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곳. 푸른 바다와 싱싱한 해산물이 넘실대는 이곳에, 잊지 못할 밥상을 선물하는 곳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통영 미수동, 해저터널 바로 옆에 자리 잡은 “통영밥상식당”. 낡은 건물 외관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정과 푸짐한 인심이 가득했다.
가게 앞에 다다르니, 세월이 묻어나는 간판과 파란색 어닝이 눈에 띈다. 마치 오래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겨운 경상도 사투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어서 오이소!” 활짝 웃으며 맞이해주시는 사장님의 모습에, 긴 여행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 평일 11시,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이미 손님들로 북적였다. 역시, 맛있는 집은 어떻게든 소문이 나는 법이지.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A세트, B세트, 특A세트… 고민 끝에, 푸짐하다는 특A세트(6만 5천원)를 주문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을 둘러봤다. 테이블마다 놓인 꽃무늬 식탁보와 정겨운 분위기가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벽에는 다녀간 손님들의 흔적이 가득한데, 하나하나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특A세트가 나왔다. 꼬시래기, 어묵조림, 풀치조림, 멸치볶음, 감자채무침, 배추김치 등 보기만 해도 군침이 싹 도는 밑반찬들이 쫙 깔렸다. 어릴 적 할머니가 차려주시던 밥상처럼, 소박하지만 정갈한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꼬시래기의 꼬들꼬들한 식감, 어묵조림의 달콤 짭짤한 맛, 풀치조림의 매콤함…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특히, 감자채무침은 어찌나 맛있는지, 순식간에 한 접시를 비워버렸다.
밑반찬에 감탄하고 있을 때, 멸치회무침과 바지락회무침이 나왔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싱싱한 해산물과 미나리의 향긋한 조화가 입맛을 돋우었다. 멸치회는 뼈째 씹히는 꼬득꼬득한 식감이 일품이었고, 바지락회는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최고였다. 이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이모님은 밥에 비벼 먹으면 더 맛있다고 귀띔해주셨다.
잠시 후, 뜨거운 김을 뿜어내는 해물뚝배기가 등장했다. 뚝배기 위로 솟아오른 푸짐한 해산물들을 보니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낙지, 꽃게, 소라, 조개 등 없는 게 없었다. 젓가락으로 낙지 다리를 건져 올려 입에 넣으니, 쫄깃쫄깃한 식감과 함께 바다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꽃게는 살이 꽉 차 있어서, 발라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국물은 또 얼마나 시원한지! 각종 해산물에서 우러나온 깊은 감칠맛이 속을 확 풀어주는 느낌이었다.
다음으로는,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생선구이가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생선구이는, 짭짤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특히, 쏨뱅이 구이는 처음 먹어봤는데, 부드러운 살결과 고소한 풍미가 정말 훌륭했다.
이제, 이 집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비빔밥을 맛볼 차례다. 멸치회무침과 바지락회무침을 어느 정도 먹고 남은 양념에, 김가루와 참기름을 듬뿍 넣어 밥을 비벼 먹는 것이다. 이모님이 직접 비벼주시는데, 그 손길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비빔밥 맛을 더욱 좋게 하는 듯했다. 한 숟갈 크게 떠서 입에 넣으니, 새콤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멸치회와 바지락회의 쫄깃한 식감, 미나리의 향긋함, 김가루의 짭짤함, 참기름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만들어냈다. 정말이지, “이 맛은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가 불렀지만, 해물뚝배기 국물을 남길 수는 없었다. 우동사리를 추가해서 남은 국물에 넣어 끓여 먹으니, 또 다른 별미였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우동 면에 쫙 배어들어,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면을 다 먹고 남은 국물까지 싹싹 긁어 마시니, 정말이지 “배부르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맛있게 드셨능교? 다음에 또 오이소!” 그 따뜻한 인사에, 다시 한번 마음이 훈훈해졌다. 통영밥상식당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정과 인심을 함께 나누는 곳이었다. 통영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통영밥상식당 바로 앞에는 통영 해저터널이 자리하고 있다. 1932년에 개통된 이 터널은, 동양 최초의 바다 밑 터널이라고 한다. 밥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해저터널을 거닐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터널 안은 생각보다 시원했고, 벽에는 터널의 역사와 관련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천천히 걸으면서, 통영의 과거와 현재를 느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통영밥상식당은 제로페이와 같은 지역화폐는 사용할 수 없고, 카드나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 그리고 예약은 받지 않으니, 브레이크 타임(오후 2시 ~ 5시)을 피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주차 공간은 따로 없지만, 가게 근처 골목에 요령껏 주차하면 된다.
통영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통영밥상식당에 꼭 한번 들러보시길 바란다. 푸짐한 해산물 한 상 차림에, 넉넉한 인심까지 더해진 이곳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따뜻함과 푸근함을 느낄 수 있는 곳, 통영밥상식당에서 진정한 통영의 맛을 경험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