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혼밥의 시간.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문득, 얼마 전 대흥동에서 좋은 기억을 안고 왔던 ‘하쿠류코쿠류’가 봉명동에도 새로 생겼다는 소식이 떠올랐다. ‘혼자여도 괜찮을까?’ 하는 작은 망설임이 있었지만, 이내 ‘새로운 곳은 늘 설레는 법이지!’라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은은하게 퍼지는 조명과 일본 감성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가 마음을 편안하게 감쌌다. 왁자지껄한 소음 대신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은 혼자 온 나에게 더없이 좋은 배경음악이 되어주었다.
가게 안을 둘러보니, 넓은 테이블 좌석도 있었지만 의외로 카운터석이나 1인 좌석도 꽤 마련되어 있었다. 마치 ‘혼밥하러 오세요!’라고 말하는 듯한 친절함에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굳이 애써 메뉴판을 훑어보지 않아도, 눈에 띄는 메뉴들이 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신선한 숙성회, 푸짐한 후토마끼, 따뜻한 라멘, 그리고 이곳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특별한 나베까지. 혼자서 이걸 다 어떻게 먹나 싶으면서도, ‘하나씩 다 맛보고 싶다’는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망설임 끝에 주문한 첫 번째 메뉴는 역시나 신선함이 생명인 숙성회였다. 두툼하게 썰려 나온 숙성회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핑크빛으로 곱게 빛나는 회 한 점을 집어 입안에 넣자, 혀끝에서부터 사르르 녹아내리는 부드러움과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다. 마치 바다의 신선함을 그대로 담아온 듯한 맛이었다. 함께 곁들여 나온 쌉싸름한 와사비와 톡 쏘는 간장이 입맛을 더욱 돋우었다. 이곳의 회는 숙성 과정을 거쳐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로 끌어낸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어서 나온 메뉴는 비주얼부터 압도적인 후토마끼. 큼지막한 크기에 속이 꽉 찬 후토마끼는 한입에 다 넣기 어려울 정도였다. 신선한 채소와 알찬 재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입안 가득 풍성한 맛을 선사했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재료들의 신선함과 짭짤한 듯 고소한 맛의 조화는 ‘이거 정말 물건이다!’ 싶었다. 혼자 먹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양이지만,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그런 걱정도 사치였다.

혼밥러에게 빼놓을 수 없는 메뉴, 바로 라멘이다. 이곳의 라멘은 깊고 진한 육수가 일품이었다. 마치 일본 현지에서 먹는 듯한 풍미가 느껴지는 육수에 쫄깃한 면발, 그리고 부드러운 차슈까지. 한 숟갈 떠먹자마자 속이 따뜻해지면서 해장되는 느낌이었다. 혹시나 양이 너무 많을까 걱정했지만, 든든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양이라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메뉴판을 꼼꼼히 보다가, ‘이건 꼭 먹어봐야겠다’ 싶었던 안키모(아귀 간) 요리도 주문했다. 처음 먹어보는 메뉴라 조금 망설여졌지만, 함께 곁들여 나온 상큼한 소스와 함께 먹으니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녹진하고 고소한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은 마치 고급 디저트를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사케와 함께 곁들이니 그 맛이 배가 되는 듯했다.
음식의 맛도 맛이지만,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다양한 술. 하이볼부터 사케, 그리고 독특한 전통주까지. 혼자서 여러 가지 술을 맛보며 안주와의 페어링을 즐기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특히 친절하신 직원분께서 추천해주신 사케는 숙성회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봉명동 ‘하쿠류코쿠류’는 정말 혼밥하기에도, 둘이서 오붓하게 한잔하기에도 완벽한 곳이었다. 1인분 주문이 가능한 메뉴가 많다는 점,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는 음식까지. 이곳에서 나는 ‘오늘도 혼밥 성공!’이라는 짜릿한 성취감을 느꼈다. 다음에는 어떤 새로운 메뉴를 맛볼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분명 또 올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