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보석을 찾은 기분, 구리에서 만난 인생 칼국수 맛집

늦잠을 자버린 주말 아침, 밍기적거리다가 겨우 몸을 일으켰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텅 비어있는 게, 오늘은 무조건 외식이다 싶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얼마 전부터 아내가 노래를 부르던 칼국수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그래, 칼국수 먹으러 가자!

아내가 며칠 전부터 눈여겨봤다는 구리 동구릉 근처의 칼국수집으로 향했다. 사실 큰 기대는 안 했다. 동네에 있는 흔한 칼국수집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고 정갈한 분위기였다. 가게 이름은 면가명가. 뭔가 장인의 향기가 느껴지는 듯한 이름이었다. 밖에서 봤을 땐 몰랐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은은한 조명 덕분에 분위기가 꽤 좋았다. 저녁에 오면 더 운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택가 골목에 자리 잡고 있어서 주차는 살짝 헬이었다. 맘 편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가게 앞에 도착해서 보니 하얀색 간판에 검은색으로 큼지막하게 ‘면가명가’라고 쓰여 있었다. 간판 옆에는 칼국수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맛집의 포스가 느껴졌다.

면가명가 외부 간판
밤에 은은하게 빛나는 면가명가 간판. 칼국수 장인의 향기가 느껴진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고 깔끔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계산대 옆에는 키오스크가 있었는데, 여기서 주문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메뉴를 쭉 훑어보니 칼국수 종류가 꽤 다양했다. 조개 칼국수, 얼큰 우삼겹 조개 칼국수, 전복 조개 칼국수… 뭘 먹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결정 장애가 있는 나를 위해 아내가 메뉴를 골라줬다. 우리는 조개 칼국수와 비빔밥 세트, 그리고 고기만두 반, 김치만두 반을 시켰다. 둘이서 먹기에 양이 좀 많을 것 같았지만, 워낙 혜자스러운 곳이라는 소문을 익히 들었던 터라 기대감이 컸다. 잠시 후, 키오스크 화면에 주문번호가 떴다. 여기는 특이하게 주문부터 반찬까지 모두 셀프였다. 뭐, 이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거니까.

쟁반을 들고 음식을 받아오는데, 와… 비주얼부터가 장난 아니었다. 조개 칼국수에는 조개가 정말 산처럼 쌓여 있었다. 이게 정말 6천 원짜리 칼국수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비빔밥도 색깔이 어찌나 곱던지. 얼른 사진을 찍고 먹어봐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조개 칼국수 비주얼
뽀얀 국물에 가득 담긴 조개들.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느낌!

먼저 조개 칼국수 국물부터 한 입 맛봤다. 캬…! 진짜 시원하다는 말밖에 안 나왔다. 조개에서 우러나온 시원한 국물에 쑥갓 향이 더해지니, 이건 뭐 거의 예술이었다. 면은 납작한 칼국수 면이 아니라 우동 면처럼 통통했는데, 쫄깃쫄깃한 식감이 아주 좋았다. 면과 국물이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후루룩후루룩 계속 흡입하게 됐다.

조개도 진짜 신선했다. 동죽, 가리비 등 다양한 종류의 조개가 듬뿍 들어 있어서 골라 먹는 재미도 있었다. 특히 나는 백합을 몇 개 건져 먹었는데, 어찌나 쫄깃하고 맛있던지! 아, 그리고 여기는 특이하게 얼큰 조개 칼국수에는 고기도 들어간다. 그래서 일반 조개 칼국수보다 가격이 조금 더 비싼 것 같았다.

얼큰 조개 칼국수
매콤한 국물에 푸짐한 조개, 그리고 고기까지! 얼큰 칼국수는 진짜 해장으로 딱일 듯.

칼국수를 어느 정도 먹고 나서 비빔밥도 맛봤다. 비빔밥에는 김가루, 채소, 그리고 빨간 양념장이 듬뿍 들어 있었다. 슥슥 비벼서 한 입 먹으니, 와… 이것도 진짜 맛있다!. 매콤달콤한 양념장이 입맛을 확 돋우는 게, 칼국수랑 같이 먹으니 진짜 환상의 조합이었다.

조개 칼국수와 비빔밥 세트
이 푸짐한 한 상이 단돈 9천 원! 가성비 최고다.

만두도 빼놓을 수 없지. 우리는 고기만두 반, 김치만두 반을 시켰는데, 둘 다 진짜 맛있었다. 특히 김치만두는 매콤하면서도 칼칼한 게,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만두피도 어찌나 쫄깃하던지. 칼국수, 비빔밥, 만두…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완벽한 조합이었다.

반반 만두
고기만두, 김치만두 둘 다 포기할 수 없다면 반반 만두가 답!

반찬은 김치와 단무지, 딱 두 가지였는데, 김치가 진짜 맛있었다. 겉절이 스타일로 갓 담근 김치였는데,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게 칼국수랑 환상궁합이었다. 김치가 맛있어서 칼국수를 더 많이 먹게 되는 것 같았다.

푸짐한 한 상 차림
칼국수, 비빔밥, 만두, 김치까지! 이 모든 게 한 상에!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그 많던 음식을 싹 비웠다. 진짜 배부르고 맛있게 잘 먹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이 너무 착해서 또 한 번 놀랐다. 이렇게 푸짐하게 먹고도 1인당 1만 원이 안 된다니! 여기는 진짜 가성비 최고의 맛집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가게는 테이블이 8개 남짓으로 아담한 편이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애매한 오후 4시쯤 방문했는데, 다행히 웨이팅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었다. 브레이크 타임도 따로 없는 것 같았다.

면가명가 메뉴판
착한 가격에 놀라운 퀄리티! 이게 바로 면가명가의 매력.

다 먹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드렸더니, 활짝 웃으시면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말씀해주셨다.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음식도 맛있고, 가격도 착하고… 여기는 정말 단골 예약이다.

아, 그리고 여기는 식사 전에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가 홀 안에 마련되어 있어서 좋았다. 아무래도 조개 칼국수를 먹다 보면 손에 국물이 묻을 수 있는데, 바로 씻을 수 있어서 편리했다.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쓴 점이 마음에 들었다.

조개 칼국수 확대샷
탱글탱글한 조갯살! 신선함이 눈으로도 느껴진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내와 “여기 진짜 맛집이다”라며 입을 모아 칭찬했다. 동구릉 데이트하고 나서 들르기에도 딱 좋은 코스인 것 같다. 다음에는 부모님 모시고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리 시민이라면, 아니 구리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가봐야 할 인창동 맛집, 면가명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일 거라고 확신한다. 나만 알고 싶은 맛집이지만, 좋은 건 나눠야 하니까! 다들 꼭 한 번 방문해보시길 바란다. 진짜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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