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완연한 가을, 며칠 전부터 콧가를 간질이는 바람이 심상치 않았다. 드높은 하늘 아래, 뭉게구름은 쉴 새 없이 흘러가고, 마음은 자꾸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며칠 전부터 눈여겨 봐둔 용호동의 한 고깃집으로 향했다. ‘다담시리’, 이름에서부터 정갈함이 느껴지는 이곳은,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었다. 특히 돼지고기의 풍미가 남다르다는 이야기에, 잔뜩 기대를 품고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굽이굽이 골목길을 따라 15분쯤 걸었을까. 저 멀리, 은은한 조명이 새어 나오는 ‘다담시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왁자지껄한 분위기보다는 차분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친절한 직원분들이 밝은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첫인상부터가 마음에 쏙 들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돼지고기, 소고기, 식사류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나의 선택은 단연 돼지고기였다. 특히,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숙성 삼겹살’과 ‘목살’을 주문했다. 잠시 후,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를 채우기 시작했다. 깻잎 장아찌, 갓김치, 묵은지, 샐러드 등 푸짐한 구성에 입이 떡 벌어졌다.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모습에서, 음식에 대한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매일매일 바뀐다는 반찬들은, 마치 엄마가 해주는 집밥처럼 따뜻하고 푸근한 느낌을 주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숙성 삼겹살과 목살이 등장했다. 선홍빛을 띠는 두툼한 고기의 자태는,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경에 빠지게 했다. 직원분께서 직접 고기를 구워주시는 덕분에, 나는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며 기다릴 수 있었다. 전문가의 손길로 구워지는 고기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어갔다.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깻잎 장아찌에 싸서 입안에 넣으니, 육즙이 팡팡 터져 나왔다.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고, 깻잎의 향긋함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목살 역시,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육즙이 일품이었다. 특히, 이곳만의 비법 소스에 찍어 먹으니, 감칠맛이 더욱 살아났다.

고기를 먹는 중간중간, 밑반찬들을 곁들여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묵은지에 싸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함께 깊은 풍미가 느껴졌고, 갓김치와 함께 먹으니 알싸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특히, 이곳의 채 썬 감자는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마치 과자처럼 자꾸만 손이 갔다.
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살짝 느끼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화요25 하이볼’을 주문해 보았다. 투명한 잔에 담긴 하이볼은, 보기만 해도 청량감이 느껴졌다. 한 모금 마시니, 화요의 은은한 향과 탄산의 상쾌함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깔끔한 맛 덕분에,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고기와 하이볼을 즐기고 있으니, 이번에는 밥이 당겼다. 그래서 ‘가마솥밥’을 주문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갓 지은 밥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밥만 먹어도 맛있었지만, 김에 싸서 간장 양념에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환상적이었다. 다만, 양이 조금 적은 듯하여 아쉬움이 남았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나니, 사장님께서 직접 오셔서 인사를 건네셨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사장님은, 친절하게 맛은 어떠했는지,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물어봐 주셨다.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배웅해 주셨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다담시리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경험이었다. 맛있는 음식,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특히, 돼지고기의 풍미는,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돼지고기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왜 이곳이 용호동 최고의 고기집으로 불리는지, 직접 경험해보니 알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점심 특선으로 제공되는 갈비탕은, 다른 곳에 비해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가격 대비 가성비가 좋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또한, 손님이 많은 시간에는, 직원분들의 서빙이 조금 늦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로 충분히 상쇄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다담시리는 재방문 의사가 매우 높은 곳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맛있는 돼지고기를 함께 즐기고 싶다. 특히,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것 같은 연잎밥 정식도 맛보고 싶다. 용호동에서 맛집을 찾는다면, 다담시리를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콧가에 맴도는 돼지고기의 향긋한 풍미는,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오늘, 나는 용호동에서 잊지 못할 맛있는 추억을 만들었다. 다음에 또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오늘의 맛집 탐방기를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