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노포에서 찾은 따뜻한 닭한마리, 혼밥도 든든한 황평집닭곰탕 맛집 이야기

퇴근길, 발걸음이 향한 곳은 늘 북적이던 을지로. 고가도로 아래 숨겨진 듯 자리한 이 동네는 오랜 시간 변치 않는 매력을 품고 있다. 특히나 오래된 노포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 4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직 닭 한 마리로 명성을 이어온 ‘황평집닭곰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혼자 밥 먹기 좋은 곳일까’, ‘눈치 보지 않고 식사할 수 있을까’ 하는 혼밥러로서의 걱정을 안고 문을 열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최근 주변 상가 지하도 공사 때문인지 정문이 살짝 가려져 있어 길을 잘못 들었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낡았지만 정겨운 간판을 보자마자 이곳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황평집닭곰탕’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쓰인 네온사인과 옛스러운 간판은 이곳이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곳임을 단번에 말해주고 있었다.

황평집닭곰탕 간판 이미지
오래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황평집닭곰탕 간판. 네온사인과 옛스러운 글씨체가 조화를 이룬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기대했던 대로 허름하지만 정감 넘치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테이블마다 어르신 손님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젊은 손님들의 비율이 높아 살짝 놀랐다. 혼자 온 손님들도 꽤 보여서, ‘아, 여기는 혼자 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가게 안은 조용하면서도 분주했고, 은은한 조명은 편안한 분위기를 더했다. 왁자지껄한 시끄러움이 아닌, 음식을 맛보며 조용히 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훈훈함을 자아냈다.

주방 쪽에는 닭을 삶고 무치는 분주한 손길들이 보였고, 식재료의 신선함이 느껴졌다. 나는 오늘,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닭곰탕과 함께 닭무침도 맛보기로 결정했다. 리뷰에서 닭무침이 꽤 달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닭곰탕과 곁들여 먹으면 좋다는 말에 기대가 되었다.

자리에 앉자, 곧이어 따뜻한 닭 육수가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맑고 투명한 육수 위로 송송 썰린 파가 앙증맞게 떠 있었다. 첫 모금 마시는 순간, 마치 보약처럼 깊고 진한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닭 한 마리를 푹 고아낸 듯한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닭 육수를 기본 찬으로 주는 곳은 처음인데, 이 자체로도 훌륭한 별미였다.

따뜻한 닭 육수 이미지
송송 썬 파가 곁들여진 맑고 진한 닭 육수. 첫 모금부터 깊은 풍미를 선사한다.

드디어 주문한 닭무침이 나왔다. 새빨간 양념 옷을 입은 닭고기와 채소들이 먹음직스럽게 버무려져 있었다. 첫 맛은 역시나 리뷰에서 보았던 대로 달콤함이 강하게 느껴졌다. 새콤한 맛도 살짝 뒤따랐지만, 단맛이 지배적인 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새콤하거나 매콤했으면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함께 나온 닭곰탕을 떠올리니 이 단맛이 오히려 묘한 매력을 발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쫄깃한 닭의 식감은 씹는 맛을 더해주었고, 양념이 속속 배어든 채소들도 아삭한 식감이 좋았다.

빨간 양념의 닭무침 이미지
새빨간 양념 옷을 입은 닭무침.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쫄깃한 닭고기와 어우러진다.
닭무침과 곁들여진 채소들 이미지
닭무침 속에는 닭고기 외에도 다양한 채소가 함께 버무려져 있어 식감을 더한다.

이어 메인 메뉴인 닭곰탕이 나왔다. 뚝배기에 가득 담긴 뽀얀 국물 위에는 부드럽게 삶아진 닭고기가 푸짐하게 올려져 있었다. 닭무침을 맛보며 ‘설마 닭곰탕 국물도 닭무침 양념 맛이 나진 않겠지’ 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닭곰탕은 정말 닭곰탕 자체의 맛에 집중한 담백하고 깊은 맛을 선사했다. 리뷰에서 닭무침과는 달리 닭곰탕은 절대적으로 시켜야 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마늘이 듬뿍 들어간 듯한 깔끔한 국물은 닭의 잡내는 전혀 없이, 그야말로 ‘닭’의 본연의 맛을 충실히 담고 있었다.

푸짐하게 담긴 닭곰탕 이미지
뽀얀 국물과 부드러운 닭고기가 푸짐하게 담긴 닭곰탕. 깊고 담백한 국물이 일품이다.

이 닭곰탕 국물에 닭무침을 살짝 곁들여 먹어보니, 비로소 이 두 메뉴의 조합이 왜 그렇게 추천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닭무침의 강한 단맛이 닭곰탕의 담백함과 만나면서 서로의 맛을 보완해주었다. 닭무침만 먹으면 물릴 수도 있었던 단맛이 닭곰탕의 깔끔함과 만나니 오히려 훌륭한 조화를 이루었고, 닭곰탕에 닭무침의 매콤달콤한 맛이 살짝 가미되니 질리지 않고 계속해서 숟가락이 갔다.

닭곰탕과 닭무침, 기본찬 상차림 이미지
푸짐하게 차려진 닭곰탕과 닭무침, 그리고 다양한 반찬들. 혼자서도 든든한 한 끼 식사가 가능하다.

메뉴판에는 닭찜도 있었는데,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닭찜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았다. 노계라서 부드러운 맛은 덜하지만 쫄깃하게 씹는 맛이 좋다는 리뷰처럼, 닭 자체의 식감을 즐기기에는 닭찜이나 닭무침이 어울릴 듯했다. 하지만 오늘 나의 목적은 닭곰탕이었고, 그 목적은 완벽히 달성했다.

밥을 말아 국물과 함께 닭고기를 얹어 먹으니, 마치 몸보신이라도 하는 듯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닭무침을 조금 더 먹고 싶었지만, 닭곰탕의 맛을 해치고 싶지 않아 적당히 곁들여 먹었다. 만약 닭찜이나 닭무침을 메인으로 시켰다면, 곁들여 나오는 닭 육수 국물에 공기밥을 추가해 닭곰탕처럼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반 메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리뷰처럼, 닭곰탕과 닭무침을 함께 맛볼 수 있는 메뉴가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

이곳은 43년 전통의 을지로 맛집이지만, 젊은 손님들도 많고 혼밥하기에도 전혀 부담 없는 분위기여서 좋았다. 1인분 주문도 당연히 가능하며, 가게 곳곳에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어 혼자 온 손님들도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다. 닭곰탕은 1인분으로도 충분히 푸짐했고, 닭무침 역시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양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하면서, 가게 외관의 낡음과는 달리 내부의 따뜻한 분위기와 음식의 깊은 맛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한 편안함과, 정성 가득한 음식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밖으로 나오니, 저녁 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앞에 대기하는 손님들이 보였다. 역시 이곳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맛집임이 분명했다.

을지로에 갈 일이 있다면, 혹은 든든하고 따뜻한 닭곰탕 한 그릇이 생각난다면, 이곳 황평집닭곰탕을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혼자여도 괜찮은, 아니 혼자라서 더욱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이곳에서 맛있는 식사와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혼밥 성공! 다음에도 꼭 다시 찾고 싶은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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