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혼자 떠나는 여행, 이번에는 김천이다. 김천은 왠지 모르게 정겨운 느낌이 드는 곳이라 혼자 밥 먹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배꼽시계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미리 점찍어둔 김천 맛집, ‘이조곱창’으로 향했다.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이라 찾기도 쉬웠다. 혼밥 레벨이 만렙인 나에게도 새로운 장소는 늘 설렘을 준다. 오늘도 혼밥 성공을 외치며 가게 문을 열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낡은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6.25 시대 서민들이 찾았을 법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랄까. 테이블은 입식과 좌식 두 종류가 있었는데, 나는 혼자 왔으니 카운터석에 자리를 잡았다. 벽에는 오래된 메뉴판이 붙어 있었는데, 가격이 정말 착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런 곳이 있다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푸근해졌다. 혼자 왔지만 전혀 눈치 보이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 역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소갈비살 2인분과 모듬 막창 2인분을 주문했다. 가격이 워낙 저렴해서 부담 없이 시킬 수 있었다. 잠시 후, 사이다 한 병이 서비스로 나왔다. 사장님의 푸짐한 인심에 감동! 곧이어 차돌박이 조금과 돼지껍질이 서비스로 나왔다. 숯불 위에 올려 구워 먹으니 꿀맛! 특히 돼지껍질은 쫀득쫀득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불이 약해서 조금 답답했지만, 천천히 음미하며 먹으니 나름 운치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갈비살과 모듬 막창이 나왔다. 갈비살은 양념이 되어 있어서 살짝 구워져 나왔고, 모듬 막창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불판 위에 올려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를 들으니 식욕이 더욱 자극되었다. 갈비살은 달콤 짭짤한 양념이 잘 배어 있어 정말 맛있었다. 막창은 쫄깃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었고, 특유의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대구에서 왔다는 한 손님은 “고기는 So So이지만 맛없지는 않다”라고 평했지만, 나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특히 냉소면과 함께 먹으니 환상의 조합이었다.

고기를 먹는 동안에도 서비스는 계속되었다. 싱싱한 생간과 천엽이 나왔는데, 쫄깃쫄깃하고 신선한 맛이 정말 좋았다.

고기를 다 먹어갈 때쯤, 밥을 주문하니 청국장이 넉넉하게 나왔다.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밥에 쓱쓱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예전에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 혼자 밥을 먹으면서도 옛 추억에 잠길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배불리 먹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사장님께서 기분이 좋으셨는지 소주 한 병 가격을 빼주셨다. 덕분에 더욱 저렴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니, 옷에 밴 고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환기가 잘 안 되는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맛과 가격, 그리고 푸짐한 서비스 덕분에 모든 것이 용서되었다.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주차장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천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다. 그리고 깔끔한 분위기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노포 분위기가 오히려 정겹고 좋았다.

김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특히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인심을 느낄 수 있고, 혼자서도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와서 모듬 한판에 소주 한잔 기울여야겠다.

돌아오는 길, 배는 든든하고 마음은 따뜻했다. 김천에서의 혼밥은 정말 성공적이었다. 역시 여행은 혼자 떠나도 좋고, 맛있는 음식은 혼자 먹어도 맛있다. 오늘도 혼자여도 괜찮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