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연구실을 벗어나,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회원구, 그중에서도 작지만 매력적인 동네 회원동으로 미식 탐험을 떠났다. 우리의 목적지는 바로 수제 돈가스로 입소문이 자자한 한 식당. 평소 분자 요리나 미생물 발효에 심취해 있지만, 오늘은 잠시 실험 도구를 내려놓고 ‘맛’이라는 궁극의 결과물을 탐구해 보기로 했다.
식당 문을 열자, 은은하게 풍겨오는 튀김 기름의 향기가 후각 수용체를 자극하며 식욕을 돋우었다. 튀김 요리 특유의 이 향기는, 지방산이 고온에서 산화되면서 생성되는 알데하이드와 케톤류의 복합적인 작용 덕분이다. 마치 실험실에서 새로운 화학 물질의 냄새를 맡을 때처럼, 미지의 맛에 대한 기대감이 샘솟았다.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정독하기 시작했다. 옛날 돈가스, 매운 돈가스, 그리고 치즈 돈가스까지. 다양한 선택지 앞에서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수제’라는 단어에 이끌려 가장 기본인 옛날 돈가스와 매운 돈가스를 주문하기로 했다. 덧붙여, 우동도 맛이 궁금하여 함께 주문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수제’라는 문구가 왠지 모르게 신뢰감을 주었다. 마치 내가 직접 실험 레시피를 짜듯, 이 집 사장님도 자신만의 비법으로 돈가스를 만들겠다는 장인 정신이 느껴졌다.
주문 후, 예상대로 음식 나오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지만 괜찮다. 완벽한 마이야르 반응을 위해서는 기다림도 감수해야 하는 법. 기다리는 동안 식당 내부를 둘러보았다. 테이블은 4개 정도로 아담한 공간이었고, 벽에는 손님들의 추억이 담긴 폴라로이드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마치 갤러리처럼 정감 있는 분위기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돈가스가 등장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돈가스 튀김옷의 색깔이었다. 160~180도 사이의 온도에서 튀겨진 듯, 표면에 균일하게 갈색 크러스트가 형성되어 있었다. 바로 이 마이야르 반응 덕분에 돈가스는 특유의 고소한 풍미와 바삭한 식감을 얻게 된다.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돈가스를 조심스럽게 잘라 한 입 맛보았다. 바삭!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혀끝에는 고소한 풍미가 가득 퍼졌다. 돼지고기 특유의 감칠맛과 튀김옷의 바삭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얇게 펴진 돼지고기는 질기지 않고 부드러웠다. 아마도 숙성 과정을 거친 듯했다.
옛날 돈가스와 함께 나온 소스 역시 인상적이었다. 시판용 소스가 아닌, 직접 만든 듯한 깊은 맛이 느껴졌다. 새콤달콤하면서도 은은한 허브 향이 돈가스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소스에 찍어 먹으니 돈가스의 풍미가 더욱 살아나는 듯했다. 마치 촉매처럼, 소스는 돈가스의 잠재된 맛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다음은 매운 돈가스 차례.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돈가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코를 찌르는 매콤한 향이 범상치 않음을 예고했다. 매운 돈가스 소스의 주성분은 캡사이신. 캡사이신은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유발하는 마성의 물질이다.

매운 돈가스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에 불이 나는 듯한 강렬한 매운맛이 느껴졌다. 캡사이신의 농도가 상당한 듯했다. 하지만 단순히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기분 좋게 매운맛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마치 엔도르핀이 분비되는 듯,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스트레스 해소에는 매운 음식이 최고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듯하다.
돈가스와 함께 제공된 샐러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양배추를 가늘게 채 썰어 마요네즈 소스에 버무린 샐러드는, 돈가스의 느끼함을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 매운 돈가스를 먹을 때 샐러드를 곁들이니, 매운맛이 중화되면서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샐러드 속 아삭아삭한 양배추의 식감도 좋았다.
우동은 솔직히 평범했다. 국물은 시원했지만, 특별한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면발도 쫄깃했지만, 수제 돈가스에 비하면 아쉬운 수준이었다. 다음에는 돈가스에만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실험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을 때처럼,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식사를 마치고, 사장님께 돈가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돈가스가 정말 맛있습니다. 특히 튀김옷이 바삭하고 고소한 게, 비법이 있으신가요?” 사장님은 웃으면서 “특별한 비법은 없고, 좋은 재료를 써서 정성껏 만드는 것뿐입니다”라고 답했다. 겸손한 답변이었지만, 그 속에는 오랜 시간 갈고닦은 장인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식당 벽에 붙어 있는 폴라로이드 사진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사진 속 사람들의 웃는 얼굴에서, 이 식당이 단순한 식당이 아닌, 추억과 행복을 파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다음에는 꼭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붙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회원동 미식 탐험은, 나에게 단순한 식사를 넘어, 맛의 과학적 원리와 장인 정신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마치 새로운 연구 주제를 발견한 것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음식을 맛보면서 그 속에 담긴 과학적 원리를 탐구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총평: 회원동에 숨겨진 돈가스 맛집. 160도에서 튀겨낸 완벽한 마이야르 반응은 물론, 캡사이신이 선사하는 매운맛의 쾌감까지. 사장님의 장인 정신이 깃든 수제 돈가스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될 만하다. 비록 우동은 평범했지만, 돈가스 하나만으로도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 다음에는 치즈 돈가스에 도전해 봐야겠다. 실험 결과, 이 집 돈가스는 완벽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