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역시 먹는 즐거움이지! 고창에서 임실로 넘어가는 길, 꼬르륵거리는 배꼽시계가 난리였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우렁쌈밥이 번뜩 떠오르더라고. 예전에 TV에서 봤던 정읍의 우렁쌈밥집이 생각나서 곧장 핸들을 돌렸지. 사실 블로그 광고는 잘 안 믿는 편인데, 여긴 왠지 모르게 끌렸어. 왠지 숨겨진 맛집 포스가 느껴졌달까?
정읍 터미널 근처라 찾기도 쉬웠어. 딱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더라. 신발 벗고 들어가는 곳이었는데,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어서 첫인상부터 마음에 들었어. 메뉴는 우렁쌈밥 정식이 메인인 것 같았어. 우렁쌈장, 청국장, 우렁이 초무침이 기본 구성이고, 두루치기를 추가할 수도 있다네. 나는 고민 없이 기본으로 주문했지. 쌈밥엔 역시 막걸리 한 잔 아니겠어?

잠시 기다리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렁쌈밥 정식이 눈 앞에 쫙 펼쳐지는데… 와, 진짜 입이 떡 벌어졌다니까?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푸짐했어. 싱싱한 쌈 채소는 기본이고, 우렁쌈장, 청국장, 우렁이 초무침, 밴댕이 젓갈, 각종 나물 반찬까지! 10가지가 넘는 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우는데, 진짜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더라. 딱 봐도 재료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 들어간 느낌이었어.
일단 쌈부터 한 쌈 싸봤지. 쌈 채소 종류도 다양해서 뭘 싸야 할지 고민될 정도였어. (웃음) 상추, 깻잎, 배추, 거기에 이름 모를 쌈 채소까지! 쌈 채소 위에 따뜻한 밥 한 숟갈 올리고, 우렁쌈장 듬뿍 찍어서 얹은 다음, 입 안 가득 와앙- 넣었더니… 진짜 천국이 따로 없더라. 쌈 채소의 신선함과 우렁쌈장의 고소함이 입 안에서 팡팡 터지는데, 진짜 꿀맛이었어! 우렁이 쌈장은 짜지 않고 고소한 맛이 강해서, 쌈에 듬뿍 넣어 먹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어.

특히 내 입맛을 사로잡았던 건 바로 청국장! 사실 청국장 특유의 쿰쿰한 냄새 때문에 별로 안 좋아했는데, 여기 청국장은 냄새가 거의 안 나더라고.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이 진짜 최고였어. 청국장 안에 들어있는 콩도 얼마나 부드러운지,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는 느낌이었어. 쌈 싸 먹다가 중간중간 청국장 한 입씩 먹어주면, 입 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랄까?
우렁이 초무침도 빼놓을 수 없지! 새콤달콤매콤한 양념에 탱글탱글한 우렁이가 듬뿍 들어있는데, 진짜 입맛 돋우는 데 최고더라. 솔직히 말하면, 우렁이 초무침 먹다가 살짝 비린 맛이 느껴지긴 했어. 근데 양념이 워낙 맛있어서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어. 오히려 그 살짝 비린 맛이 우렁이 특유의 풍미를 더 살려주는 느낌이랄까?

반찬들도 하나하나 다 맛있었어. 시래기 들깨볶음은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고, 밴댕이 젓갈은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돌아서 밥도둑이 따로 없더라. 김치도 전라도 김치답게 젓갈 향이 진하고 깊은 맛이 났어. 솔직히 반찬만으로도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울 수 있을 정도였어.
쌈 채소랑 반찬은 부족하면 얼마든지 리필이 가능해서 좋았어. 나는 쌈 채소를 워낙 좋아해서, 몇 번이나 리필해 먹었는지 몰라. (웃음) 쌈 채소 리필할 때마다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가져다주셔서 너무 감사했어.

정말 쉴 새 없이 쌈을 싸 먹고, 반찬을 집어 먹고, 청국장을 떠먹었어.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밥 두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니까! (원래 밥 한 공기 이상 잘 안 먹는데…) 진짜 배가 터질 것 같았지만, 너무 맛있어서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어.
다 먹고 나니, 진짜 만족감이 밀려오더라. 솔직히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음식 퀄리티나 양을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았어. 오히려 이 가격에 이렇게 푸짐하고 맛있는 쌈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될 정도였어.
계산하고 나오면서 보니까, 우렁이 쌈장을 따로 판매하고 있더라고. 워낙 맛있게 먹어서, 나도 모르게 두 개나 사버렸지 뭐야. (웃음) 집에서 밥 비벼 먹어도 맛있고, 쌈 싸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아.

나오면서 보니까, 허영만 화백의 백반기행에도 나왔던 집이더라.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봐. 괜히 뿌듯한 거 있지. (ㅋㅋ)
정읍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라서, 기차 타기 전에 들르기에도 딱 좋을 것 같아. 부모님 모시고 가기에도 정말 좋은 곳이고. 솔직히 젊은 사람들 입맛에는 조금 안 맞을 수도 있겠지만, 건강하고 맛있는 웰빙 밥상을 찾는다면 무조건 강추하고 싶은 곳이야.
아, 그리고 주차는 가게 앞에 할 수도 있지만, 맞은편 실내체육관에 주차하는 게 더 편할 거야. 나는 그걸 몰라서 가게 앞에서 조금 헤맸거든. (ㅠㅠ)
다음에 정읍에 또 가게 된다면, 무조건 여기 다시 갈 거야. 그때는 두루치기도 추가해서 먹어봐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정읍에서 제대로 된 전라도 맛집을 찾는다면, 여기 꼭 한번 가봐.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아, 그리고 주말에는 사람이 많을 수 있으니, 미리 예약하고 가는 걸 추천할게.
진짜 잊을 수 없는 우렁쌈장의 고소함, 정읍에서 인생 맛집을 찾아서 너무 행복하다! 다음에 또 올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