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 유명한 행궁동 맛집, 운멜로 본점에 발을 들였다. 소문은 익히 들어왔다. 퓨전 이탈리안 요리의 성지, 수원에서 가장 핫한 레스토랑 중 하나라는 칭호. 평소 웨이팅을 극도로 혐오하는 나지만, 이번만큼은 호기심이라는 강력한 추진제 덕분에 인내심을 발휘해 보기로 했다.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기 15분 전, 4시 15분에 도착했음에도 이미 세 팀이나 줄을 서 있었다. 마치 과학 실험을 앞둔 연구원처럼, 기대와 약간의 긴장이 뒤섞인 묘한 감정이 나를 감쌌다.
가정집을 개조한 2층 건물, 벽돌로 마감된 외관은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풍겼다. 낡은 벽돌 사이로 보이는 “UNMELO hello shushu HUMOUR”라는 간판 문구가 묘하게 언밸런스하면서도 위트 있었다. 마치 잘 짜여진 실험 설계처럼, 이곳의 모든 요소는 의도적으로 배치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30분 정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입성. 내부는 생각보다 아담했지만, 높은 천장과 화이트 톤의 벽 덕분에 답답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앤티크한 가구와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아늑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천장 마감. 노출 콘크리트 스타일로 마감되지 않은 천장이 오히려 이곳만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는 듯했다. 샹들리에 대신 천장에서 길게 늘어진 펜던트 조명이 테이블 위를 부드럽게 비추는 모습은 마치 연극 무대를 연상시켰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스캔했다. 파스타, 리조또, 스테이크… 다양한 메뉴들이 있었지만, 이미 마음속으로는 ‘풍기 크레마 리조또’를 점찍어 둔 상태였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이자, 수많은 방문객들의 극찬을 받은 바로 그 메뉴다. 마치 잘 알려진 화학 반응의 메커니즘을 확인하듯, 그 맛이 정말 소문만큼 대단할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주문을 마치자 식전빵이 나왔다. 바삭하게 구워진 토스트 위에 허브가 솔솔 뿌려져 있었다. 올리브 오일에 살짝 찍어 한 입 베어 무니, 은은한 허브 향과 함께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빵의 글루텐 조직은 완벽하게 발달해 쫄깃한 식감을 선사했고,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이상적인 질감을 구현했다. 식전 빵부터 이 정도 퀄리티라니, 메인 요리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증폭되었다.
드디어, 풍기 크레마 리조또가 등장했다. 눈으로 먼저 감상한 후, 코를 킁킁거려 트러플 오일 특유의 흙내음과 버섯의 향긋함을 음미했다. 뜨거운 김이 살짝 식자마자 숟가락으로 크게 한 입 떠서 맛을 보았다. 첫 맛은 부드러운 크림의 풍미가 지배적이었다. 마치 벨벳처럼 매끄러운 텍스처가 혀를 감싸 안았고, 이어서 다양한 버섯의 풍미가 겹겹이 느껴졌다. 표고버섯, 양송이버섯, 느타리버섯… 각기 다른 식감과 향을 지닌 버섯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복합적인 풍미를 만들어냈다. 쌀알은 적당히 익어 톡톡 터지는 식감이 살아있었고, 리조또 전체의 질감은 마치 잘 조절된 콜로이드 용액처럼 안정적이었다.
풍기 크레마 리조또의 핵심은 단연 트러플 오일이었다. 트러플 오일 속의 방향족 화합물은 후각 수용체를 자극하여 강렬한 풍미를 선사했다. 특히, 디메틸 설파이드(dimethyl sulfide)는 트러플 특유의 톡 쏘는 듯한 향을 만들어내는데, 이 향이 크림과 버섯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전체적인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계속 먹다 보니, 눅진한 소스에 오일이 더해져 약간 느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마치 실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 것처럼, 완벽해 보이던 리조또에도 약점이 존재했다.
느끼함을 달래기 위해, ‘매콤한 맛’으로 표시된 빼쉐를 추가로 주문했다. 빼쉐는 토마토 소스 베이스에 해산물과 버섯, 고추 등이 들어간 매콤한 파스타였다. 붉은색을 띈 국물에서부터 매운 향이 느껴졌다. 한 입 맛보니,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며 입안에 강렬한 통증과 함께 쾌감을 선사했다. 마치 전기 자극처럼 짜릿한 매운맛은 풍기 크레마 리조또의 느끼함을 완벽하게 중화시켜 주었다. 홍합, 새우, 오징어 등 다양한 해산물은 신선했고, 토마토 소스의 산미와 어우러져 풍성한 맛을 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면의 익힘 정도였다. 알 덴테(al dente)로 완벽하게 삶아진 면은 씹을 때 톡톡 터지는 듯한 식감을 선사했다.
빼쉐의 매운맛은 단순히 캡사이신에 의한 통각 자극이 아니었다. 고추에 함유된 다양한 향신 성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깊고 풍부한 매운맛을 만들어냈다. 마치 복잡한 유기 화학 반응처럼,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작용하여 하나의 완벽한 맛을 창조해낸 것이다. 게다가 빼쉐는 양도 넉넉해서, 둘이서 세 개의 메뉴를 시키니 양이 딱 맞았다.
함께 주문한 블랙빈 감베리 파스타는 고소함과 매콤함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메뉴였다. 블랙빈 소스는 콩의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감칠맛과 짭짤한 맛이 특징인데, 여기에 새우의 풍미가 더해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마치 효소 촉매 반응처럼,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다양한 유기산들이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운멜로의 또 다른 강점은 친절한 서비스였다. 직원들은 테이블을 꼼꼼히 살피며, 필요한 것이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었다. 피클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로 리필해주는 모습은 마치 숙련된 조교처럼 능숙했다. 다만, 실내 음악은 다소 아쉬웠다. 퓨전 EDM 스타일의 빠른 템포 음악은 식사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고, 대화에 집중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마치 실험 환경에 노이즈가 섞인 것처럼,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요소였다.
전반적으로 운멜로는 훌륭한 레스토랑이었다. 음식의 맛, 분위기, 서비스 모두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특히 풍기 크레마 리조또와 빼쉐는 꼭 먹어봐야 할 메뉴였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웨이팅이 길고, 주차 공간이 부족하며, 실내 음악이 시끄럽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운멜로는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식사를 마치고 화성행궁 주변을 산책했다. 붉게 물든 노을 아래, 고즈넉한 한옥 건물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냈다. 마치 실험 결과를 정리하는 과학자처럼, 운멜로에서의 경험을 곱씹으며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다음에는 런치 세트를 시켜 닭가슴살 스테이크와 다른 파스타 메뉴에도 도전해봐야겠다. 아, 그리고 칵테일도 꼭 맛봐야지!
돌아오는 길, 머릿속에는 온통 풍기 크레마 리조또의 풍미가 맴돌았다. 트러플 오일의 향긋함, 버섯의 쫄깃함, 크림의 부드러움… 이 모든 요소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하는 듯했다. 마치 중독성 강한 마약처럼, 자꾸만 생각나는 맛이었다. 조만간 또 방문해서, 이번에는 풍기 크레마 리조또를 1인 1개씩 시켜 먹어야겠다. 실험 결과, 이 집 리조또는 완벽했습니다! 수원 지역명에서 이탈리아의 파스타를 느껴보고 싶다면 꼭 방문해보시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