 추천하고 싶다. 혼자 와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고, 푸근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오리 요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천에서 만난 특별한 오리 목살 맛집. 50년 전통의 손맛과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잊지 못할 식사를 했다. 오늘도 혼자여도 괜찮아! 라는 위로를 받으며, 다음 혼밥 장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화로
오리 목살을 구워 먹을 수 있는 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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