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여기 단양까지 왔는데 뭘 먹어야 잘 먹었다 소문날까, 고민하던 참이었어요. 원래 가려던 곳은 쉬는 날이라 발걸음을 돌리고, 이리저리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동네 주민분께서 살포시 알려주신 곳이랍니다. “이 근처에서 집밥처럼 푸짐하고 맛있는 집 찾으시면 여기만한데가 없어요” 하시는데, 그 말씀에 왠지 모를 기대감이 확 생기더라고요. 문을 열고 들어서니, 세상에나. 꾸밈없이 정겨운 풍경이 저를 반겨주네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고향 시골 어느 집에 온 듯 편안했습니다.
네 사람이서 뭘 먹을까 메뉴판을 훑어보다가, 현지 분의 추천을 받은 오삼불고기와 사태김치찌개를 주문했습니다. 주문하고 나니, 이게 웬일이래요. 상다리가 부러질 듯 한가득 차려지는 반찬들에 입이 떡 벌어졌어요. 딱 일곱 가지에서 아홉 가지 정도 되는 것 같은데, 하나같이 눈으로만 봐도 정성이 가득 느껴지는 게, 마치 엄마가 손수 만들어주신 집밥 같았습니다.

시금치나물은 어찌나 부드럽게 데쳐졌는지, 간도 딱 맞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어요. 멸치볶음은 딱딱하지 않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고, 젓갈도 비리지 않고 감칠맛이 돌았습니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장아찌들도 입맛을 돋우는데 한몫했죠. 무엇보다 좋았던 건, 튀기듯이 구워 나온 계란 프라이였어요. 노른자가 탱글탱글 살아있는 게, 밥 위에 얹어 간장 톡 뿌려 비벼 먹으니 어릴 적 먹던 그 맛 그대로더라고요. 이런 밑반찬 하나하나에 주인장님의 솜씨와 손맛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한참 밑반찬 맛에 감탄하고 있는데,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들이 나왔습니다. 먼저,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식욕을 자극하는 사태김치찌개였습니다.

이 찌개, 정말이지 물건입니다. 진하게 우러난 김치의 시큼함과 얼큰함이 기가 막히게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어요. 맵기만 한 게 아니라, 국물 한 숟갈 뜨면 속이 확 풀리는 듯한 시원함이 일품이었습니다. 큼직하게 썰어 넣은 사태 부위는 어찌나 부드럽던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와 밥도둑이 따로 없었어요. 끓이면 끓일수록 더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게, 정말 몇 번을 떠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옛날 엄마가 끓여주시던 김치찌개 맛이 떠올라, 한 숟갈 뜰 때마다 고향 생각이 절로 났답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온 오삼불고기!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이었습니다.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오징어와 돼지고기에 매콤달콤한 양념이 짙게 배어 있었어요.

한 젓가락 집어 맛을 보니, 와우! 적당히 달짝지근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오징어는 쫄깃쫄깃한 식감이 살아있고, 돼지고기는 부드럽게 씹혔어요. 양념이 너무 짜지도, 맵지도 않고 딱 기분 좋게 매운 맛이라, 밥이랑 같이 쓱쓱 비벼 먹기에도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밥 한 숟갈 크게 떠서 오삼불고기랑 같이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에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사실 오삼불고기가 제 입맛에는 아주 살짝 달콤한 편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취향이고요. 남편과 일행들은 딱 좋다고 맛있게 먹더라고요. 아무래도 요런 양념은 먹는 사람마다 입맛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깐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양념의 조화나 재료의 신선함은 나무랄 데가 없었습니다.
이곳의 진가는 단순히 음식 맛에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았어요. 주문받고, 음식을 내어주시고, 찌개를 데워주시는 사장님과 직원분들의 따뜻한 미소와 친절함이 느껴져서 더욱 좋았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손님 하나하나에게 신경 써주시고,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물어봐 주시는 모습이 마치 친척 집에 온 듯 편안함을 주었습니다. 식당 내부도 북적이는 소음 대신, 나긋나긋한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정겨운 분위기였고요.
처음에는 단양에 왔으니 새로운 맛집을 탐방해보자며 왔는데, 오히려 이곳에서 잊고 있었던 추억과 그리움을 선물 받은 느낌입니다. 푸짐하고 맛깔스러운 음식, 그리고 따뜻한 정이 넘치는 이곳은, 단양에 다시 올 일이 있다면 꼭 다시 찾고 싶은 그런 곳이에요. 집밥 생각날 때, 혹은 따뜻한 정이 그리울 때, 이곳을 찾는다면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한 숟갈 뜨면 고향 생각이 나는, 그런 마법 같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