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과학 선생님은 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과학자의 마음으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그 정신을 이어받아, 오늘도 나는 새로운 맛의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전주 모래내시장으로 향한다. 오늘 나의 실험 대상은 바로 연탄불에 구워 먹는 삼겹살. 특히 이 집은 허브 삼겹살로 명성이 자자하다고 하니, 그 풍미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볼 생각에 벌써부터 엔도르핀이 샘솟는다.
시장 초입부터 풍겨오는 정겨운 냄새는 후각신경을 자극하며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간판에 그려진 이쑤시개를 문 돼지 캐릭터는 어딘가 모르게 촌스럽지만, 오히려 그 점이 노포의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왠지 모르게 숨겨진 고수의 향기가 느껴진달까. 문을 열고 들어서자, T자형 포장마차 테이블과 연탄불이 놓인 드럼통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후끈한 열기가 묘하게 섞여,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다.

벽 한켠에는 이 집이 TV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에 출연했다는 광고가 붙어있다. 쟁쟁한 맛집들을 제치고 방송에 나왔다니, 그 맛이 더욱 궁금해진다. 자리에 앉자마자 허브 삼겹살을 주문했다. 잠시 후, 숯불에 초벌된 삼겹살이 등장한다. 겉은 노릇노릇하게 익고, 속은 촉촉한 육즙을 머금은 모습이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한다.
사장님께서는 고기를 직접 구워주신다. 숙련된 솜씨로 고기를 자르고, 불판 위에 가지런히 올려주시는데, 그 모습에서 장인의 손길이 느껴진다. 고기가 익어가는 동안, 연탄불 특유의 향이 코를 간지럽힌다. 연탄은 숯에 비해 화력이 약하지만, 은은하게 지속되는 열 덕분에 고기 속까지 골고루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연탄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는 고기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환기를 잘 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따르지만 말이다.
첫 점은 소금에 살짝 찍어 맛보았다. 입안에 넣는 순간, 허브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돼지 특유의 잡내를 잡아준다. 160도에서 진행된 마이야르 반응 덕분에, 고기 표면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식감을 자랑한다. 돼지 지방의 고소한 풍미와 허브의 향긋함이 어우러져, 혀를 황홀하게 감싼다. 이어서 제공된 특제 빨간 소스에 찍어 먹으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더해져 더욱 다채로운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소스의 비밀 레시피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이 집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구운 김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삼겹살을 김에 싸 먹는다고?’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사장님의 추천을 믿고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구운 김 위에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올리고, 쌈장과 마늘을 더해 입안에 넣으니… 놀랍게도, 환상의 조합이다! 김의 바삭함과 짭짤한 맛이 삼겹살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감칠맛을 더해준다. 마치 김부각 위에 육회를 올려 먹는 듯한, 색다른 풍미를 경험할 수 있었다.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김치찌개는 잘 익은 김치의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일품이며, 돼지고기와 두부가 듬뿍 들어가 있어 든든함까지 더해준다. 된장찌개는 구수한 된장의 풍미와 애호박, 두부, 양파 등의 채소가 어우러져, 깊고 풍부한 맛을 낸다. 특히 이 두 찌개는 삼겹살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마치 완벽하게 짜여진 알고리즘처럼, 삼겹살-김치찌개-된장찌개의 조합은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게 만든다.

허브 삼겹살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이번에는 고추장 삼겹살을 주문해 보았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고추장 삼겹살은 보기만 해도 매콤한 기운이 느껴진다. 불판 위에 올려 굽자,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하며 식욕을 더욱 돋운다. 한 입 먹어보니,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며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매운맛 마니아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맛이다. 다만, 양념이 강하기 때문에 焦げないように 자주 뒤집어줘야 한다.
고추장 삼겹살은 상추에 싸 먹는 것이 정석이다. 신선한 상추 위에 고추장 삼겹살을 올리고, 쌈장, 마늘, 고추를 더해 한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풍성한 맛이 느껴진다. 매콤달콤한 고추장 양념과 아삭한 상추의 식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쉴 새 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마무리로는 후식 소면을 빼놓을 수 없다. 멸치 육수를 베이스로 한 소면은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국물이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주며, 마지막까지 만족스러운 식사를 완성시켜준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온몸에 연탄불 향이 배어있다. 마치 캠프파이어를 하고 온 듯한 기분이랄까. 옷에 밴 냄새는 쉽게 빠지지 않겠지만, 오히려 그 냄새가 이 집의 추억을 더욱 오래도록 기억하게 해줄 것 같다.

총평: 전주 모래내시장 ‘안산연탄집’은 단순히 맛있는 삼겹살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정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연탄불에 구워 먹는 삼겹살은 그 자체로도 특별하지만, 친절한 사장님과 정겨운 분위기가 더해져 더욱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다. 마치 오래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과 따뜻함이 느껴진달까.
다만, 노포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위생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단점을 감수할 만큼 훌륭한 맛과 정겨운 분위기를 자랑하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다음에는 지인들과 함께 방문하여, 연탄불 앞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실험 결과: ‘안산연탄집’의 허브 삼겹살은 과학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완벽한 맛을 자랑하는, 전주 모래내시장의 숨겨진 보석임이 입증되었다. 다음 실험 장소를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겨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