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고운 날, 문득 고향 집 마루에 앉아 엄마가 차려주시던 밥상이 그리워졌다. 북적이는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 곳은 홍천의 ‘느티나무집’. 수타사 농촌테마파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이곳은, 마치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켜온 느티나무처럼 묵직하고 포근한 인상을 풍겼다. 갓 지어진 건물에서 나는 새 건물의 냄새가 살짝 느껴졌지만, 오히려 그 깔끔함이 청결함으로 다가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 아래 정갈하게 차려진 상차림이 눈앞에 펼쳐졌다. 테이블마다 놓인 놋그릇과 수저에서부터 느껴지는 단아함은, 이미 맛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이곳의 메뉴는 대부분 밭에서 나는 귀한 식재료를 활용한 건강한 집밥 스타일인데, 특히 곤드레나물밥과 감자옹심이가 이곳의 대표 메뉴라고 한다.

주문을 마치고 기다리는 동안, 갓 구워져 나온 부꾸미가 식탁 위에 놓였다. 겉면은 금빛으로 노릇하게 구워져 있었고,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과 함께 쫀득한 식감이 입안을 즐겁게 했다. 이것이 정말 시작일 뿐이라는 사실에, 앞으로 펼쳐질 미식의 향연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윽고 기다리던 곤드레 돌솥밥이 등장했다. 뚝배기 가득 담긴 밥 위로는, 싱그러운 곤드레나물이 소복이 올라앉아 있었다. 갓 지어져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밥알은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곤드레 특유의 향긋한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돌솥에 담겨 나와, 밥을 덜어낸 후에는 뜨거운 물을 부어 숭늉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솥 바닥에 눌어붙은 밥알과 곤드레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숭늉은, 마치 오랜 시간 끓여낸 진한 육수처럼 구수하고 깊은 맛을 자랑했다. 밥알 사이사이에 섞인 곤드레는 씹을수록 부드러웠고, 쌀알의 고소함과 함께 어우러지며 입안 가득 풍성한 풍미를 선사했다. 밥 자체에 강황가루가 살짝 들어간 듯한 은은한 노란빛도 눈을 즐겁게 했다.
함께 나온 밑반찬들은 하나같이 정갈하고 신선했다. 직접 농사짓거나 지역 농가와 계약 재배한 신선한 채소들로 만들어졌다는 말처럼, 채소 본연의 맛을 살린 깔끔한 조리법이 돋보였다. 시큼한 무생채, 아삭한 콩나물무침, 알싸한 냉이무침 등 저마다의 개성으로 밥맛을 돋우었다. 특히, 직접 만든 묵은 된장은 깊은 장맛의 풍미를 자랑하며 밥도둑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밥과 함께 주문한 감자옹심이는, 쫄깃한 감자 수제비와 진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숟가락으로 큼직한 옹심이를 떠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걸쭉하면서도 부드러운 국물은, 마치 따뜻한 품처럼 마음까지 데워주는 듯했다. 들깨가루를 넣어 구수함을 더한 옹심이 국물은, 쌀쌀한 날씨에 더욱 제격이었다.


또한, 곁들임 메뉴로 시킨 감자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갓 부쳐져 나온 따끈한 감자전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요리였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감자의 담백한 맛과 고소함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맛이었다. ‘유언으로 한 마디만 남길 수 있다면 감자전은 대자로 시켜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이곳의 특별함은 단순히 음식의 맛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식사 후 제공되는 시원한 콩물 한 잔은, 입안을 개운하게 정리해주며 여운을 남겼다. 처음 방문한 사람도, 연인과 함께 온 사람도, 부모님이나 아이와 함께 온 사람도 모두 만족할 만한 공간이었다. 친절한 사장님의 웃음 띤 얼굴로 응대하는 모습은, 마치 오랜 지인을 만난 듯한 따뜻함을 더했다.

느티나무집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선 경험이었다. 갓 수확한 듯 신선한 재료로 정성껏 만든 음식들은, 마치 고향 집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곳에서 맛본 곤드레밥과 감자옹심이는, 홍천의 흙내음과 햇살, 그리고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느낌이었다. 다음에도 홍천을 찾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 이 훈훈한 시골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