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 시간을 내어 부산으로 향했다. 빽빽한 도시의 빌딩 숲을 벗어나, 고즈넉한 풍경 속에 숨겨진 맛집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다. 이번에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한 곳은 동래시장의 활기 넘치는 입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자리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한정식집 ‘정림’이었다. 화려한 간판 대신, 은은하게 빛나는 ‘정림’이라는 이름이 정겹게 다가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깥의 소란스러움과는 완전히 다른, 차분하고 아늑한 공간이 펼쳐졌다. 앤티크한 가구들과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격자무늬 창살 너머로 보이는 정원의 풍경이었다. 초록의 나무들과 형형색색의 꽃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약선 한정식이 눈에 띄었다.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은 나는 망설임 없이 약선 한정식을 주문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이 눈앞에 놓였다. 놋그릇에 담긴 다채로운 음식들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샐러드부터 시작해, 버섯탕수육, 나물, 전, 찜 등 12가지가 넘는 요리들이 차례대로 나왔다.
가장 먼저 샐러드를 맛보았다. 신선한 채소와 직접 만든 듯한 드레싱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었다. 아삭아삭 씹히는 채소의 식감과 새콤달콤한 드레싱의 조화가 훌륭했다. 이어서 버섯탕수육을 맛보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버섯탕수육은, 흔히 먹던 탕수육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특히 소스가 과하지 않아 버섯 본연의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나물은 간이 세지 않고 은은한 향이 살아있어 좋았다.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셨던 나물 맛이 떠오르기도 했다. 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웠다. 기름지지 않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찜은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양념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특히 푹 익은 무가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음식을 맛보는 동안, 정성스럽게 요리한 음식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공적인 조미료 맛은 느껴지지 않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은, 마치 어머니가 해주시는 집밥을 먹는 듯한 따뜻함을 느끼게 했다.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 입맛을 돋우는 곁들임 찬들이 먼저 나왔다. 형형색색의 야채들이 정갈하게 담겨져 나왔는데,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쌈장이었다. 이곳 정림은 쌈장명가라고도 불린다고 하는데, 직접 담근 쌈장의 깊은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짜지 않고 구수한 맛이 야채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요리가 나왔다. 우리는 고등어구이와 갈비찜을 추가로 주문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고소한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졌다. 갈비찜은 부드러운 갈비와 달콤 짭짤한 양념이 어우러져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특히 갈비찜에 들어간 밤과 은행은 씹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솥밥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갓 지은 밥은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했다. 밥을 그릇에 옮겨 담고, 숭늉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어 먹으니, 입 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솥밥과 함께 나온 김치와 젓갈도 훌륭했다. 특히 젓갈은 밥 위에 올려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후식으로는 따뜻한 차와 과일이 나왔다. 은은한 향이 나는 차를 마시니, 소화가 잘 되는 기분이었다. 달콤한 과일은 입 안을 상큼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보약을 먹은 듯,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가게 곳곳에 놓인 골동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오래된 가구와 소품들은 마치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장독대였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에서는 오랜 세월의 깊이가 느껴졌다.

정림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정갈한 음식과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잠시나마 현실의 시름을 잊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부산 동래에 이런 맛집이 숨어 있었다니,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주차장이 없어 근처 동래구청에 주차해야 한다는 점은 조금 불편했다. 또한, 가격대가 조금 높은 편이라는 점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음식의 퀄리티와 분위기를 고려하면, 충분히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한다.
정림은 가족 외식이나 손님 접대 장소로도 좋을 것 같다.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정갈한 한정식을 즐기며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어른들을 모시고 가면, 분명 만족하실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이 정림의 기와지붕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정림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음에 부산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그 때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

정림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부산의 정취와 한국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잊혀져가는 옛 맛을 되살리고, 건강까지 생각하는 정림의 약선 한정식은,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펼쳐지는 부산의 야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정림에서 받은 따뜻한 기운 덕분인지, 마음이 풍족해지는 듯했다. 나는 다음에도 부산에 방문하여, 정림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부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고 싶다.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