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던 오후, 문득 속이 든든하면서도 깔끔한 음식이 당겨 익숙한 발걸음을 옮겼다. 혼자 밥 먹는 나에게 딱 맞는 장소를 찾는 것은 언제나 소소하지만 중요한 일상 속 미션인데, 오늘은 왠지 모르게 ‘김인수할머니순두부집’이 떠올랐다. 이미 여러 번 블루리본을 받을 만큼 맛은 보증된 곳이라 믿음이 갔지만, 혼자 방문해도 괜찮을지, 혹시 눈치는 보이지 않을지 하는 약간의 망설임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맛있는 순두부 한 그릇으로 나를 위로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기에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나를 반겼다. 나무로 된 천장 구조와 은은한 조명이 편안함을 더해주었고, 벽면에는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집임을 알리는 그림과 글귀들이 정겹게 그려져 있었다. 특히 큼지막하게 쓰인 “김인수할머니순두부집”이라는 상호명은 이 집의 오랜 역사와 손맛을 묵직하게 전달하는 듯했다.

다른 곳과 달리 이 집은 혼자 식사를 하는 경우 1,000원의 추가 요금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정갈한 한 상을 기대하며 자리를 잡았다. 주방 쪽으로 길게 늘어선 카운터석은 없었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너무 좁지 않아 혼자 앉아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을 것 같았다. 벽면에는 메뉴판과 함께 이곳의 명성을 보여주는 인증 마크들이 붙어 있어, 내가 제대로 찾아왔다는 확신을 주었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역시 순두부 메뉴가 메인이었고, 감자전과 돈까스도 눈에 띄었다. 나는 이곳의 시그니처인 순두부찌개를 주문하기로 했다. 사실 감자전도 정말 맛있다는 후기가 많아 잠시 고민했지만, 오늘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순두부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잠시 기다림의 시간이 흘렀다. 가게 안은 이미 많은 손님들로 북적였고, 왁자지껄한 소리 속에서도 음식에 집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처럼 혼자 온 손님들도 꽤 있었는데, 다들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메뉴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 나만 혼밥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에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드디어 주문한 순두부찌개가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는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가 경쾌했고,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뚝배기 뚜껑을 열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뽀얗고 푸짐한 순두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국물 위로 송송 썰어 넣은 파와 다진 마늘, 그리고 얇게 썬 고추가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함께 나오는 밑반찬이었다. 보통 혼밥을 하면 반찬 가짓수가 적거나 단무지, 김치 정도만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달랐다. 다섯 가지 종류의 정갈한 밑반찬이 예쁜 그릇에 담겨 나왔다. 젓갈, 콩나물 무침, 멸치볶음, 김치, 그리고 정체 모를 나물까지. 하나같이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특히 좋았던 점은 밥 양이었다. 밥그릇이 크지는 않지만, 1인분 양으로 적당했다. 밥 자체도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것이 신선해 보였다. 밥 양이 적다는 평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딱 알맞은 양이었다. 밥과 함께 나온 김치도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본격적으로 순두부찌개를 맛볼 차례였다. 숟가락으로 순두부를 떠 국물에 살짝 적셔 입안에 넣었다. 첫 맛은 역시 고소하고 담백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는데, 50년 전통의 손맛이 느껴지는 듯했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내 혀가 순수한 순두부 본연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순두부는 정말 부드러웠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식감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맵기 조절은 따로 할 수 없었지만, 내가 먹은 순두부찌개는 과하게 맵지 않고 은은하게 매콤한 맛이 돌아 밥과 함께 먹기 딱 좋았다. 밥을 국물에 말아 슥슥 비벼 먹으니, 그 어떤 음식보다 든든하고 만족스러웠다.
한창 순두부찌개에 집중하고 있는데, 문득 시선이 옆 테이블로 향했다. 다른 손님들이 주문한 감자전과 돈까스도 정말 맛있어 보였다. 특히 노릇하게 구워진 감자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해 보이는 비주얼이 군침을 돌게 했다. 다음 방문에는 꼭 감자전을 주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반찬 리필도 가능해서, 콩나물 무침이 맛있어서 한 번 더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가져다주셨다. 사장님 내외분이 불친절하다는 후기도 보았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정말 친절하게 응대해주셔서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오히려 바쁜 와중에도 필요한 것이 있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식사를 거의 마칠 무렵, 밥에 곁들여 먹었던 젓갈과 나물 반찬도 인상 깊었다.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젓갈은 밥도둑이 따로 없었고, 약간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나물 반찬은 깔끔하게 입안을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이 집은 메인 메뉴뿐만 아니라, 곁들여 나오는 하나하나의 반찬까지도 허투루 내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순두부찌개를 다 비우고, 밥알 한 톨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뜨끈하고 든든한 순두부찌개 한 그릇 덕분에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혼자 와서 눈치 보지 않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행복이다. 김인수할머니순두부집은 그런 만족감을 충분히 채워주는 곳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며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주차장이 따로 없어 근처 주차장을 안내받아야 하는 점은 조금 아쉬울 수 있지만, 이 정도의 맛과 정성이라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50년 전통의 깊은 맛과 정갈한 상차림, 그리고 따뜻한 인심까지. 오늘도 혼밥 성공! 다음에 또 맛있는 순두부 생각나면 이곳을 찾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